많은 중소병원 NET제에서 연봉제로 변경 추세...중소병원 연봉 가이드라인 준비 중

 

대전의 한 중소병원장은 몇 년 전부터 회계 장부만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한다. 환자가 감소하는 것도 고민인데, 인건비 비율마저 계속 상승해 병원 경영의 위험신호가 오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중소병원들의 인건비 상승 문제는 몇몇 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6월 병원경영연구원이 '중소병원 육성·지원을 위한 로드맵 개발' 보고서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다. 신현희 연구원이 위기요인 분석을 한 결과 병원 경영자는 물론 병원행정 실무자, 외부전문가 모두 중소병원의 첫 번째 위기 요인으로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이는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에서도 같은 현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병원의 의료비용 대비 인건비 비율은 지난 2005년 46.0%에서 2009년 45.3%로 약간 떨어졌지만 2010년에는 48.7%로 크게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경영에서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은 위험 신호이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건비 중 의사 인건비 상승은 중소병원 경영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어려워진 경영 상황에 인건비가 올라가 의사까지 구하기 어려워진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다른 직종과 다르게 의사는 세금을 병원측이 지불하는 일명 네트(NET)제가 암묵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 병원측의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3년 병원경영연구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문의의 임금은 약 1억600만원, 전남 지역은 1억5000만원, 경남은 1억900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 지역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은 아마도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여건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중소병원의 인건비는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컸다.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가 8400만원인 것에 비해 병원급 전문의는 1억5700만원, 병원급은 1억630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헤드헌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내과 봉직의를 기준으로 수도권은 월 1000만원~1200만원(NET 기준)수준이고,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올라간다"며 "대전은 수도권 수준에서 약 300만원, 더 지방으로 갈수록 600만원 이상 올라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종과 달리 의사들은 일반적인 급여 테이블이 없다. 전문의 공급수와 의사들이 이동하는 타이밍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독특한 직종"이라고 말했다.

 

NET제, 중소병원 경영진의 손톱 밑 가시
의사 인건비 문제를 들여다보면 네트(NET)제라는 독특한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시장의 오랜 관행이라지만 의사 인건비만 세금을 병원측이 지불하는 NET제는 의료계가 해결해야 하는 오랜 숙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부분 봉직의가 NET제를 강력히 원하고 있고, 병원측 입장에서는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NET제 마저 거부하면 의사를 구하기 어려워 수용하게 되는 구조다.

병원측 한 관계자는 "NET제는 구조적으로 없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병원 회계가 점점 투명화 되고 있어 NET제를 하면 세금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 질 것"이라며 "상황이 변하고 있음에도 봉직의들은 여전히 NET제를 당당하게 얘기하고 그렇지 않으면 병원을 옮기겠다는 등 병원 입장에서는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한다.

병원측 고민은 또 있다. 과거 NET제는 퇴직금이나 연말정산 등을 받지 않는다는 묵언의 계약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이 NET제로 계약한 봉직의에게도 퇴직금과 연말정산 환급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면서 경영자 입장에서는 NET제는 더욱 손톱 밑 가시가 됐다.

 

의사 헤드헌팅업체 한 관계자는 "중소병원장들이 퇴직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즘은 364일만 계약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리고 보름 정도 후에 다시 재계약해 퇴직금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연말정산과 관련된 분쟁도 NET제가 없어지지 않은 한 병원에서 소소한 분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NET제로 계약한 봉직의에게 연말정산 환급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자의 부담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NET제의 여러 가지 부작용 때문에 NET제를 연봉제로 바꾸고 있는 흐름도 있다.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지방 등에서까지는 아니지만 경쟁이 치열해진 수도권에서는 연봉제로 계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계법인 길인 정용호 공인회계사는 원장들이 생각이 바뀌면서 연봉제로 전환하는 병원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정 회계사는 "초기에 병원을 담당할 때는 NET제로 계약하는 병원이 있었지만 최근엔 연봉제로 계약하는 병원이 더 많다"며 "원장들이 NET제나 연봉제가 비용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NET제로 했던 경우더라도 다음 계약을 할 때 연봉제로 바꾸는 추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라임코어 컨설팅 이영신 대표는 NET제 계약은 과거 병원 수익이 덜 노출될 때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시대 흐름상 어려운 일이라 말한다. 이 대표는 "NET제로 계약한 후 의사의 퇴직금이나 사대보험 등을 지불하려면 병원측이 수익에서 누락시킬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의 100% 노출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규모가 있는 중소병원이나 전문병원 등에서는 NET제를 선택하지 않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최근 대한중소병원협회와 한국의료·재단연합회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병원 경영 지원 회사인 HM& 컴퍼니와 공동으로 중소병원의 전문의 급여제도를 정립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HM& 컴퍼니 임배만 대표는 원가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중소병원들의 수익성을 분석해 진료과별, 전문의별, 행위별 분석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대표는 "외래 및 입원 진료과별 수익을 분석해 시설확충 및 인력 충원 등을 의사결정을 할 때 활용하게 할 것"이라며 "수익성이 낮은 진료과 또는 진료서비스에 대해서는 원인분석을 통한 수익 개선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성과평가 및 보상체계와 연계해 부서 및 의사별로 보상에 필요한 기초 정보를 제공하고, 병원종별, 규모에 따른 표준화와 전문의와 일반의 등에 적정연봉을 제시하기 위한 연봉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며 "의사의 실적과 병원 기여도 등을 통해 진료과별, 전문의별, 성과평가와 보상 표준시스템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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