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 결과, 8시간 이내 시간 제한 식이군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 1.91배↑
조상호 교수 "교란요인 있을 수도…시간 제한 식이 나쁘다고 하긴 어려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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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간헐적 단식이 비만과 당뇨병 등 관리에 도움 되는지를 두고 벌어진 논란이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18~21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AHA) 역학 및 예방·생활습관 및 심장대사 과학 세션 학술대회에서는 간헐적 단식이라 불리는 하루 8시간 이내 시간 제한 식이의 위험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이내 시간 제한 식이를 하는 성인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 특히 심혈관질환 또는 암 환자가 시간 제한 식이를 하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더 컸다. 

비만·당뇨병 관리에 '시간 제한 식이' 유용성 논란 진행 중

간헐적 단식의 일종인 시간 제한 식이는 하루 24시간 중 식사 시간을  4~12시간 범위로 특정해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 제한 식이를 하는 경우 대부분 16:8 스케쥴인 8시간 이내 식사 시간과 16시간 공복 시간을 가진다. 

시간 제한 식이가 건강을 개선하는지는 논란이 있다. 대표적으로 논란이 되는 질환이 비만이다.

2022년 발표된 중국 무작위 연구에서는 비만 환자가 하루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며 8시간 이내 시간 제한 식이를 시행해도 추가적인 체중 감량 효과가 없었다. 반면 영국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8시간 이내 시간 제한 식이가 12시간 이상 먹는 경우와 비교해 체중과 이완기혈압을 더 개선했다.

두 연구는 하루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며 시간 제한 식이를 진행해 유용성을 평가한 점은 비슷할지라도, 연구 방법에 차이가 있어 결과가 달랐던 것으로 추정됐다.

당뇨병 관리에도 시간 제한 식이가 유용한지를 두고 학계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시간 제한 식이를 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을 위한 식이요법 중 하나로 권고한다. 반면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대한고혈압학회는 2022년 합의권고안을 발표, 과체중 또는 비만, 고혈압 성인에서 간헐적 단식 권고안 마련을 보류했고, 당뇨병 성인에게는 시행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이 같이 시간 제한 식이의 유용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나 장기간 건강에 시간 제한 식이가 미치는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 Victor Wenze Zhong 교수는 "최근 8시간 이내 시간 제한 식이가 체중을 줄이고 심장건강을 개선하는 관리전략으로 주목받았다"며 "그러나 시간 제한 식이가 모든 원인 또는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 등 장기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심혈관질환·암 환자, 시간 제한 식이 시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 2~3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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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는 2003~2018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미국 성인의 식이패턴을 확인했고, 이를 2003~2019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베이스의 사망자 데이터와 비교·검토했다.

분석에는 미국 성인 약 2만명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49세였고 절반가량이 남성이었다. 추적관찰 기간은 중앙값 8년, 최대 17년이었다.

이틀 동안 하루 평균 8시간 이내 시간 제한 식이를 하는 군(시간 제한 식이군)과 하루 12~16시간 식이를 하는 군(대조군)의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평가했다. 추적관찰 기간 동안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자는 840명,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643명,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자는 2797명이 확인됐다. 

분석 결과, 시간 제한 식이군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대조군보다 1.91배 더 높았다(HR 1.91; P=0.006). 

이 같은 위험은 심혈관질환 또는 암 환자에게서 두드러졌다. 시간 제한 식이군 중 심혈관질환 환자는 대조군보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2.07배(HR 2.07; P=0.02), 암 환자는 3.04배(HR 3.04; P=0.004) 증가했다. 

단, 시간 제한 식이군과 대조군 간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그리고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하루 16시간 이상 식사 시간을 가진 암 환자의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53% 의미 있게 감소했다.

Zhong 교수는 "8시간 이내 시간 제한 식이는 잠재적으로 단기간 혜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인기를 끌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하루 12~16시간의 일반적인 식사보다 식사 시간이 짧아도 생존 혜택과 연관성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정리했다.

이번 연구에서 시간 제한 식이군은 대조군보다 근육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지방량 감소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과 관련됐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Zhong 교수는 "심혈관질환 또는 암 환자는 시간 제한 식이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 증가 간 연관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단, 이번 연구는 8시간 이내 시간 제한 식이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의 원인임을 의미하진 않는다. 향후 시간 제한 식이와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생물학적 기전을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스탠퍼드대학 Christopher D. Gardner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시간 제한 식이가 단기적으로는 혜택이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참가자들이 섭취한 식단의 영양소를 조사해야 한다. 또 식이 제한 시간이 짧은 군을 그 외 식이 시간을 갖는 군과 비교해 체중,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등에서 다른 특징이 있는지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마다 결과 달라…환자별 특징 고려해 시간 제한 식이 진행해야"

이번 연구만으로 시간 제한 식이가 심혈관질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심혈관계에 시간 제한 식이가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연구가 없었고, 다양한 교란요인이 연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림대 성심병원 조상호 교수(순환기내과)는 "이전 연구에서는 시간 제한 식이가 체중을 줄이고 당뇨병도 개선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생존 기간을 늘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론적으로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식사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 제한 식이 관련 연구 결과가 다양하게 발표되고 있어, 아직은 건강에 좋다 혹은 나쁘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며 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인 만큼 결과에 영향을 미친 교란(bias)요인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본 연구만으로 간헐적 단식이 나쁘다고 정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진료 현장에서는 시간 제한 식이를 일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으나 환자별 특징을 고려해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적절한 공복시간을 갖고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간 제한 식이를 할 수 있는 환자는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고 체격이 괜찮은 환자"라며 "심혈관질환 환자는 체내 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으므로 이들에게 시간 제한 식이를 적용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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