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등 대형병원 수도권 분원 6600병상에 대한 비판 목소리 커져
국민들의 과잉 의료도 지적 ... 병상 관리 실패한 정부가 가장 큰 책임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빅5 병원 등 대형 병원들이 저임금 전공의들을 이용한 병원 확장은 이제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대형병원들은 교수나 전임의보다 연봉 수준이 3분의 1 또는 4분의 1 정도 낮은 전공의들을 채용해 병원을 운영해 왔다. 

정부의 저수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병원 경영진의 이유를 받아들여도 그 주장은 옹색할 뿐이다.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교수나 전임의를 더 채용하기보다, 그 보다 더 엄청난 재정이 소요되는 분원을 건립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의대정원 확대를 계기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집단으로 사직하면서 대형 수련병원들의 치부가 드러났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비중이 30~40%를 차지하다 보니 이들이 떠나자 병원 시스템이 삐걱거리는 것이다. 

수도권에 대학병원 분원 6600병상 오픈 예정 

이런 상황에서 오는 2026년부터 개원을 앞둔 주요 대학병원 분원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대병원(800병상, 2027년 개원 목표), 세브란스병원(800병상, 2026년 완공계획), 서울아산병원(800병상, 2027년 완공 예정), 길병원(1000병상, 2024년 착공 예정), 아주대병원(500병상, 2027 완공 계획), 인하대병원(700병상, 2026년 개원 목표), 고려대병원(미정) 등이 경기 수도권에 병원을 건립하고 있다. 

수도권에 약 600병상이 신설되는 것을 두고 지역이나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A 의사는 "수도권에 병상을 6600병상이나 늘리면 지방에 있는 의료진이 그쪽으로 이동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지방 의료는 누가 책임지나"라고 반문하며 "대학병원들이 내실을 다지지 않고, 병상 늘리기에만 앞장서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단국대병원 B 교수는 "코미디"라며 잘라 말했다. 

B 교수는 "수도권에 6600 병상을 오픈하면 의사가 몇 천명 필요하고, 그러면 지방에 있는 의사는 물론 의료진이 그곳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대학병원장을 역임한 C 교수는 이제 대학병원들이 외형 확장을 멈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C 교수는 "그동안 3차 병원들은 수가가 낮아 어쩔 수 없이 중증은 물론 경증환자까지 모두 커버하면서 몸집을 키워 왔다. 특히 OECD 대비 우리나라 병상 수가 많은데, 또 분원을 내는 것은 대학병원들의 욕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가 병원장일 때 중증환자만 중심으로 진료하는 3차 병원의 역할을 하려면 600~700병상으로도 가능하다는 분석을 한 적이 있다"며 " 3차 병원 본연의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 교수의 말대로 우리나라 전체 병상 수는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국가 중 1위다. 특히 OECD 평균 4.3개와 비교했을 때는 약 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상황에 책임 없는 척하는 정부 

전문가들은 주요 대학병원이 분원을 추진하면서 병상 수를 계속 늘리는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 실패, 국민들의 의료 과잉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B 교수는 정부가 병상 관리에 실패하고, 지금 의대정원 확대로 문제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 교수는 "수도권에 건립되는 병원들은 이미 2026년이나 2027년에 오픈한다. 그렇게 되면 지방의료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부가 국가 단위로 병상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듣지 않고, 지자체에 맡겨둔 결과"라고 질타했다. 

현장의 비판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사 확충과 대형병원의 수도권 분원 개원은 관련 없다고 외치고 있다. 

복지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다수의 대형병원 분원 설립으로 지방의료 인력이 유출돼 지역 필수의료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며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분원에 대해서는 복지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료 과잉을 문제로 꼽는 의견도 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료 과잉을 문제로 꼽는 의견도 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빅5 병원들이 수도권에 분원을 설치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우리 국민들의 의료 과잉을 꼽는 사람들도 많다. 

B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은 고혈압 치료를 위해 KTX를 타고 서울 대형 병원으로 간다"며 "모두들 자신들의 집 앞에 서울아산병원 정도의 서비스를 갖춘 병원이 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C 교수도 지금 필요한 건 의대정원 확대가 아니라 과잉된 의료를 정상화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C 교수는 "지금은 과잉 의료와 과잉 진료 등 의료 시스템 자체가 거품이 잔뜩 낀 상태다. 이것을 정상화한 후 인력 문제를 꺼내야 한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좋은 의료란 무엇인지 등의 청사진을 만들고 인력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3차 병원 변신의 기회?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3차 병원의 원래 취지대로 중증 환자를 볼 수 있도록 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대목동병원 D 교수는 "이번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알게 된 것은 대학병원에 오는 경증 환자가 30%가량 줄었다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3차 병원 수가를 올려 중증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미국 등 선진국은 환자의 치료와 관련된 문서에 사인은 모두 전문의가 한다. 우리나라처럼 전공의가 하는 경우는 없다"며 "우리나라도 병원 전공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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