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들 사직서 제출 후 병원 떠나
대학병원들은 수술 및 진료 일정 조정으로 혼란
복지부, 20일 김택우, 박명하 비대위원에게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 통지서' 발송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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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했을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 발생했다.

서울대병원 등 전국의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아침 병원을 떠났다.  

전공의 진료 공백 메우기 위해 분주한 병원들

서울대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고려대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은 수술과 외래진료 일정들을 변경하면서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전공의 공백에 따른 수술·입원 스케줄 관련해 진료과별로 교수들이 환자에게 안내하고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전공의 공백 상황에 대비해, 교수들과 전임의들이 당직제로 운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은 수술이나 시술 일정에 큰 문제가 없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는 약 520명이다.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율 34.5%나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율이다. 이들이 자리를 비우는 만큼 병원이 받는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파업에 대비해 진료과별 응급도와 중증도를 고려해 일부 환자 일정을 조정하는 상황"이라며 "환자들이 더 불안해질 수 있어 수술 일정 취소 등은 공유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고대의료원 상황도 마찬가지다. 인턴 포함한 전공의 560여 명 중 대부분이 사직서를 낸 상태라 진료 차질은 불가피하다. 

고대의료원 관계자는 "사직서를 제출하는 전공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환자 진료 및 수술 예약 관련 일정을 조정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전을지대병원 한 관계자는 "전공의 95명 중 42명이 사직서 제출했다"며 "19일 현재까지는 근무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또 "병원은 비상진료 대책을 수립하는 단계이며,  20일부터는 정규 수술 어렵고 응급 수술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 한 교수는 "전공의들이 거의 병원을 비워 진료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병원 내부가 매우 어수선한 상태"라고 말했다.

"외래, 병동, 응급실 커버하면서 오래 버티는 건 무리"  

서울대병원 등 이른바 빅5병원 전공의들이 2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 의료대란이 예상된다.
서울대병원 등 이른바 빅5병원 전공의들이 2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 의료대란이 예상된다.

19일 보건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수본 브리핑 통해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진료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외부에서 필요한 인력을 투입하고 경증환자는 협력병원 등으로 연계하겠다고 대응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복지부 박민수 차관의 발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를 2차병원으로 이송하겠다고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는 병원 현장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라며 "대학병원에서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를 구별하는 것조차 어렵고, 무엇보다 환자들은 2차병원으로 이동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병원 교수와 전임의들이 전공의들이 빠진 자리를 메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있다. 

가톨릭의료원 한 외상외과 교수는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하더니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들이 더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병원은 인턴들이 지난 주 금요일 병원을 나가고, 20일 아침 남은 전공의들이 모두 빠진다. 그래서 응급환자가 오면 응급수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필수의료를 하는 교수들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도 전공의들이 빠져 볼 수 있는 환자 수가 줄었고, 이 상태가 오래되면 교수들이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수도권의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학병원 교수라 해도 일주일에 2~3회 진료를 할 정도로 진료 횟수가 많다"며 "그런데 외래 진료와 병동 환자, 응급실 환자까지 진료하는 패턴이라면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전공의들을 향한 정부 압박은 커지는 상황이다. 

19일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내리면서 '법대로' 원칙을 강조했고, 경찰청장은 주동자에 대한 구속 수사를 검토하겠다며 엄정 수사 방침을 밝혔다.

또 윤희근 경찰청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됐을 때 정해진 절차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경찰청장은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확실한 의사가 확인되는 개별 의료인은 체포영장을,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은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일 저녁 보건복지부가 앞서 발동한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어겼다며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조직위원장에게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 통지서'를 발송했다. 

복지부는 3월 4일까지 당사자들의 의견을 제출받아 최종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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