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심장학계, 가이드라인 기반 치료 강조한 'Get With The Guideline' 운영
대한심부전학회, 한국형 GWTG-Heart Failure인 '진료적정위원회' 3월 출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가이드라인은 진료와 관련해 의료진과 환자 간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근거중심의학의 발전에 따라 국내외 학회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환자를 진료하고자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의료진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권고안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토대로 효과적인 치료전략을 알고 위험한 치료를 주의할 수 있다. 환자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전략에 대한 정보를 얻어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국내외 학회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임상현장에서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고 전문가들의 노력을 기울여 개발한 가이드라인을 더 널리 활용할 수 있을지다. 대한의학회 '진료지침 개발의 길잡이'에 따르면, 선진국의 많은 예에서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기울여 다양한 분야에서 가이드라인이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임상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는 경우들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가이드라인 보급과 활용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국심장협회·뇌졸중협회(AHA·ASA)는 임상현장에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궁극적으로 환자 예후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Get With The Guideline(GWTG)'을 운영 중이다. 뇌졸중, 심부전, 심방세동, 관상동맥질환 그리고 소생술 등의 GWTG에 병원이 참여하도록 독려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둔 인증 의료기관을 선정하고 있다. 또 GWTG를 토대로 환자등록사업인 레지스트리를 구축해 여러 주제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 학계에서도 미국의 GWTG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심부전학회는 한국판 GWTG-심부전(GWTG-Heart Failure, GWTG-HF)인 '진료적정위원회'를 3월 출범한다.

<1> 韓·美심장학계 '심부전 가이드라인 준수' 위해 나섰다

<2> 美심부전 가이드라인 준수 레지스트리 활용한 연구 '각양각색'

임상현장에서 가이드라인 활용 막는 장벽 세 가지

임상현장에서 가이드라인 활용을 막는 장벽은 크게 지식(knowledge), 태도(attitudes) 그리고 행동(behavior) 등이 꼽힌다. 

지식 장벽은 새롭게 개발 또는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을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어도 이를 활용할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해당된다.

태도 장벽은 가이드라인과 권고안 마련 근거가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입증된 의학적 근거를 믿지 못하거나 임상시험에서 확인한 혜택이 실제 임상현장에도 재현된다는 믿음이 부족하면서 나타난다.

행동 장벽은 환자, 가이드라인 그리고 조직 환경과 연관됐다. 환자 선호도가 가이드라인 권고안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여러 단체의 진료지침이 모순되면서 진료현장에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장 일반적인 행동 장벽은 문화, 우선순위, 자원 및 시스템의 조직적 제약 등 환경과 연관됐다. 예로, 의료진이 가이드라인을 인지하고 활용하려고 할지라도 치료율이 높지 않을 수 있다. 

1차 진료현장에서 지질저하요법을 통해 미국 지질관리 가이드라인(NCEP)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했는지 확인한 L-TAP 연구 결과, 의료진의 95%가 가이드라인을 완전히 그리고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65%가 가이드라인을 대체로 또는 항상 임상현장에서 활용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의료진의 답변과 달리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18%만 LDL-콜레스테롤 100mg/dL 미만으로 조절됐고, 이는 치료 중인 환자만 해당됐다(Arch Intern Med 2000;160(4):459~467).

GWTG, 美 병원 기반 질 관리 이니셔티브

이 같은 가이드라인 활용 장벽을 넘고자 미국에서 고안된 프로그램이 GWTG다. GWTG는 미국 내 심혈관질환 및 뇌졸중 치료를 개선하고자 만든 병원 기반 질 관리이니셔티브로 2004년 처음 시작됐다. 

GWTG는 심혈관질환 및 뇌졸중 2차 예방을 위한 AHA·미국심장학회(ACC)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하며, 가이드라인 기반 치료(GDMT)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료진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환자를 지속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AHA·ASA에 따르면, 병원 또는 의료 시스템이 GWTG에 참여하면 질 향상을 넘어 환자 예후가 개선되고 공평한 환자 치료가 가능해지며 병원 인증 기회를 얻는 등 다양한 혜택이 있다.

심부전 초점 둔 GWTG-HF, 참여 독려하는 이유는?

심부전에 초점을 둔 GWTG-HF는 최신 심부전 가이드라인을 임상현장에 적용해 심부전 환자 치료를 개선하고자 2005년 착수됐다. 

GWTG-HF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심부전은 30일 이내 재입원하는 주요 원인이다. 미국은 재입원율이 높은 병원에 페널티를 부과해, 재입원율이 높다면 병원에 심각한 재정적 부담을 줄 수 있다. GWTG-HF 참여하면 병원의 강점과 개선점을 파악해 30일 이내 재입원 감소를 위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두 번째로 GWTG-HF는 심부전 치료에 중요한 사항을 확인해 병원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 GWTG-HF에 참여하면 심부전 치료 과정을 개선할 수 있고 환자 예후가 향상됐다고 보고된다. 

마지막으로, GWTG-HF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AHA 공식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병원이 수준 높은 양질의 치료를 환자에게 제공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 병원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출범 앞둔 '한국판 GWTG-HF'…레지스트리 구축 고려

GWTG-HF를 통해 GDMT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국내 심부전 전문가들도 임상현장에서 의료진이 GDMT를 잘 시행해 궁극적으로 환자 예후를 개선하고자 팔을 걷었다.

대한심부전학회는 한국판 GWTG-HF인 '진료적정위원회'를 올해 3월 출범한다. 진료적정위원회 위원장은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순환기내과)가 맡는다. 

김응주 위원장은 "의료진은 치료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임상적 관성(clinical inertia)에 따라 가이드라인과 관계없이 이전부터 하던 치료하는 계속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심부전 치료 혜택을 입증한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여러 신약이 임상에 도입됐고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지만, 임상적 관성으로 인해 신약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진이 빠르게 종합적으로 환자를 잘 관리하는 것이 수정 가능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라며 "의료진이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환자를 치료하면 환자는 예후 개선 혜택을 얻을 수 있고 악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에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하자는 뜻이 모여 AHA GWTG-HF의 한국판인 '진료적정위원회'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진료적정위원회는 소수 병원부터 시작해 퇴원 시 환자에게 어떤 약제를 처방했는지, 즉 GDMT를 시행하고 있는지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해 피드백을 줄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병원에서 심부전 환자를 조금 더 신경 쓰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관리할 것이란 기대다. 

더 나아가 학회는 진료적정위원회에 모인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레지스트리 구축을 고려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GWTG-HF를 토대로 레지스트리가 구축됐고 이를 분석한 연구 결과들이 매년 발표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본 학회가 병원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도록 도와준다면 향후 진료적정위원회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병원이 늘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 데이터가 모여 레지스트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향후 기간별 또는 의료기관별 퇴원 시 심부전 치료제 처방률뿐만 아니라 6개월 이후 환자 예후 등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