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별 현황만 비교한다면 오해의 소지 생길 수 있어
의료기관 참여에 의미를 둬 자발적 참여 유도할 것

▲대한심부전학회 진료적정위원회가 3월 출범하는 가운데, 위원장인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 위원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손정우 교수, 양산부산대병원 이수용 교수와 진료적정위원회 목표 및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좌부터) 손정우 교수, 김응주 교수, 이수용 교수.
▲대한심부전학회 진료적정위원회가 3월 출범하는 가운데, 위원장인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 위원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손정우 교수, 양산부산대병원 이수용 교수와 진료적정위원회 목표 및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좌부터) 손정우 교수, 김응주 교수, 이수용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심장협회(AHA) 주관 'Get With The Guideline(GWTG)'는 진료현장에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환자 예후를 개선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2005년 시작된 심부전에 초점을 둔 'GWTG-심부전(GWTG-Heart Failure, GWTG-HF)'은 심부전 가이드라인으로 진료현장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의료진의 심부전 인식을 높이면서 예방 및 치료를 발전시키고자 관련 자원과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GWTG-HF의 핵심 원칙은 모든 의료기관이 일관된 가이드라인을 활용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심부전 치료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실시간 데이터를 사용해 진료 및 치료 과정과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한다.

아울러 의료진과 환자에게 지속적인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촉진하며, 성과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줘 진료현장이 개선되도록 한다.

미국에서 GWTG-HF가 시작된지 약 20년 동안 참여 의료기관이 늘었고 100만여 명의 환자 데이터가 쌓였다고 보고된다. 이를 통해 GWTG-HF의 평가 항목에 따른 시기별 심부전 환자 예후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 GWTG-HF 레지스트리가 구축돼 이를 활용한 연구 결과가 매년 발표되고 있다.

GWTG-HF가 성과를 거두면서 대한심부전학회가 이를 국내에 도입, 한국형 GWTG-HF인 '진료적정위원회'를 3월 출범한다.

본지는 진료적정위원회 출범에 앞서 위원장인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순환기내과), 위원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손정우 교수(심장내과), 양산부산대병원 이수용 교수(순환기내과)와 진료적정위원회 목표 및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1> 출발선에 선 대한심부전학회 진료적정위원회 목표는?

<2> 심부전학회 진료적정위원회, 의료기관 비교보단 '참여'에 방점

Q. 수집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있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손정우 교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손정우 교수.

이수용 교수(이하 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면 좋을 것 같다. 현재 환자별로 관리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개발돼 진료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한심부전학회가 환자별 관리 앱을 개발하는 AI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는다면 데이터 모니터링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심부전 환자는 앱에 치료제 처방 자료를 올리고 앱을 이용해 추이를 추적관찰하고, 학회는 이렇게 취합된 통합 데이터를 해당 기업을 통해 받는 것이다.

AHA는 GWTG-HF에 모인 환자 데이터로 치료 순응도를 조사했을 때 일일이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진료적정위원회가 모든 데이터를 하나하나 확인하기엔 한계가 있다. AI 기업과 협업한다면 환자는 앱을 이용해 치료 현황을 확인할 수 있어 도움이 되고, 위원회는 환자의 데이터 공유 동의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외한 데이터를 기업에게 받아 치료 순응도를 조사할 수 있다.

손정우 교수(이하 손): 핸드폰 사용이 어려운 환자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AI 기업과 MOU를 맺고 앱을 이용해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

다만, 환자 치료 순응도를 조사하는 것과 의료진의 가이드라인 기반 치료 시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다르다. 의료진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심부전 치료제를 처방했을지라도 환자 요인으로 인해 순응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다를 수 있지만 미국처럼 일일이 환자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보단 진보된 방향으로 데이터에 접근한다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Q. 의료기관이 진료적정위원회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어떻게 유도할 계획인가?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

김응주 교수(이하 김):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가 데이터 수집 및 분석(data driven) 측면에서 장애물이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려면 동기 부여가 될만한 다양한 유형의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

과거 학회에서 '심부전 주간'을 개최하며 학회 홈페이지에 모범 사례 게시 및 시상을 전제로 전국 기관에 홍보했다. 그 결과 총 28개 기관이 '심부전주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기관별로 시민강좌 등 행사가 성황리에 진행됐다.

'심부전 주간'과 같이 진료적정위원회 목표와 활동 계획 등을 홍보하고 적절한 지원과 동기 부여책을 제시한다면,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로 이어져 긍정적 결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손: AHA는 평가를 통해 의료기관에 금, 은, 동 등 상을 수여하지만, 진료적정위원회는 수상보단 의료기관의 참여에 의미를 두면 좋을 것 같다. 진료적정위원회에 참여한 의료기관에 현판을 수여하는 것만으로도 의료기관이 '우리도 받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는 의료기관이 심부전 가이드라인에 맞게 치료하고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알리는 기회가 된다. 또 학회에서 한국형 GWTG-HF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어디인지 홍보한다면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 AHA는 인증 기준이 있다고 알고 있다. 진료적정위원회도 인증 기준을 만들어 평가항목에 따라 '인증기관'과 '참여기관'을 나누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금, 은, 동 등 상을 수여하는 것보다 참여 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데 좋을 것이다. 

▲(좌부터) 양산부산대병원 이수용 교수,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손정우 교수.
▲(좌부터) 양산부산대병원 이수용 교수,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손정우 교수.

Q. 진료적정위원회를 통해 진료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길 기대하나?

▲양산부산대병원 이수용 교수.
▲양산부산대병원 이수용 교수.

손: 진료적정위원회는 의료진이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제 환자에게 잘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 궁극적으로 환자 예후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진료적정위원회를 통해 국내 심부전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이 더 좋아지길 바란다.

이: 환자의 치료 순응도에 영향을 주는 많은 요인 중 하나가 의료진 의지다. 3분 진료가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의료진은 의지가 없다면 심부전 환자에게 치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힘들다.

예로, 최근 보험급여가 적용된 SGLT-2 억제제는 급여 적용 전 가이드라인에 따라 처방이 필요할지라도 심부전 환자에게 100% 본인 부담으로 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처방하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 따른 치료를 하겠다는 의료진 의지가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제를 처방하고 환자를 관 리할 수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연구팀이 진행한 TRANS-HF에 의하면, 연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중재군뿐 아니라 대조군도 관리 질이 향상됐다. 연구자가 연구를 통해 적정 치료 여부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환자 관리가 좋아지는 것이다.

이를 비춰보면, 진료적정위원회를 통해 의료진이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료행위를 개선해 의미 있을 것이다. 국내 의료환경 상 환자 예후 개선에 의료진 의지가 중요하다. 진료적정위원회 활동을 통해 의료진이 의지를 갖고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해 심부전 환자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