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보건복지부, 내년부터 의대생 2000명 확대 발표
의료계, 기초의학교실 교수 및 시설과 장비 부족으로 교육의 질 하락 우려
일각에서는 정부의 4월 총선용 카드라는 시각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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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발표하자, 의료계는 의학 교육 부실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최악에는 제2의 서남의대 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라북도 남원시에 있던 서남의대는 학교 자체가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서 정부의  재정지원 등이 끊기면서 2018년 2월 폐교됐다.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늘어난 의대생 2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의대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을 지낸 A 교수는 "의대 정원의  3분의 1이 증가하는 꼴인데, 갑자기 증가한 이 학생들을 어디서 누가 교육시킬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빠졌다"며 "정부가 구체적 계획도 없이 엄청난 발표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주장은 대학병원 교수와 개원가에서도 이어졌다. 

건국대병원 B 교수도 "철저한 준비 없이 의대생을 많이 늘리면 서남의대 꼴이 날 수 있다"며 "의대생을 교육하려면 기초, 진료, 임상교수 등을 갖춰야 하는데 갑자기 이들 자원을 어떻게 구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B 교수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 맞다고 해도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 구조를 봐야 한다. 특히 지방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인력 배분을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산부인과를 운영하다 피부미용으로 전환한 의사들도 많다. 이런 의사들을 격려해 필수의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C 교수도 대규모의 증원은 교육의 질을 부실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C 교수는 "의대교육은 책상과 칠판만 두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교수와 장비, 시설 등을 갖춘 다음에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에서 신경과를 운영하는 D 원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D 원장은 "의대생 교육은 학원 교육과 달라 하루아침에 몇 명을 갑자기 늘리라고 한다고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도 의대에서 기초의학 교수가 부족한 상황인데, 의대생 수를 이렇게 많이 늘리면 기초의학 교육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의사 비판해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카드?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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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의대정원 숫자가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이를 정부의 4월 총선용 카드라 분석했다. 

A 교수는 "이건 4월 총선용"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건강지표가 세계 3위이고, 촌각을 다투는 문제도 아닌데, 이런 정책을 발표한 것은 총선용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지니까 정부가 의사를 압박해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D 원장도 이번 건은 너무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D 원장은 "이번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너무 정치적이다. 권력과 언론이 힘을 합쳐 의사들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2000명 증원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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