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1형 당뇨병 관리기기 지원 시행 앞당기기로
환자단체, 전체 환자로 혜택 확대 요구…소아청소년 한정 문제
중증난치질환 인정 여부 및 질환 명칭 변경도 쟁점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연초부터 발생한 태안 일가족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정부가 1형 당뇨병 지원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표했지만, 관련 단체는 정부 대책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9일 충남 태안에서 1형 당뇨병를 앓던 환자의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질환으로 인한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심각성을 느낀 보건복지부 역시 오는 3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소아 당뇨병 환자 의료기기(인슐린 펌프, 연속혈당측정기 등) 지원 사업을 2월로 한 달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또 1월  19일 1형 당뇨병 환자 단체 및 의료진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 시행 중인 관련 정책들의 보완점을 알아보고, 환자 및 의료진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다.

이날 자리에는 한국소아당뇨인협회, 대한당뇨병연합,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단체를 비롯해 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등이 참석했다.

19일 간담회를 주재한 박민수 제2차관 역시 이 점을 강조했다. 또 지역완결 의료체계라는 큰 그림 안에서 질환 특성을 반영한 세심한 보장체계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형 당뇨병 환자의 90%는 성인 환자다. 환자 단체에서는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나아가 중증 질환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1형 당뇨병 환자 90%는 성인인데…소아·청소년만 지원이라니
환자 지원 법률안도 복지부 반대로 국회 계류

한국 1형당뇨병 환우회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태안 1형 당뇨 가족의 비극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애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국 1형당뇨병 환우회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태안 1형 당뇨 가족의 비극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애통한 심정을 드러낸 바 있다.

한국화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1형 당뇨병 환자의 90%는 19세 이상 성인”이라며 “이들에 대한 의료기기 구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제시한 근거에 따르면 2023년 6월 30일 기준 1형 당뇨병 유효 환자 3만 378명 중 19세 미만은 10%인 3013명에 불과하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아·청소년·청년 환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복지부에서 심뇌혈관질환법과 내용이 겹친다며 반대하고 있어서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당뇨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당뇨병을 단순히 약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여기고 심뇌혈관질환법의 한 질환으로 명시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심뇌혈관질환 법에 선행질환으로 당뇨병을 포함하고 연구사업의 툴을 정비해 중복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을 냈던 것"이라고 해명하며 개정안 제정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존 법안에 없는 차별배제 등을 명시하자는 것이다.

이에 한국소아당뇨인연합회 김광훈 회장은 “현재 개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30세 이상의 젊은 당뇨병을 추가해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복지부에서도 법안을 반대한 건 아니고 다른 걸로 보완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29일 제21대 국회가 끝나는 만큼, 그때까지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1형 당뇨병 명칭, 췌도부전으로 바꿔야 한다 의견도

한편 1형 당뇨병 명칭을 췌도부전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환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췌장이 인슐린 기능을 전혀 할 수 없음을 직접적으로 명시해야 환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환자들 의견은 복지부에 전달했다. 복지부에서는 ‘해외에서도 1형 당뇨병이라고 지칭한다’고 답하면서도 어쨌든 충분히 들어주더라”며 “중증난치질환 지정이나 장애인 혜택 등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조만간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1형 당뇨병뿐만 아니라 소아 청소년 2형 당뇨병 등에 관한 지원 논의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소아 청소년 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의료기기 지원도 전체적인 제도의 ‘첫 걸음’에 불과하다며, 순차적으로 지원이 확대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도 설명했다.

한편 2월부터 시행되는 소아 환자 당뇨병 관리비 지원 사업에 따르면, 정밀인슐린펌프 중 고기능 모델인 복합폐쇄회로형의 경우 기존 381만원 수준을 부담해야 했으나 45만원 수준으로, 월 19만원 수준인 연속혈당측정기 등의 환자 부담도 월 10만원 수준으로 인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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