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뇨병학회 차봉수 신임 이사장
"당뇨병 환자 합병증 예방보다 중요한 것은 당화혈색소 조절"

▲대한당뇨병학회 차봉수 신임 이사장(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대한당뇨병학회 차봉수 신임 이사장(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정말 하고 싶었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을 맡아 기쁘면서도 막상 임기가 시작되니 걱정도 됩니다. 굉장히 복잡한 느낌입니다."

올해 1월부터 대한당뇨병학회를 이끌게 된 차봉수 신임 이사장(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꺼낸 첫 말은 "복잡한 느낌"이라는 말이었다.

20여 년 전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로 시작해 학회 여러 보직을 수행한 데 이어 이사장을 맡으면서 감회가 새롭다는 소감을 전했다. 

차 이사장은 임기 동안 당뇨병의 치료 개념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본지는 차 이사장을 만나 그 이유가 무엇인지와 앞으로 학회를 이끌어갈 계획을 물었다. 차 이사장의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2년이다. 

당뇨병 치료 목표는 '당화혈색소 조절'

당뇨병이 질환 자체로 인정받도록 노력할 것

▲대한당뇨병학회 차봉수 신임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대한당뇨병학회 차봉수 신임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당뇨병은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정립됐다.

그러나 이러한 당뇨병 치료 목표를 바꿔야 한다는 게 차 이사장 생각이다.

당뇨병 치료 목표는 합병증 예방이 아닌, 당화혈색소 조절이라는 것. 이를 통해 당뇨병이 질환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당뇨병 환자 치료 시 미세혈관 또는 대혈관 합병증 예방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그런데 왜 당뇨병 전문가들이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면서 발생 사례가 줄고 있는 심뇌혈관질환 등 대혈관 합병증을 걱정해야 하는가.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당화혈색소 조절"이라고 강조했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높다는 것은 인슐린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슐린은 혈당을 체내 세포 속으로 들어가게 해 에너지를 만드는 연료로 사용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지방조직에 저장돼 있던 지방이 유리지방산으로 흘러나온다. 혈액 속 유리지방산이 많아지면 세포들은 고급 에너지인 포도당 대신 저급 에너지인 지방을 쓰게 된다. 

포도당이 충분히 쓰이지 못하면서 포도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간에 지방이 쌓이면서 지방간이 발생한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악화되고 결국 노화 관련 질환이 많아진다. 결국 당뇨병은 노화를 촉진하는 대표적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당뇨병 합병증 관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당뇨병은 노화를 촉진하는 대표적 질환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당뇨병 치료 목표는 당화혈색소 조절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당뇨병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슐린을 합성하고 저장 및 분비하는 베타세포 기능을 잃게 되면 관리하기 어려우므로, 당뇨병 환자 상태가 악화되기 전 초기에 강력하게 당화혈색소를 조절하고 평생 관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새롭게 구성한 4개 TFT 중심으로 학회 활동 추진

이에 따라 대한당뇨병학회는 치료 관련 태스크포스팀(TFT)으로 △췌도부전당뇨병TFT △청년/임신당뇨병TFT △비만당뇨병TFT △노인당뇨병TFT 등을 만들었다. 당뇨병 유형에 따른 가이드라인 제정, 홍보 활동, 정책 논의 등은 각 TFT에서 맡는다.

특히 청년당뇨병과 비만당뇨병은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음에도 치료가 어려워 이들을 따로 분류해 TFT를 구성했다.

그는 "질환으로서 당뇨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의미를 부각시키고자 4개 TFT를 질병 위주로 꾸렸다"며 "TFT 활동에 본인이 관여하는 것은 신선하지 않아 절대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임기 동안 TFT가 중심이 돼 본 학회가 기존에 해왔던 연구, 활동 등을 계속하면서 새로운 활동을 추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화혈색소 조절 타깃한 4제요법 국내 근거 만들어질까

▲대한당뇨병학회 차봉수 신임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대한당뇨병학회 차봉수 신임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앞으로 학회가 진행하는 연구는 국내 치료 권고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임상연구가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던 당뇨병 치료 관련 임상연구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당뇨병 병인과 합병증 발생 기전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많이 진행됐다"며 "이제는 당뇨병을 어떻게 더 잘 치료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떤 치료가 좋을지 밝히는 연구를 학회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를 개선하기 위한 임상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그 예로, 당화혈색소 조절을 더 개선하기 위해 항당뇨병제 4제요법을 진행할 수 있는지 국내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당뇨병 환자에게 신약을 추가한 4제요법이 효과적인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4제요법이 도움이 된다면 국내 근거를 기반으로 가이드라인을 바꿀 수 있다"며 "4제요법의 타깃은 당화혈색소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추적관찰하기에 임기 내에 근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이사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당장 당화혈색소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를 최대한 활성화해 가이드라인에 반영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유관학회와 컨소시엄 이뤄 목소리 낼 것"

아울러 대한당뇨병학회는 전문가 단체로서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비만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등 유관학회와 컨소시엄을 이뤄 중요한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체중을 크게 줄이는 신약이 등장하는 가운데, 임상에서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관학회와 함께 의견을 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예로 비만치료제로 쓰이는 삭센다는 체중 조절에 효과적일지라도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극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진이 약제에 대해 충분히 알고 환자에게 사용해야 한다"며 "이러한 내용을 유관학회가 함께 알리는 것과 알리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다. 임상에서 약제를 조심히 잘 쓰도록 하는 것이 목적으로, 신약들이 계속 등장하는 시점에 전문가 단체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ICDM)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전 ICDM에 해외 연자를 많이 초대하면서 학술대회 질이 좋아졌다. 하지만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임기 2년 동안 적어도 팬데믹 전 학회 위상이 높아지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수준으로 올릴 수 있도록 ICDM 개최에 신경 쓸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