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경희대병원 황희정 교수팀, 항암치료 받은 당뇨병 환자 예후 조사
심평원 데이터 분석 결과, SGLT-2i 복용군이 사망 등 예후 악화 위험 낮아
"안트라사이클린 치료 중인 당뇨병 환자, SGLT-2i 추가 고려할 수 있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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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로 개발된 SGLT-2 억제제가 독소루비신 등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이하 안트라사이클린)로 인한 심장독성을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암 치료를 위해 안트라사이클린을 투약한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SGLT-2 억제제 복용 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사망 등 예후 악화 위험이 낮았다.

이번 연구는 소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존 연구와 달리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SGLT-2 억제제가 안트라사이클린 치료를 받는 당뇨병 환자에서 심장보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강동경희대병원 황희정 교수(심장혈관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결과는 Scientific Reports 지난해 12월 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암 환자 생존율 개선되면서 심장독성 문제 부각

안트라사이클린으로 인한 심장독성 문제가 부각된 이유는 항암제 발전에 따라 암 환자의 생존율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암 치료 과정에서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이 확인돼, 장기적으로 심혈관 예후를 개선하기 위한 관리전략에 관심이 모인 것.

이에 2022년 유럽심장학회(ESC)는 심장종양을 관리하기 위한 권고안 272개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황희정 교수는 "과거에는 암 환자에게 항암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졌지만, 암 환자의 장기 생존율이 개선되면서 안트라사이클린에 따른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 문제가 부각됐다"며 "안트라사이클린 치료 이후 환자 예후를 개선하자는 방향으로 치료 개념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SGLT-2 억제제는 동물실험에서 안트라사이클린으로 유발된 심장독성에 보호효과를 보이면서 부분적으로 항암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이를 근거로 학계에서는 SGLT-2 억제제가 안트라사이클린으로 인한 심장독성을 줄이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22년 미국 연구팀이 안트라사이클린 치료를 받은 당뇨병 환자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SGLT-2 억제제 복용군에서 심부전 발생,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새로운 심근병증 등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이 비복용군보다 의미 있게 낮았다.

사망률도 SGLT-2 억제제 복용군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연구는 분석한 환자군이 SGLT-2 억제제군 32명, 비복용군 96명으로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JACC Heart Fail 2022;10(8):559~567).

SGLT-2 억제제군, 1차 목표점 발생 위험↓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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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 연구팀은 심평원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SGLT-2 억제제가 안트라사이클린 치료를 받는 당뇨병 환자 예후를 개선하는지 평가했다.

2014~2021년 확인된 안트라사이클린 치료를 받는 당뇨병 환자 중 성향점수매칭을 적용해 SGLT-2 억제제 복용군(SGLT-2 억제제군, 779명)의 예후를 당뇨병이 없는 군(비당뇨병군, 7800명) 그리고 SGLT-2 억제제를 복용하지 않는 당뇨병 환자군(비SGLT-2 억제제군, 2337명)과 비교했다.

평균 추적관찰 기간 3.4년 동안 1차 목표점으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급성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사망 등 예후를 종합해 확인했다.

먼저 SGLT-2 억제제군과 비당뇨병군을 비교한 첫 번째 코호트에서 100인년당 1차 목표점 발생률은 SGLT-2 억제제군 1.52명, 비당뇨병군 3.95명으로 조사됐다.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은 SGLT-2 억제제군이 비당뇨병군 대비 65%(aHR 0.35; 95% CI 0.25~0.51) 유의하게 낮았다. 특히 SGLT-2 억제제군의 허혈성 뇌졸중과 사망 위험이 각 70%와 67% 의미 있게 낮았다.

SGLT-2 억제제군과 비SGLT-2억제제군을 비교한 두 번째 코호트에서 100인년당 1차 목표점 발생률은 각 1.52명과 2.91명이었다.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은 SGLT-2 억제제군이 비SGLT-2 억제제군 대비 53%(aHR 0.47; 95% CI 0.32~0.69) 유의하게 낮았다. 사망 위험은 58% 의미 있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SGLT-2 억제제가 안트라사이클린 치료를 받는 당뇨병 환자의 임상 예후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음을 전국 코호트 데이터를 토대로 확인했다.

사망 위험 감소, 심혈관 예후 개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결과는 SGLT-2 억제제군의 사망 위험이 낮았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사망을 평가요인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

지난해 발표된 심부전 병력이 없고 안트라사이클린으로 치료받는 당뇨병 환자를 조사한 코호트 연구 결과, 100인년당 사망률은 SGLT-2 억제제군 8.9명, 비SGLT-2 억제제군 16.6명이었다. 수치상 두 군 간 사망률은 2배 차이가 나타났지만, 분석한 환자 수가 많지 않아 통계적 유의성은 달성하지 못했다(JACC CardioOncol 2023;5(3):318~328).

빅데이터를 분석한 이번 국내 연구에서는 심혈관계 사건 발생 사례가 많지 않았다. 위급한 상태로 방문하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은 SGLT-2 억제제군 2명, 비당뇨병군 60명, 비SGLT-2 억제제군 6명으로 보고됐고, 급성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등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심혈관계 사건 발생 사례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SGLT-2 억제제군의 사망 위험은 비당뇨병군, 비SGLT-2 억제제군 대비 유의하게 낮았다. 즉,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이 낮은 이번 연구에서 SGLT-2 억제제군의 사망 위험이 낮다는 결과는 단순히 SGLT-2 억제제가 심혈관 예후를 개선했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연구팀 의견이다.

그는 "SGLT-2 억제제가 사망 위험을 낮췄다는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논란이 있다. SGLT-2 억제제가 체중과 염증을 개선하면서 사망 위험을 낮췄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를 확인하기 위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이번 연구에서 SGLT-2 억제제군의 전체 예후가 좋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뇨병은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으로, SGLT-2 억제제는 안트라사이클린 치료를 받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예후를 개선하는 약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메트포르민을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다음 약제 추가 시 SGLT-2 억제제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디앙 심장독성 예방 가능성 평가한 EMPACT 연구 진행 중

한편 SGLT-2 억제제인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이 안트라사이클린 치료를 받는 암 환자의 심장독성을 예방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EMPACT 연구가 진행 중이다. 1차 목표점으로 예방 목적의 SGLT-2 억제제가 고용량 안트라사이클린 치료 이후 좌심실 박출률(LVEF) 감소를 막을 수 있는지 평가한다.

그는 "EMPACT 연구는 환자 모집이 쉽지 않아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결과가 발표된다면, 안트라사이클린으로 치료받는 암 환자의 심장독성을 막을 수 있는 약제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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