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산하 심장종양학연구회 황희정 홍보위원장(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심장내과·종양내과 다학제 협진 중요…수가 마련 등 정책적 지원 이뤄져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암제 발전으로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서 심혈관질환이 중요한 사망 원인 중 하나로 떠올랐다.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 방사선치료 등 항암치료가 심장에 독으로 작용하는 심장독성(cardiotoxicity)으로 인해 심장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고되면서 항암치료 이후 심장건강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출범한 곳이 대한심장학회 산하 심장종양학연구회다. 항암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항암제 유발성 심근증, 협심증 등 합병증에 대한 발생기전과 진단 및 치료 연구를 수행하고, 항암치료가 필요한 암 환자의 심혈관질환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치료전략을 개발하고자 2016년 4월 한국심초음파학회 산화 연구회로 출범했다.
연구회 황희정 홍보위원장(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은 항암치료의 심장독성 문제를 알리는 홍보에 앞서 의료진 대상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황 홍보위원장을 만나 연구회가 설립된 배경과 앞으로 활동 계획을 물었다.
항암치료 이후 장기간 심혈관질환 막는 것이 목표
심장종양학연구회는 심장내과와 종양내과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다학제 연구회다. 항암치료 이후 심장독성 문제가 발생한 암 환자가 늘자 심장내과, 종양내과 등 전문가들이 심장종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연구회가 출범했다.
황 홍보위원장은 "2016년 연구회 출범 당시 서로의 분야를 잘 알지 못하는 심장내과와 종양내과가 만나 기본적인 내용부터 함께 공부했다. 심장내과 의료진은 심장독성이 심한 독소루비신부터, 종양내과 의료진은 심초음파로 측정한 박출률부터 공부하면서 약 7년간 연구회를 이끌고 있다"며 "이제는 항암치료로 발생하는 심부전뿐 아니라 심근경색,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을 총망라하며 교육과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회 목표는 항암치료를 안전하게 시행해 암 환자에게서 심장독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그는 "심장내과와 종양내과 의료진이 협업해 암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분야를 잘 알아야 한다"며 "교육과 연구를 통해 암 환자가 항암치료를 2~3년 받은 이후 30년 동안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을 앓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연구회 목표"라고 밝혔다.
연구회는 정기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심장종양에 대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동계심포지엄에서는 주목할 심장종양 연구와 함께 암 환자 협진 시 의료진이 맞닥뜨리는 고충 등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의료진에게 항암제 심장독성 알리는 교육·홍보 필요
황 홍보위원장은 암 환자 교육에 앞서 심장내과와 종양내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항암제의 심장독성을 알리는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종양내과 의료진 중 항암제의 심장독성을 인지하지 않고 과거처럼 항암치료만 하고 심장기능을 모니터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암 환자는 심장기능이 악화된 이후 심장내과에 내원해 적절한 관리를 받기 어렵다.
그는 "종양내과 의료진은 심장독성이 있는 항암제를 알아야 한다. 또 혈액검사 과정에서 심장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심초음파를 1년에 최소 1~2회 시행하거나 혈액검사 시 심근효소인 BNP 수치를 함께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심장내과에 환자를 의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종양내과 의료진은 암 환자의 심장기능이 악화되기 전 심장내과 의료진과 치료전략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장내과 의료진은 혈액검사에서 심근효소 수치 상승이 확인되면 심초음파로 암 환자 심장기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초기 심부전이라면 심부전 약제를 투약하는 등 심장내과 의료진은 암 환자를 면밀히 관리해야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학제 협진 수가 마련되면 광범위하게 암 환자 관리할 수 있어"
항암제의 심장독성을 시기적절하게 관리하려면 심장내과와 종양내과의 다학제 협진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학제 협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이 심장종양에 관심을 갖게 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이유다.
예로, 심장내과 의료진은 완치를 목적으로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와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아 심혈관질환보단 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암 환자의 치료에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종양내과에서 심장내과에 환자를 의뢰할 때 환자 상태나 증상만 기술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결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다학제 협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암 환자의 적절한 치료전략을 결정하려면 환자 병력, 과거 투약 항암제뿐만 아니라 향후 치료계획과 기대여명 등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 같은 정보 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다학제 협진 수가가 마련되는 등 정책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병원에서 심장종양에 관심을 갖게될 것이다. 이를 통해 광범위하게 암 환자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구회는 앞으로 심장종양에 대한 다학제 연구 수행에 힘을 더하면서 유튜브 등을 활용해 심장종양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그는 "암 환자의 심장독성 모니터링을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 다학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며 "예로,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는 3개월 간격의 심초음파 수행을 권고하지만 6개월 간격과 비교해 환자 결과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 있다. 이 같은 주제로 다학제 연구를 수행해 현재 가이드라인을 실제 진료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는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제한적이라 암 환자의 병기와 좌심실 박출률, 혈액검사 결과를 알기 어렵다.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고 환자 예후를 확인하려면 코호트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또 심장종양의 작은 내용부터 홍보하고자 유튜브 개설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