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건강보험 약제비 지출 적정화와 혁신신약 보상 강화를 위한 약가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업계는 지속적인 제네릭 약가인하로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가 운영되면서 혁신신약의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다. 

제약업계는 제네릭 약가 인하를 통해 그 재원으로 혁신신약 개발에 투입하는 트레이드오프 도입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기존 제네릭 중심에서 신약개발 등 R&D 투자에 집중하고, 산업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맞은 국내 제약업계가 제네릭 약가 인하 3중고를 극복하고 어떤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지 짚어봤다.  - 편집자 주 - 

① 제네릭 비중 낮추고, 혁신성 높은 신약개발 방점 
②수익 높은 제품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

2023년 정부는 2020년 7월 이전 등재된 제네릭 의약품 2만 3000여 품목을 대상으로 1차, 2차 기준급여 재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9월 5일 1차 재평가에서 1만 6723개 품목 중 9048개 품목은 상한금액이 현행대로 유지되지만, 7675개 품목은 상한금액이 인하됐다.

2차 재평가 결과는 2월 중 발표될 예정으로, 6700여 품목 중 어느 정도 규모로 제네릭 약가가 인하될지 국내 제약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 실거래가 약가는 2년마다 약제 실거래가를 조사해 상한금액이 조정된다. 이번 실거래가 약가인하 대상 품목은 2만 3000여 품목으로, 조정 범위는 가중평가격의 10% 내외로 약가가 인하될 전망이다. 

기등재 재평가·실거래가·사용량 연동 3중고

국내 제약업계는 기준급여 재평가와 실거래가 조정, 사용량-약가 연동제 확대에 따른 약가 인하 3중고를 겪고 있지만, 2024년에는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 제약기업의 연간 경영 계획은 1월 중 순 이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때 대략적인 모습은 제네릭 비중을 줄이면서도 혁신성 높은 신약개발 및 개량신약 개발에 주안점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성 높은 제품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과 수익성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부터 비만대사, 면역항암, 표적항암 등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큰 질환 중심으로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에 따라 R&D 센터 조직을 개편하고, 기술 융합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한다.

한미약품의 비만대사 프로젝트 H.O.P를 전담할 비만대사팀은 단순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한 비만 치료가 아니라, 비만을 만성질환의 근본 원인으로 정의함으로써 비만 예방과 치료, 관리를 아우르는 혁신 신약을 빠르게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신약 개발 기조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기존 제품들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의학적 근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미래 3대 핵심 성장동력 중 하나로 혁신신약 R&D를 선정하고 보다 공격적인 R&D 경영 기조를 펼칠 것”이라며 “대폭 확대된 혁신신약 연구 성과를 토대로 R&D 경영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웅, 자가면역질환 및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

미란성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와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등 잇따라 국산 신약 개발에 성공한 대웅제약은 올해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시험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대웅제약은 자가면역질환 Fist-in-Clas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WP213388’는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물질로, 면역세포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타깃인 ITK(Interleukin-2-inducible T-cell kinase)와 BTK(Bruton’s tyrosine kinase)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의 경구용 치료제다. 효과적인 치료약물이 부족한 자가면역질환 및 염증성 질환 환자들을 위한 글로벌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특발성 폐섬유증 혁신신약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 임상 2상을 빠르게 진행, 희귀질환의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베르시포로신은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국내 최초로 FDA 패스트트랙 품목으로 지정됐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국가신약개발 지원 과제로 선정돼 임상 시험 진행을 위한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이는 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이 혁신 신약으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월 영국 소재 씨에스파마슈티컬스사와 베르시포로신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계약규모 약 4130억 원)한 바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및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과 함께 엔블로 적응증 확대와 제형 변화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치료할 수 있도록 엔블로 제형을 점안제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 알리글로 FDA 승인으로 올해 하반기 미국시장 진출

GC녹십자는 지난해 12월 알리글로(Alyglo) 브랜드 혈액 제제 ‘GC5107B’가 FDA 최종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올해 하반기 미국 내 자회사인 GC Biopharma USA를 통해 ALYGLO를 출시할 예정이다. 

GC녹십자는 지속적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R&D 개발을 이어가고, 독감 백신과 혈액제제 개발 및 해외 수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 ‘MPS III A’와 희귀 혈액응고 질환 치료제 ‘MarazAA’, 혈전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치료제 후보물질 ‘GC1126A’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GC녹십자는 노벨파마와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 ‘MPS III A’를 공동개발하고, FDA로부터 희귀소아질환 의약품 지정(RPDD)을 받았다. GC녹십자와 노벨파마는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를 위해 효소대체요법 치료제(ERT, Enzyme Replacement Therapy)를 2020년부터 공동개발 중이다. 

GC녹십자는 독자적인 재조합 단백질 생산 기술로 GMP 시설에서 약물을 생산하고, 노벨파마가 비임상 연구를 진행한다. 또 GC녹십자는 희귀 혈액응고 질환 관련 파이프라인 3개를 카탈리스트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자산양수도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중 글로벌 임상 3상 단계 중인 Marzeptacog alfa(MarzAA)는 희귀 혈액응고장애 질환에서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MarzAA’는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되고 있어 희귀 혈액응고장애 질환 환자들에게 투여 편의성까지 제공한다.

GC녹십자는 자체 개발 중인 혈전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치료제 후보물질 ‘GC1126’에 대해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연구개발 비용 세금 감면, 허가 심사 비용 면제, 소아대상임상시험계획서(Initial Pediatric Study Plan) 제출 면제 혜택을 받는다. 
허가 승인 시 시판허가일로부터 7년간 시장 독점 혜택도 받는다.

GC녹십자 관계자는 “GC녹십자의 올해 계획은 지난해 12월 FDA로부터 혈액 제제 ‘GC5107B’에 대한 최종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하반기 미국 시장 진출을 예정하고 있다”며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과 R&D 개발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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