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2005~2018년까지 약 800개 미디어 보도 기사 분석
조현병 관련 범죄·갈등 프레임 5배 증가한 반면, 의학적 정보는 절반 이상 줄어

[메디칼업저버 이주민 기자] 조현병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언론의 조현병 사건 보도가 이런 인식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조현병학회는 용인정신병원 이유상 원장과 차의과대학 김일빈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조현병에 대한 미디어 프레임이 사회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7일 밝혔다.

조현병의 과거 병명은 정신분열병이었다. 신경정신의학회와 조현병학회는 지난 2012년 편견과 낙인해소를 이유로 정신분열병을 조현병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에 연구팀은 명칭이 변경 된 후 미디어 프레임과 사회적 인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분석하고 언론보도의 바람직한 방향 정립과 조현병 환자를 위한 적절한 치료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국내 대형 온라인 검색 엔진인 Naver를 통해 2005~2018년까지 약 800개 미디어가 보도한 온라인 뉴스 기사를 수집했으며, 토픽 모델링과 텍스트 분석을 통해 기사 내 조현병과 관련된 주요 토픽과 키워드를 식별하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언론은 범죄와 갈등과 관련된 프레임을 주로 다루고 있었으며, 의학적 정보는 점차 다루지 않기 시작했다. 

갈등 프레임은 범죄와 같은 갈등을 포함한 것으로, 조현병 명칭 변경 후 조현병 환자의 범죄 보도는 약 5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과 같은 특정 사건이 이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증상과 연구, 원인, 치료 등 의학적 내용의 의료 프레임은 명칭 변경 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으로 더 이상 중요한 이슈로 여겨지지 않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강력범죄 연루 등 조현병 환자의 고정관념이 증폭되는 시회적 인식 변화가 초래됐으며, 부정적인 보도가 증가할 수록 입원 빈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현재 우리나라 언론은 정신질환 보도에서 범죄 등 갈등 위주의 프레임을 주로 다루고 있다"며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불합리학 공포와 낙인을 조성할 수 있어 보도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BMC Psychiatry 2023년 11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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