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
WHO 단기치료 요법 권고 이어 국내도 개정 움직임
국내 환자 대상 효과 입증한 MDR-END, 유익한 선택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

- 2023년 현재 국내 다제내성결핵 발생률은 어떠한가?

국내 다제내성결핵 발생률은 특별히 더 증가하고 있지는 않다. 결핵을 처음 치료받는 환자에서 1.9%, 한 번이라도 결핵 치료를 받았던 환자 중에서는 7.0% 정도다. 전체 결핵 환자 중 다제내성 결핵 환자의 비율은 나라마다 다른데 우리나라는 많이 높은 편은 아니며 OECD 평균 정도로 선진국형에 가깝다.

다제내성 결핵 발생률을 줄이려면 다제내성 환자끼리 전파가 늘어나는 것과, 최초 감수성 결핵 환자의 치료를 잘 못해서 추가로 내성을 획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결핵환자 관리를 잘 하고 있어 치료 중 중단하는 환자의 비율이 2% 정도로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미국과 영국의 다제내성 결핵 유병률과도 비슷하다.

- 세계보건기구(WHO)가 2022년에 발표한 다제내성결핵 치료 지침과 국내 지침의 차이점은?

WHO 이전 지침에서는 신약 위주 약물로 20개월 장기 치료를 하도록 권고했으나, 이번 업데이트에서 경구제로만 구성된 단기요법을 시행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최근 임상 연구에서 BPaL(베다퀼린, 프레토마니드, 리네졸리드)요법이 약제 내성 유무와 관계없이 6~9개월 만에 치료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해당 요법이 소개됐다. 

국내 지침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아직 사용할 수 없다. BPaL 요법은 프레토마니드라는 약제가 베이스가 되는데, 이 약제가 들어올 때 전제조건이 BPaL 요법으로 구성해 사용하는 것만 허용이 된다는 점이다. 프레토마니드와 다른 약제를 섞어 쓰고 싶어도 연구 결과가 없어 오로지 BPaL 요법으로만 사용이 허용된다. 

이번에 국내 진료 지침을 개정하면서 WHO와 보조를 맞출 예정이다. 현재 국내 기관에서 임상 연구, 운용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단축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 국내 다제내성결핵 표준치료 처방에 어떤 미충족 수요가 있나?

다제내성결핵은 오랜 치료가 필요해 최대한 단기 치료로 많이 들어오게 해야 하는데 첫 번째 허들이 퀴놀론 내성 유무 진단이다.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퀴놀론 내성 비율이 높다.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약 25% 정도가 퀴놀론 내성으로 다제내성결핵 치료 시 퀴놀론 내성 여부가 중요한 영향을 준다.

퀴놀론 내성 유무를 빨리 알아야 약제 구성을 잘할 수 있는데, 내성을 확인하는 진단 검사가 국내에 아주 제한적으로 도입 돼있다. 원칙대로 결핵을 진단하고, 균을 배양하고 내성 유무를 확인하고, 퀴놀론 내성까지 확인하는데 정말 빨라도 2~4개월이 걸린다.

다제내성 결핵임을 확인하고 약제를 구성할 때 퀴놀론 내성 여부를 몰라 단기 요법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퀴놀론 내성 여부와 상관없이 치료를 단축할 수 있는 요법이 필요하다.

- 2022 WHO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BPaL, BPaLM요법의 국내 적용 시 문제점은 없는가?

국내에서 프레토마니드는 BPaL 운용연구를 통해 일부 기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연구에 참여하려면 퀴놀론 내성 유무를 확인해야 하고, BPaL 요법 사용 이전에 다른 신약 치료를 받은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돼 매우 일부 환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또한 BPaL 요법은 리네졸리드라는 항결핵제의 용량을 고용량으로 설정해 국내 환자의 경우 부작용 위험이 있어 실제 사용에 매우 제한적이다. 

- 국내 다제내성결핵 환자 치료 연구(MDR-END Study) 결과와 의미는 무엇인가?
MDR-END라고 하는 국내 임상 연구에서 9개월 치료로 기존 20개월 치료와 비슷한 효과를 내,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 MDR-END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국내를 베이스로 이뤄진 연구라는 점이다.

보통 해외 연구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별로 없고 일부 환자만 등록되거나 국내는 배제됐다. 그러나 MDR-END는 오로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다른 환자에게 적용해도 동일한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 MDR-END 처방의 국내 임상 현장 활용 가능성은?

BPaL 요법의 효과가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용 문제와 국내 연구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연구 결과가 좋아도 일부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에 사용 역시 제한된 상황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다제내성결핵은 통제와 관리가 가능한 상황에서만 약을 줘야 하는 질환이다. 그렇지 않으면 추가 획득 내성이 큰 문제가 된다. 

국내에 다제내성결핵 전문가가 많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환자들이 모두 서울에 있는 병원을 방문하기도 어렵다. 그럴 때 국내 적용 경험이 제일 많은 MDR-END 처방은 사용 가능한 유익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MDR-END는 리네졸리드를 저용량 사용해 부작용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 국내 다제내성결핵 환자 치료에 델라마니드 적용 시 임상적 이점이 있나?

델라마니드의 장점은 국내 결핵 연구자들이 임상 경험이 많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근거가 조금 부족하나 국내 환자 대상으로는 경험이 많다. 국내 환자 경험을 토대로 해외 저널에 발표도 많이 되는 등 어느 정도 효과를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델라마니드 자체가 베다퀼린에 비해 약의 효과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현재 델라마니드를 포함하는 요법을 처음부터 구성할 수 없어 MDR-END 처방이 불가능하다. 델라마니드를 포함하는 요법을 처음부터 구성할 수 있는 옵션이 국내에 주어진다면 많은 임상에서 MDR-END 요법을 초기에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WHO가 베다퀼린과 델라마니드를 동일하게 권고했으나 지침이 업데이트되면서 국내 권고사항과 차이가 생겼다. 과거 국내 및 WHO 지침에 따라 계획된 연구에서 사용한 약제를 WHO 지침 업데이트에 따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해외 지침을 따른다는 이유로 국내에 적용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국내는 WHO의 방향을 빨리 따라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영국이나 일본은 자국에서 증거가 없으면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도 이제 국내 경험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우리 현실에 근거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지침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