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 '아순덱시안' OCEANIC-AF 임상3상 효능 부족으로 조기 중단
또 다른 FXI 억제제 '밀벡시안'·'아벨라시맙' 임상3상 진행 중
온영근 교수 "출혈 위험 낮출 수 있어도 기존 DOAC과 동일한 효능 보여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임상에 도입된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보다 안전한 새로운 항응고제 등장에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DOAC보다 출혈 위험을 낮춘 제11혈액응고인자(factor XI, FXI) 억제제 개발에 나선 가운데, 최근 바이엘이 해당 계열의 치료 후보물질인 아순덱시안의 OCEANIC-AF 임상3상을 조기 중단한다고 19일(현지시각) 밝혔다. 기존 DOAC 대비 아순덱시안의 효능이 부족하다고 판단됐다는 이유다. 

아순덱시안의 임상3상 실패로 인해 현재 개발 중인 새로운 FXI 억제제들이 안전성 측면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어도, 기존 DOAC과 동일한 수준의 효능을 얻는 것이 상용화로 이어지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DOAC, 뇌졸중 예방 효과적이지만 출혈 위험 여전히 남아 있어

DOAC은 비타민K 길항제(VKA)인 와파린과 비교해 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이면서 출혈 위험이 낮다. 그럼에도 DOAC 투약 시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출혈 우려로 환자가 저용량을 투약하거나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면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출혈 위험을 낮춘 안전한 항응고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있다. 

FXI는 혈전증에 중요하지만 지혈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근거가 쌓이면서 새로운 항응고제 타깃으로 주목받는다. FXI가 결핍된 사람들은 출혈 경향이 적다고 보고된다. 

이에 제약사들은 FXI 억제제 개발에 관심을 뒀고 해당 기전의 항응고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 중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로 바이엘의 아순덱시안과 BMS와 얀센의 밀벡시안, 미국 안토스 테라퓨틱스사의 아벨라시맙 등이 주목받았다.

 

아순덱시안, 엘리퀴스 대비 효능 열등…IDMC 조기 종료 권고
OCEANIC STROKE·AFINA 임상3상 진행 예정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바이엘은 아순덱시안의 OCEANIC-AF 임상3상을 조기 중단한다며 실패를 알렸다. 

OCEANIC-AF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예방에 대해 아순덱시안과 DOAC인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의 효능을 비교한 연구다.

그러나 엘리퀴스와 비교해 아순덱시안의 효능이 열등한 것으로 나타나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 권고에 따라 임상3상을 조기 종료했다. 바이엘은 데이터를 추가 분석해 향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아순덱시안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한 PACIFIC-AMI 임상2상과 비심인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모집한 PACIFIC-STROKE 임상2상에서 안전성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효과에는 의문을 남겼다. 

PACIFIC-AMI 결과에 따르면, 심근경색 이후 아순덱시안 50mg 투약 시 출혈 위험이 증가하지 않고 FXI가 90% 이상 억제됐다. 그러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스텐트 혈전증을 종합해 평가한 1차 유효성 목표점 발생률은 위약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PACIFIC-STROKE에서도 비심인성 허혈성 뇌졸중 2차 예방을 위해 항혈소판제와 아순덱시안을 병용 시 6개월 시점에 MRI에서 확인한 무증상 뇌경색 또는 허혈성 뇌졸중 재발 등 발생률이 위약과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12개월 시점의 주요 또는 임상적으로 관련된 비주요 출혈 발생률도 아순덱시안과 위약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아순덱시안이 임상연구에서 쓴맛을 보고 있지만 개발사는 다른 환자군에 대한 임상3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OCEANIC STROKE 임상3상은 급성 비심인성 허혈성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항혈소판요법에 더해 아순덱시안과 위약 투약 시 효능 및 안전성을 비교한다. 바이엘에 따르면, IDMC는 OCEANIC STROKE 임상3상을 계획대로 진행하도록 권고했다.

이와 함께 OCEANIC-AFINA 임상3상은 출혈로 인해 경구용 항응고제 치료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뇌졸중 또는 전신색전증 고위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아순덱시안과 위약을 비교한다. 다만, 이 연구는 아직 환자 모집을 시작하지 않았다. 바이엘은 OCEANIC-AF 임상3상 결과를 고려해 연구 디자인을 재평가할 예정이다.

 

밀벡시안·아벨라시맙, 출혈 위험'만' 낮출 수도
"임상2상 긍정적이어도 임상3상 결과 기다려야"

아순덱시안이 비보를 전한 가운데 밀벡시안과 아벨라시맙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아순덱시안과 밀벡시안은 이미 활성화된 FXI를 억제하는 저분자 물질이라면, 아벨라시맙은 활성화되는 FXI 형성을 막는 기전의 인간화 단일클론항체 약물이다. 

밀벡시안은 2021년 발표된 무릎관절치환술을 받은 환자 대상 AXIOMATIC-TKR 임상2상에서 기존 항응고제인 에녹사파린과 비교해 다양한 용량에서 출혈 위험 증가 없이 정맥혈전색전증 발생률을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지난해 발표된 뇌졸중 2차 예방 효능을 평가한 AXIOMATIC-SSP 임상2상에서는 출혈 위험을 높이지 않았지만 용량에 따른 일관된 유효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밀벡시안은 지난 5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혈성 뇌졸중,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심방세동 등 3개 적응증에 대해 패스트트랙 심사대상으로 지정받았다. 개발사는 밀벡시안의 Librexia 임상3상 프로그램인 Librexia STROKE, Librexia ACS, Librexia AF 등 세 가지를 진행 중이다.

아벨라시맙은 자렐토(리바록사반)와의 맞대결을 펼친 AZALEA-TIMI 71 임상2b상에서 출혈 위험을 상당히 낮추는 혜택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는 11~13일 열린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3)에서 공개됐다.

연구는 아벨라시맙의 출혈 위험이 자렐토보다 압도적으로 낮아 지난 9월 IDMC 권고에 따라 조기 종료됐다. 이 연구는 현재까지 FXI 억제제와 DOAC을 직접 비교한 가장 대규모이자 장기간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개발사는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아벨라시맙 LILAC 임상3상에 더해 암 연관 정맥혈전색전증 치료에 대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온영근 교수(순환기내과)는 "임상에서 사용 중인 DOAC이 대다수 환자에게 효과적이지만 소수 환자에게 효과가 작게 나타나거나 출혈 등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항응고제 개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개발 중인 FXI 억제제들이 임상2상에서 출혈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지금까지 경향이라면 향후 진행될 임상3상에서도 출혈 위험을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새로운 항응고제가 기존 DOAC과 동일한 효능을 보여야 하는데 이것은 출혈과 별개의 문제다. 임상에 도입된 DOAC과 똑같은 효능을 보이면서 출혈 위험도 낮출 수 있고, 오히려 같은 효능을 보이지 못하고 출혈 위험만 낮출 수도 있다"면서 "임상연구에서 새로운 항응고제가 출혈 위험을 낮췄을지라도 향후 임상3상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아직 새로운 항응고제를 사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므로 지금은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DOAC을 진료현장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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