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경제성·효율성 갖춘 마이크로니들 접목한 의약품 개발 시도 활발
기업 간 협업으로 빠른 임상 진입 노력…치료제·백신·톡신에도 접목
약물 적재량·투여량 조절 위한 연구 필요…허가 및 품질 관리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최근 '붙이는 주사'로 불리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에 대한 제약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활용한 의약품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제약 기업과 플랫폼 기술 보유 기업들이 협업을 통해 다양한 의약품의 마이크로니들 패치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만 개발 및 상용화에 이르기까지는 몇 가지 허들을 넘어야 한다. 

마이크로니들은 기존 경구제와 주사제 약물을 보완한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이다. 미세한 바늘이 피부를 통과해 유효성분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주로 패치 형태로 개발된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은 미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마이크로니들을 선정했다. 간편한 사용 방식으로 의료진 없이도 개인 스스로 안전한 투여가 가능해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 주사제에 비해 의료폐기물이 적고, 단가가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약물 변질 우려가 적어 운송·보관도 편리하다. 이에 마이크로니들 기술의 발전이 의료 형평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경구제 복용 시 약물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위장 내 환경에 의해 약물이 변화하거나 흡수율이 저하되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대사작용을 겪지 않고 피부로 바로 투여하기 때문에 흡수율도 비교적 높다. 약물 전달 과정에서 위, 간 등에 직접적인 부담을 가하지도 않는다. 

만성 질환자 증가, 팬데믹 유행, 인구 고령화 등 사회적 현상에 따라 마이크로니들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퓨쳐 마켓 인사이트는 글로벌 마이크로니들 시장 규모가 2018년 1230만 달러에서 연평균 7.9% 성장해 2030년에는 308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간 '콜라보' 활발…치료제·백신·톡신에도 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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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은 주로 제약기업과 마이크로니들 기술 확보 기업의 공동 연구개발 및 업무 협약 체결을 통해 진행되는 추세다.

제약기업은 원료 공급 및 동물실험에 집중하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마이크로니들 제형화와 품질 분석을 진행해 빠른 속도로 임상에 진입하려는 전략이다. 기술 접목이 시도되고 있는 의약품은 치료제, 백신, 보툴리눔 톡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JW중외제약은 지난달 마이크로니들 연구 기업 테라젝아시아와 탈모치료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테라젝아시아의 플랫폼을 활용해 전신 순환, 국소 적용 의약품의 약효를 높이고 주사제에 비해 투약 편의성은 높은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8월 호주 백신 플랫폼 기업 백사스와 업무 협약을 맺고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접목한 장티푸스 단백접합 패치백신을 개발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장티푸스 백신 ‘스카이타이포이드’의 항원을 공급하고, 백사스는 이를 활용해 피부에 부착하는 ‘마이크로어레이 패치’ 제형 개발에 나선다.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을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개발 중이다. 다한증 치료 목적 보툴리눔 톡신 HG103을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로 개발하고 있으며 연내 임상1상 신청을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핫한' 비만치료제도 제형 변경으로 승부수

최근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만치료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로 개발하기 위한 경쟁도 뜨겁다.

GLP-1 계열 약물을 중심으로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급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패치형 제제 개발로 편의성을 높여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대원제약은 마이크로니들 전문기업 라파스와 협력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를 마이크로니들 제형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지난 8월 패치형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1상 IND를 신청한 상태다. DW-1022는 지난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바이오 산업 핵심 기술 개발 사업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아에스티와 주빅도 올해 2월 공동연구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당뇨 및 비만치료제를 마이크로니들 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원료 공급과 동물실험을 통한 성능 입증에, 주빅은 마이크로니들 제형화하 품질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계열사인 대웅테라퓨틱스의 자체 플랫폼 '클로팜'을 활용해 개발에 나섰다. 회사는 GLP-1 약물을 탑재한 1cm² 크기의 초소형 패치를 개발 중이며 현재 비임상을 완료하고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내년 초부터 임상1상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투약 중단 시 식욕이 돌아오고 체중이 다시 증가할 수 있어, 꾸준한 치료를 위해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웅제약 측은 "환자의 치료 순응도는 앞으로 GLP-1 제제의 가장 중요한 허들"이라며 "대웅제약이 개발하는 주1회 제역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이러한 허들을 해결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기대를 밝혔다.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남은 허들은?

이처럼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개발 및 상용화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현재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화장품은 다수 출시·판매되고 있으나 아직 의료용으로 허가 받은 제품은 없다. 탑재할 수 있는 약물 용량에 한계가 있고 바늘 소재나 약물 특성 등에 따라 흡수율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어서다. 

이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간한 '식의약 R&D 이슈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향후 약물 적재량과 투여량을 조절하는 심화적인 연구가 필요할 전망이다. 

마이크로니들의 소재, 배열 방식, 니들의 직경 및 모양 등 각종 변수를 고려해 약물 함량을 균일하게 양산하고 전달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백신의 경우 면역을 유도하려면 역치 용량이 필요한데, 약물이 피부 표면에서 손실될 가능성을 고려해 약물 적재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융복합제품인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은 아직 구체적으로 수립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식약처는 2021년 마이크로니들 품질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제품화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품목 허가에 필요한 시험 항목, 안전성 평가, 품질관리기준 등 참고할 수 있는 표준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미국, 유럽 등도 최근 가이드라인 마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해외와의 규제조화도 중요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은 현재 약물 전달률이나 대량생산 문제 등 기술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극복이 된 상황"이라며 "허가 및 상업화를 위해서는 임상 연구, 생산 및 품질 관리 등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은 여러 의약품을 탑재할 수 있다는 면에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정부기관과 산학계가 면밀하게 협력해 글로벌로 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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