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 코리아 '베르쿠보 급여 등재 기자간담회' 16일 개최
베르쿠보, 좌심실 수축기능 저하 만성 심부전 환자 치료에 보험 급여 적용
김응주 교수 "베르쿠보, 심부전 악화 경험 환자에게 예방약 역할 할 것"

▲바이엘 코리아는 16일 콘래드 서울에서 '베르쿠보 급여 등재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세브란스병원 강석민 교수는 '국내 만성 심부전 질환 및 치료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바이엘 코리아는 16일 콘래드 서울에서 '베르쿠보 급여 등재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세브란스병원 강석민 교수는 '국내 만성 심부전 질환 및 치료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4개 기둥(4-pillars)이라 하는 네 가지 심부전 표준 치료제만으로 채우지 못하는 치료 영역을 베르쿠보(성분명 베리시구앗)가 채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VICTORIA 임상3상 결과를 근거로, 표준치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 악화를 경험하는 만성 심부전 환자에서 베르쿠보가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을 막는 등 예방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다.

심부전 환자 2명 중 1명은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원할 정도로, 심부전 환자는 증상 악화를 빈번하게 경험하며 재발로 인한 입원은 사망 위험을 높인다. 

이로 인한 심부전 환자 의료비 부담도 상당한 가운데, 지난 9월 베르쿠보에 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많은 환자가 심부전 악화와 입원 위험을 줄이는 등 임상적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엘 코리아는 16일 콘래드 서울에서 '베르쿠보 급여 등재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심부전 악화 환자 대상 VICTORIA, 베르쿠보군 심혈관 사망·심부전 입원 위험↓

베르쿠보는 가용성 수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sGC) 촉진제다. 지난 9월 1일부터 좌심실 수축기능이 저하된 만성 심부전 환자(NYHA 기능등급 ll~lV) 중 좌심실박출률(LVEF)이 45% 미만인 환자로, 4주 이상의 표준치료에도 불구하고 세부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다른 심부전 표준치료와 병용투여하는 것에 대해 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세부 조건은 △6개월 이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3개월 이내 심부전 악화로 외래에서 정맥 내 이뇨제를 투여한 경우(단, 정맥 내 이뇨제 투여는 충분한 내약 용량의 경우 이뇨제 사용 후 투여하는 경우에 한함) △동리듬인 경우 BNP≥300pg/mL 또는 NT-proBNP1000pg/mL, 심방세동인 경우 BNP≥500pg/mL 또는 NT-proBNP≥1600pg/mL 등이다.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는 'VICTORIA 연구 리뷰 및 베르쿠보 급여 등재 의의'를 주제로 강연했다.

베르쿠보 허가 및 보험 급여 적용 근거가 된 VICTORIA 임상3상 결과에 따르면, 베르쿠보는 이미 악화를 경험한 심부전 환자의 심부전 관련 사망 또는 입원 위험을 낮췄다.

연구에는 NYHA 기능등급 II~IV이며 박출률이 45% 이하인 만성심부전 환자 5050명이 모집됐다. 이들은 심부전으로 입원했거나 외래에서 정맥용 이뇨제를 투여한 경험이 있는 심부전 악화 환자였다. 

10.8개월(중앙값) 추적관찰한 결과, 베르쿠보군은 1차 목표점인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 위험이 위약군 대비 10% 유의하게 낮았고, 연간 절대위험감소율은 4.2%로 조사됐다.

1차 목표점의 10% 상대 위험 감소는 수치상 크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1년이 되지 않은 짧은 추적관찰 동안 좋은 결과를 얻어 연구가 조기종료됐다는 점에서 위험 감소 혜택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브란스병원 강석민 교수.
▲세브란스병원 강석민 교수.

이와 함께 연간 치료필요환자수(NNT)는 24명으로, 24명이 베르쿠보를 복용하면 1명이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 측면에서 베르쿠보의 혈관 확장 효과에 따라 저혈압 또는 실신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연구에서는 위약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다른 네 가지 심부전 치료제가 혈압을 낮추는 부담이 있는 가운데 베르쿠보는 혈압 변화에 대한 우려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브란스병원 강석민 교수(심장내과, 대한심부전학회 회장)는 "심부전은 모든 심혈관질환의 종착역이다. 많은 심부전 치료제가 심부전 환자의 입원 위험을 낮췄지만, 여전히 잔여 위험이 남아있다"며 "주된 엔진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을 채울 보조엔진이 필요했다. 심부전 치료에서 베르쿠보가 보조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임상연구에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순환기내과, 대한심부전학회 보험이사)는 "예상보다 베르쿠보 급여 적용이 빨리 이뤄져 기쁘게 생각한다"며 "심부전 악화를 경험한 환자에게는 예방적 차원의 약물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베르쿠보가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르쿠보로 '5개 심부전 표준치료' 구축될까?

현재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베르쿠보를 표준치료에도 증상이 악화된 심부전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심부전학회(AHA·ACC·HFSA)와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미 가이드라인에 따른 약물치료(GDMT)를 받은 HFrEF 환자이면서 최근 심부전 악화를 경험한 고위험군의 경우,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및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추기 위해 sGC 촉진제(베르쿠보)를 고려하도록 명시했다(Class 2b).

대한심부전학회 심부전 진료지침은 서양보다 더 높은 단계로 베르쿠보를 권고하고 있다(Class IIa).

김 교수는 "리뷰 논문을 보면, 심부전 악화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로 베르쿠보를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4개 기둥에서 더 나아가 베르쿠보를 5개(quintuple) 주요 치료의 일부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

다만 가이드라인에서 표준치료로 권고하는 SGLT-2 억제제는 아직 심부전에 대한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베르쿠보가 먼저 급여 적용되면서 임상에서 널리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강 교수는 "실제 임상에서 SGLT-2 억제제 비용이 비싸지 않아 비급여로 당뇨병이 없는 환자에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베르쿠보는 2차 약제로서 심부전 치료 틈새 영역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입원을 여러 번 경험한 환자, NT-proBNP 수치가 높거나 증상을 계속 호소해 급여 기준에 해당하는 심부전 환자에게 베르쿠보가 매력적인 약제로 권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VICTORIA에 이어 발표될 VICTOR 연구에도 학계의 기대감이 모인다. VICTOR 연구는 심부전 악화를 경험하지 않은 HFrEF 환자도 포함해 진행 중인 연구다. 이를 통해 베르쿠보가 HFrEF 환자에게 포괄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심부전 악화를 경험하지 않은 환자 또는 악화를 경험한 지 6개월이 지난 안정된 HFrEF 환자의 추가적 질환 진행 위험을 막는 데 베르쿠보가 도움이 될지 평가하는 VICTOR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또 하나의 심부전 치료 무기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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