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파마슈티컬스 '네피' 자문위 승인 권고에도 이례적 승인 거절
급성 비염 환자 대상 연구 결과 추가 요청…내년 하반기 허가 전망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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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아나필락시스 환자 응급처치에 쓰이는 에피네프린의 새 제형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불발됐다. 

현재까지 출시된 에피네프린 제품은 모두 주사제로 주사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의 응급 처치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비강스프레이 형태의 제품이 허가 도전에 나섰으나, FDA의 추가 데이터 요청에 따라 승인에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지난 19일  FDA는 ARS파마슈티컬스의 에피네프린 비강스프레이 '네피' 승인을 거절한다고 밝혔다. 제품 승인을 뒷받침할만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에피네프린은 가장 심각한 유형의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에 효과적인 약물이다.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 항원에 노출된 후 몇 분 이내에 발생하는데, 발작을 일으키거나 의식을 잃을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어 빠른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현재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아나필락시스 위험이 있는 때 에피네프린 자가주사제를 항상 휴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응급 상황에 환자 스스로 에피네프린을 허벅지에 주사하면 증상을 빠르게 완화할 수 있다.

에피네프린 투여 권고에도 주사제 부담에 처치 지연

그러나 주사 바늘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은 이를 사용하기 어려워 응급 상황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실제 아나필락시스 관련 88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아나필락시스 반응 발생 시 에피네프린을 투여한 경우는 5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피네프린 투여가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늘 때문으로 조사됐다. 

이에 여러 제약사가 다른 제형의 에피네프린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중 비강스프레이 제형의 네피는 허가에 가장 가까워진 약물이었다.

네피는 체중 30kg 이상 성인 및 어린이의 아나필락시스를 포함한 제1형 알레르기 반응 응급 치료를 위한 약물로 개발됐다.   

지난 2월 미국알러지천식&면역 연례학술대회(AAAAI 2023)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피는 에피네프린 자가주사제인 에피펜과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한 성인에게 네피 1mg 용량을 투여한 결과 30분 이내에 혈중 에피네프린 농도가 최대에 도달했다. 이는 20분 내에 반응을 보인 에피펜(0.3mg)보다는 느리고 45분 내에 반응한 근육주사(0.3mg)보다는 빠르다. 

이후 진행된 네피 2.0mg의 단일 용량 분석 결과, 에피네프린 주사제와 비슷한 약동학적(PK) 프로파일을 나타냈으며 이중 용량 비교에서는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냈다. 혈압과 심박수에 대한 약력학적(PD) 효과는 안전성 프로파일과 마찬가지로 모든 에피네프린 전달 방식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자문위 권고에도 승인 거절…내년 하반기 재도전

ARS파마슈티컬스 '네피'
ARS파마슈티컬스 '네피'

FDA의 이번 승인 거부가 놀라운 이유는 지난 5월 FDA 폐알레르기 약물 자문위원회(PADAC)가 네피 승인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자문위 권고에는 구속력이 없으나, FDA가 자문위가 권고한 약물을 승인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당시 자문위에서는 임상 데이터의 부족, 특히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이 연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피는 윤리적 이유로 아나필락시스 환자에게 직접 테스트되지 않았다. 

그러나 투표 결과, 성인 대상 허가에 16:6, 어린이(18세 미만 30kg 이상) 대상 허가에 17:5로 찬성표를 던진 인원이 더 많아 승인을 권고했다. 이에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른 네피의 승인일은 9월 19일로 예상됐다. 

하지만 FDA는 19일 ARS파마슈티컬스에 발행한 완전응답서한(CRL)을 통해 네피 승인을 거부했다. 이와 함께 알레르겐을 유발하는 알레르기성 비염 상태에서 에피네프린 주사제의 반복 투여량과 네피의 반복 투여량을 평가하는 약동학/약력학 연구를 완료하라고 요청했다. 

회사 측은 FDA의 결정에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자문위 당시 위원 중 알레르겐 유발 급성 비염 환자를 대상으로 완료된 연구 결과에 대해 구체적인 우려를 제기한 위원이 없었다는 것이다. 

ARS파마슈티컬스 리처드 로웬탈 CEO는 "우리는 FDA와 시판 후 요구 사항으로 조율했던 반복 투여 연구를 사전 승인 요구 사항으로 변경하라는 늦은 요구에 매우 놀랐다"며 "이러한 조치로 인해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 위험에 처해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네피를 구입할 수 있는 시기가 더욱 지연된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FDA가 요구한 반복 투여 연구 결과를 기존에 합의한 대로 2024년 상반기에 제출하고 다시 FDA 승인을 기다릴 전망이다. 승인 예상 시기는 2024년 하반기다.

더불어 이번 CRL 발행에 항소하기 위해 공식 분쟁 해결 요청(FDRR)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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