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 위원 "민간에 맡긴 필수의료 살리기에 정부 나서야"
김창보 전 대표이사 "지역의사면허 등 다양한 아이디어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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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가 더 무너지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는 물론 소청과 붕괴 등 의료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가 모든 의료 시스템을 민간이 관리하도록 내버려 둔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라 비판한다.

민간이 주도하다 보니 돈이 되는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 비급여 과목으로 의사 인력이 쏠릴 수밖에 없고, 힘들고 고된 흉부외과나, 소청과 등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명예연구위원은 이제라도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 연구위원은 "의료는 시장에 맡겨야 할 부분이 있고, 정부가 컨트롤해야 할 영역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민간이 모두 시장이 주도권을 갖도록 했다. 그 결과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필수의료에 대해 아무도 정의 내리지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시장에 맡기면 해결되지 않는 분야라 생각한다"며 "늦었지만 시장 원리로만 굴러가지 않는 필수의료 분야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특별시 공공보건의료재단 김창보 전 대표이사도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이사는 "시장주의적 방식으로 의사를 배치하는 방식은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필수의료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필수의료에 참여할 동기부여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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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되고 힘든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들이 종사하려면 그럴 만한 동기부여가 필수적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은 여러 가지 지원책을 통해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과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공공병원이나 사립대학병원, 의과대학병원 등에서 수련 받을 때 보조금을 5년 동안 지급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2025년 회계연도까지 매년 약 624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의료를 지키기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지역보건센터에서 가정의학과, 내과, 소청과, 산부인과 등 1차 외래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을 고용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도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근무하면 다양한 형태를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도도부현은 지역의대 학부생 및 연수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커리어형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근무하면 인센티브도 지급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가칭)필수의료기금'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필수의료기금을 설치해 의료 분야 인프라 확충, 필수의료 분야 인력 양성 및 지원, 필수의료 강화 관련 사업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은 지역의사 할당제, 개업 시 정착자금 지원

필수의료에 필요한 의사를 육성하는 것 못지않게 지역에 의사들이 자리 잡도록 하는 것 또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다. 

외국의 상황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에 의사를 잡아두기 위한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2017년 '의료연구 마스터플랜 2020' 정책을 추진했다.

주요 내용은 의대압학요건 완화, 의대정원 10% 이내 지역의사 할당, 지역의사 취약지 10년 의무근무, 위반 시 벌금 부과 등의 내용이다. 

캐나다는 의사가 시골에 개원하면 학자금 대출은 물론 재정지원 등을 하고 있다. 또 독일은 지역의사할당제를 운영하고 있고, 일반의사가 개업을 하면 정착자금과 고용지금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들 나라처럼 의사들이 지방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요소가 있어야 입을 모은다. 

신 연구위원은 "의사들이 지방에 갔을 때 주거, 생활, 교육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이들이 지역의사에 종사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트랙을 달리하는 지방의사제도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를 살리려면 의과대학에서 학생을 뽑을 때부터 지방에 있는 인재들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는 지방 의대라도 수도권 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들이 졸업하면 모두 수도권으로 떠나는 양상이다. 

김 전 대표이사는 미국 등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 전 대표이사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주 정부에서 지역의사면허를 발급한다. 이를 통해 지역에 정착하는 의사를 확보한다"며 "우리나라도 원래의 방식 말고 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위원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신 연구위원은 "지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그 지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의대에 입학하고, 이들이 졸업 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의사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시스템은 의사 수나 수가 인상 등 몇 가지 요소를 해결한다고 풀리는 일이 아니다. 인력, 수가, 전달체계 등 3박자가 모두 개선될 때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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