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세현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김세현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타그리소 폐암 1차 치료 건강보험 급여 지연은 환자의 치료 기회가 줄어드는 꼴이라고 지적하며, 급여 적용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세현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타그리소 폐암 1차 치료 건강보험 급여 지연은 환자의 치료 기회가 줄어드는 꼴이라고 지적하며, 급여 적용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햇수로 5년째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폐암 1차 치료 건강보험 급여 도전 이야기다.

타그리소는 2016년 국내 허가 획득 후 현재까지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2018년 폐암 1차 치료에까지 적응증은 확대됐지만, 급여 확대 논의는 5년째 진행 중이다.

환자들의 요구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타그리소가 언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되는지 묻는 환자들도 많을뿐더러 비급여로라도 타그리소로 1차 치료를 받겠다는 환자들도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같다. 타그리소 1차 치료는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해 임상적 유용성 측면에서는 효과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세현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타그리소 폐암 1차 치료 급여 지연은 결국 환자의 치료 기회가 줄어들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글로벌 표준치료는 무엇인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타그리소다. 때문에 최근 진행되는 대부분 임상연구도 타그리소 1차 치료 후 내성이 생겼을 때 참여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타그리소 1차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게피티닙, 엘로티닙, 아파티닙 등 급여 가능한 약물로 1차 치료를 받은 후 2차 돌연변이가 확인되면 타그리소를 2차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 도전이 햇수로 5년째다. 그동안 논의에 진전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과거 동양인에서 생존 개선 데이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의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FLAURA 연구는 전체환자의 전체생존(OS)을 보는 연구로, 동양인 하위그룹을 분석하기 위해 설계된 게 아니었다.

정부에서는 동양인 OS 데이터를 빌미로 급여를 적용하지 않았다. 동양과 서양의 치료 패턴 차이 등 여러 요인을 통제하지 않고 단순히 하위그룹 분석으로 OS 데이터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건 의료 전문가로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 FLAURA 연구를 보면 타그리소 1차 치료의 OS는 38.6개월로, 표준치료 31.8개월 대비 약 7개월 차이가 난다. 이는 어떤 의미가 있는건가. 

기대여명에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암환자에게 7개월 차이는 상당하다. 어떻게 보면 환자 자신의 생존기간이 몇 배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생존기간이 얼마나 연장돼야 의미가 있는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평균적으로 3개월 정도 OS 차이를 보이면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이를 볼 때 7개월이면 상당한 진전이다. 

과거에는 폐암 4기로 진단되면 5~6개월, 세포독성 항암제로 치료하면 12개월 정도를 기대여명으로 말씀드리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3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1차 치료로 사용하는 약물은 안전성과 내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피티닙, 엘로티닙, 아파티닙 등 국내서 1차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피부 부작용이나 설사 등의 이상반응으로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타그리소도 부정맥 증례 보고가 있었지만, 사실 이는 모든 표적 항암제에 가능성이 있는 이상반응이다. 그럼에도 환자들이 비급여로라도 타그리소를 처방받겠다고 하면 부작용이 적고 안전한 만큼 일단 안심이 된다. 고령의 환자도 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없어서다. 

- 비급여로 타그리소 처방을 원하는 환자가 있나. 

최근 EGFR 변이가 있어 렉라자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말씀드렸더니 타그리소를 비급여로 계속 처방받겠다는 환자가 있었다. 타그리소를 1차 치료에 계속 사용해야 후속 치료에서 임상시험 참여 기회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국내 여건 상 1차 치료 이후 임상시험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폐암 관련 임상시험 계획서 대부분은 타그리소로 1차 치료를 받은 환자만 참여가 가능하다. 때문에 1차 치료로 타그리소를 사용하지 못한 국내 환자들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환자의 치료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임상시험이라도 참여해야 다른 약물로라도 치료할 수 있는 옵션이 늘고, 환자 입장에서도 신약을 경험할 기회가 된다. 그러나 타그리소로 1차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임상시험을 고려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잃게 되는 것이다. 타그리소로 먼저 치료를 시작하는 게 이점인 이유다.

- 렉라자가 1차 치료 급여 전까지 무상공급을 발표하면서 약제 스위칭을 원하는 환자들도 있을 것 같다.

렉라자 무상공급 프로그램은 이전에 치료받은 경험이 없는 환자만 참여할 수 있어 비급여로 타그리소를 복용하다 치료제를 바꾸는 것은 기준에 맞지 않아 참여가 불가능하다.

특히 약물을 스위칭할 경우 기존 치료제 만큼 효과가 있을지 확실치 않고, 새로운 이상반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전문가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 폐암 치료 환경, 어떻게 변해야 하나. 

사실 이미 너무 늦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타그리소의 1차 치료 급여가 이뤄져야 한다. 1차 치료 급여가 되지 않다 보니 다른 적응증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타그리소 사용도 급여가 안 되는 상황이다.

급여가 지연될수록 한국에서의 임상시험 기회가 줄고, 수행 기관도 감소해 전 세계적으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급여 적용 후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있다면 일부 신약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등 정책을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급여 논의 기간을 줄이는 등의 방안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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