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2023] FRAIL-AF, VKA 지속군 vs NOAC 변경군 안전성 비교
NOAC 변경군, 출혈 합병증 위험↑…혈전색전증 위험 차이 없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와파린 등 비타민K 길항제(VKA)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비-비타민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VKA로 치료받는 노쇠한 고령 심방세동 환자는 NOAC으로 변경하면 오히려 출혈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혈전색전증 위험 감소 측면에서도 더 좋다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5~2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3)에서 공개됐고 Circulation에 동시에 실렸다. 

노쇠·고령 심방세동 환자 대상 VKA vs NOAC 데이터 부족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새롭게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해 VKA보단 NOAC을 선호하도록 한다. NOAC에는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 자렐토(리바록사반), 릭시아나(에독사반), 엘리퀴스(아픽사반) 등이 있다.

ESC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방세동 환자가 VKA로 치료 중이라며 NOAC 변경을 고려하도록 권한다. 특히 VKA에 대한 순응도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농도 범위 내에서 조절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치료 변경이 권고된다.

그러나 노쇠한 고령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VKA와 NOAC을 비교한 데이터가 부족하며, 특히 VKA로 치료 중이라면 NOAC으로 변경해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병원 Geert-Jan Geersing 교수는 25~2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3)에서 FRAIL-AF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ESC 기자간담회 영상 캡처.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병원 Geert-Jan Geersing 교수는 25~2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3)에서 FRAIL-AF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ESC 기자간담회 영상 캡처.

실용적 다기관 오픈라벨 무작위 연구로 진행된 FRAIL-AF 연구는 NOAC 랜드마크 연구에서 노쇠한 고령 환자에 대한 평가가 부족하다는 한계에 따라, 이들을 위한 최적 항응고제를 정리하고자 이뤄졌다.

출혈 발생 위험, VKA→NOAC 시 1.69배↑
"확실한 적응증 없다면 치료 변경 고려하면 안 돼"

2018년 1월~2022년 6월 75세 이상이면서 그로닝겐 허약지표(Groningen Frailty Indicator, GFI)가 3점 이상인 노쇠한 고령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1330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평균 나이는 83세였고, 여성이 38.8%를 차지했으며 GFI(중앙값)는 4점이었다.

이들은 혈액 응고수치인 INR에 따른 VKA 치료에서 NOAC으로 변경한 군(NOAC 변경군)과 VKA 치료를 지속한 군(VKA 지속군)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30mL/min/1.73㎡ 미만이거나 판막성 심방세동 환자는 연구에서 제외됐다.

주요 출혈 또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비주요 출혈 합병증 중 먼저 발생한 사건을 1차 목표점으로 설정해 원인별 위험도를 계산했고 사망을 경쟁 위험으로 간주했다. 분석은 치료의향분석(ITT)으로 시행됐고, 신장 기능에 따라 계층화됐다. 

2차 목표점은 허혈성 뇌졸중, 일과성 허혈발작, 말초동맥색전증 등 혈전색전증 발생으로 정의했다. 추적관찰 기간은 12개월이었다. 

ITT 분석은 NOAC 변경군 662명, VKA 지속군 661명이 대상으로 이뤄졌다. 추적관찰 동안 1차 목표점은 NOAC 변경군 101건, VKA 지속군 62건 발생, 총 163건이 확인됐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는 사전에 정한 데이터 안전성 모니터링 위원회의 무용성 평가에 따라 이득이 없단은 판단하에 중단됐다. 

주요 또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비주요 출혈에 대한 1차 목표점 위험은 NOAC 변경군이 VKA 지속군보다 1.69배 유의하게 높았다(HR 1.69; 95% CI 1.23~2.32). 

2차 목표점인 혈전색전증은 NOAC 변경군이 VKA 지속군 대비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1.26배 높은 경향을 보였다(95% CI 0.60~2.61). 혈전색전증은 NOAC 변경군에서 16건, VKA 지속군에서 13건 나타났고 100인 년당 발생률은 각 2.6건과 2.1건으로 조사됐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병원 Geert-Jan Geersing 교수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병원 Geert-Jan Geersing 교수

결과적으로, 노쇠한 고령 심방세동 환자는 INR에 따른 VKA 치료에서 NOAC으로 변경할 경우 오히려 더 많은 출혈 합병증을 경험하고 혈전색전증 위험이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진행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병원 Geert-Jan Geersing 교수는 "노쇠한 심방세동 환자는 VKA에서 NOAC으로 변경하면 오히려 더 많은 출혈 합병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NOAC의 높은 출혈 위험은 혈전색전증 위험 감소로 상쇄되지 않았다"며 "이는 노쇠하지 않은 고령 심방세동 환자에서 NOAC이 VKA보다 더 안전하다는 이전 연구와 달랐다.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확실한 적응증이 없다면, 노쇠한 고령 심방세동 환자의 항응고제를 VKA에서 NOAC으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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