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빅데이터 분석결과, 에독사반 등 와파린 대비 사망률 유의하게 낮아

급성 뇌졸중에 심방세동까지 진단받아 뇌졸중 재발위험이 지극히 높은 초고위험군 임상특성 환자에서 경구항응고제 첫치료 또는 초기치료 선택의 해법을 제시한 연구가 학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서울의대 권형민 교수(보라매병원 신경과)는 최근 ‘International Stroke Journal’ 저널에 ‘아시아 환자에서 NOAC의 뇌졸중 2차예방 유효성과 안전성(Effectiveness and Safety of Secondary Prevention of Non-vitamin K oral anticoagulants Use by Drug Type in Asian Patients)’ 제목의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한국인 환자 대상의 빅데이터에 기반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한 표준 경구항응고치료제로 자리잡은 비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NOAC)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와파린과 비교·관찰한 결과다.

NOAC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있어 기존의 와파린을 대체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풍부한 임상근거를 기반으로 등장 이후 10년에 가까운 처방경험을 축적해 가면서, 이제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전략으로서 표준이자 절대자의 위치에 군림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임상근거들이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1차예방 효과의 검증에 집중돼 왔기 때문에, 2차예방을 타깃으로 하는 연구에 대한 요구가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권형민 교수로부터 심방세동·뇌졸중 동반 환자를 대상으로 뇌졸중 2차예방을 위한 경구항응고치료 전략을 어떻게 구사해야 할지에 대해 들어봤다.

Q.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있어 NOAC의 역할과 비중은?

다양한 임상근거에 기반한 풍부한 처방경험에 비춰 볼때,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1·2차예방을 통틀어 NOAC의 위상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무작위·대조군임상연구(RCT)와 리얼월드데이터(RWD) 모두를 통해 NOAC은 와파린 대비 뇌졸중, 전신색전증, 두개강내출혈, 주요출혈의 위험감소를 입증받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5년 급여가 시작된 이후 많은 처방경험이 축적되면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와파린보다 NOAC의 처방이 선호되는 것이 현실이다.

Q. 신경과에서 NOAC을 처방하는 주된 사유는?

대부분 뇌졸중 2차예방을 목적으로 처방이 이뤄진다. 급성을 포함한 뇌졸중 원인으로 입원 또는 내원한 환자들에서 심방세동이 진단되는 경우 심장색전증에 의한 뇌졸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뇌졸중과 심방세동을 동반한 환자들에게 뇌졸중 재발예방(2차예방)을 목적으로 NOAC을 처방한다. 우리나라에서 연간발생 뇌경색 신규환자 수는 약 10만명에 달한다. 이 중 심장색전증 환자의 비율은 약 20~25%(약 2만~2만 5000명)이며, 심장색전증 환자 중에서는 심방세동이 다수를 차지한다.

Q. 뇌졸중 1·2차예방에 있어 NOAC의 성적은?

뇌경색 병력·비병력자를 포함한 심방세동 환자 대상의 RCT에서 NOAC은 와파린 대비 비열등한 혹은 일부 우월한 뇌졸중 예방효과를 보였다. 종합분석해 보면 와파린과 비교해 뇌졸중·전신색전증은 약 14%, 두개강내출혈은 약 50%, 주요출혈은 11% 정도 상대위험도 감소효과가 있었다. 또한 기존의 RWD에서는 뇌졸중 재발예방에 있어서도 와파린 대비 NOAC 제제들이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Q. NOAC과 와파린 비교·관찰 연구에서 뇌졸중 2차예방에 초점을 둔 이유는?

기존 연구들은 뇌졸중 1·2차예방 환자가 모두 포함됐고, 2차예방 환자들도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을 동반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즉 심방세동과 무관하게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도 연구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등 환자의 임상특성을 세부적으로 명확히 가려낼 수 없었다. 이는 심방세동에 의한 뇌경색 환자에서 NOAC의 뇌졸중 2차예방 효과를 규명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뇌경색은 소혈관 또는 대혈관이 막히는 경우, 심혈관색전증에 의한 경우, 기타 다른 이유에 의한 경우 등 여러 타입이 있다. 이때 심방세동에 의한 뇌경색은 그 자체로도 매우 심각하지만 예후도 상당히 위험한 만큼 적재적소에 적절한 타이밍의 빠른 치료가 시행돼야 한다.

특히 신경과에서는 재발위험이 극히 높은 급성기의 뇌졸중 환자를 접하게 되고 동시에 심방세동이 진단되면 2차예방을 목적으로 NOAC 치료를 적용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처방의 근거로 삼을 만한 연구 데이터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Q. 임상의 주도 리얼월드 연구를 진행한 배경은?

뇌졸중 발생과 함께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급성기, 즉 뇌졸중 진단시점의 초기부터 NOAC 치료를 적용할 경우 와파린 대비 유효성(뇌졸중·전신색전증 예방효과) 및 안전성(출혈사건 위험) 관련 예후를 어느 정도까지 예상해볼 수 있을지 규명하고자 후향적 관찰연구(RWD)를 진행했다. 특히 일부 병원의 데이터를 선별하기 보다는 전국의 처방 데이터(건보공단 빅데이터)를 전수조사해 국내 환자들의 심방세동·뇌졸중 동반 이후 치료행태와 그 결과를 파악하고자 했다.

Q. 임상의들이 주목해야 할 연구결과는?

NOAC과 와파린을 비교한 결과, 네 종류의 모든 NOAC이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상대위험도 감소에서 와파린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에독사반 20%↓, 리바록사반 18%↓, 아픽사반 21%↓, 다비가트란 18%↓). RCT에서는 NOAC이 대부분 와파린 대비 비열등(non-inferiority)한 것으로 돼 있지만, RWD에서는 확실히 보다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주요출혈 측면에서 에독사반과 아픽사반이 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고, 리바록사반은 와파린과 비슷했다. 리바록사반을 제외한 다른 NOAC은 주요출혈에 있어서 비교적 우위의 결과를 나타냈다.

Q. NOAC 제제는 유효성·안전성에 차이가 있었나?

RWD에서는 약제별로 편차가 나올수밖에 없다. 이번 연구에서도 와파린이나 다비가트란을 쓰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환자나이가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에독사반, 아픽사반, 리바록사반은 주로 고령환자에게 처방됐다.

흥미로운 점은 사망률 및 복합 임상결과에서 에독사반과 다비가트란이 와파린 대비 우월한 결과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다비가트란은 처방 환자의 나이대가 비교적 젊었다는 특이점이 있는데 반해, 에독사반은 환자의 나이대가 고령이었음에도 효능 및 안전성, 사망률 및 복합 임상결과까지 여러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우월한 데이터를 나타냈다는 점에 가장 주목해 볼 만하다. 실제로 에독사반은 주요출혈과 모든 원인 사망의 상대위험도가 와파린 대비 23% 낮은 것으로 나왔다(HR 0.77, 95% CI 0.62-0.96).

Q. 이번 연구가 임상의들에게 전하는 메세지는?

심방세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급성 뇌졸중 환자에서 항응고요법(NOAC vs 와파린)의 2차예방 효과와 안전성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급성기 뇌경색을 막 지나면서 첫치료와 같은 초기의 항응고치료 전략을 세우는데 국내자료로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특히 에독사반의 경우 서양인 대비 아시아인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도 고연령대 환자에게 투여시 사망률을 비롯해 와파린 대비 우수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재확인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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