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항생제 내성 문제 심각 우려 목소리↑
한국도 우려 상황...전문가 "정부 적극적인 지원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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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보건의료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내성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왔다. 특히 한국도 이전에 비해 항생제 오남용이 줄었지만 여전히 사용이 많은 국가 중 하나다.

이에 정부에서도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내놓으며 관리하고 있지만, 의료계 전문가들은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ASP) 정착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로 더 심각해진 항생제 내성

항생제 내성은 이미 심각한 보건의료 문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2019년에만 127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했고,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LANCET Regional Health에는 2019년 아메리카 대륙의 항생제 내성 부담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2019년 아메리카대륙 23개 국가의 세균성 병원체와 병원체-약물 조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 장애 조정 수명 등을 추정했다.

연구 결과, 2019년 박테리아성 항생제 내성과 관련된 사망은 56만 9000명에 달했다. 

항생제 내성에 따른 하부 호흡기 및 흉부 감염이 18만 9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혈류감염 16만 9000명, 복막/복강 내 감염 11만 80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을 유발한 병원균은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폐렴구균, 폐렴연쇄사상구균, 녹농균,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등이었다.

연구팀은 "항생제 내성은 아메리카 대륙의 보건의료에 위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항생제 내성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더 큰 문제로 자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최대 보건의료 위기가 될 것이라 지목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광범위한 항생제를 많은 양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감염관리, 항생제 적정 사용 등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도 항생제 내성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광범위한 항균력을 지니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 감염 사례는 3만 548명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5717명이었던 2017년에 비하면 5배 이상 늘어났다.

 

선진국, 항생제 스튜어드십 빠른 도입
한국은 지지부진...전문가들 "정부 적극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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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을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내성이 없는 항생제 신약을 사용하거나, 처음부터 내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항생제 신약은 계속 개발될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 대안은 항생제 내성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적정한 사용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에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항생제의 적절한 사용을 지원하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빠르게 도입, 항생제 내성 관리에 나섰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은 적정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환자의 임상적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항생제를 선택하고 적정 용량·용법으로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여 내성 등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한국도 항생제 내성 관리에 나선지 한참이다. 그러나 정착까지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은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2021~2025)을 발표했다.

대책은 의료기관이 항생제를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과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량 분석, 환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항생제 사용 적정성 평가를 지속하고, 평가기관에 대한 지원활동을 강화한다. 

그러나 의료계 현장에서는 현재의 정부 제도로는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정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행위별 수가제, 높은 의료 접근성, 고령자 증가 상황에서는 항생제 처방을 줄일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반면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항생제 스튜어드십 조직을 갖춰 항생제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처방 수정을 요청하거나 피드백을 주는 것을 제도화 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팀은 의사, 소아청소년과 감염 전문가를 중심으로 감염 전문 약사가 같이 주축이 돼 정보전산팀, 임상미생물, 의료질관리, 감염관리실 등 다른 부서와 함께 다학제팀으로 운영된다.

대형병원에서는 의사가 처방하는 항생제를 모니터링하고 처방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탑재, 전산으로 처방 내용을 확인하고 필요 시 제어하고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까지도 항생제 스튜어드십이라는 용어도 낯설 만큼 인지도가 낮은 상태다. 게다가 병원 경영진은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정착돼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인력과 비용에 투자할 동력을 잃은 상태다.

의료계에서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정착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 치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천대길병원 엄중식 교수(감염내과)는 "정부에서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인력과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며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하기에는 결국 손실로 이어지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항생제 내성 균주 분리 현황, 항생제 내성균 감염 현황, 중환자 및 사망으로 이어진 환자 수 등을 조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감염과 사명 등을 조절하기 위해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이끌어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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