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자, 일반인보다 심혈관질환 위험 높지만 1차 예방 권고안 부재
REPRIEVE 임상3상, 피타바스타틴 복용 시 MACE 위험 35%↓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피타바스타틴이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자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약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피타바스타틴을 포함한 스타틴이 일반인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약으로 권고되는 가운데, HIV 감염자도 같은 목적으로 피타바스타틴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HIV 감염자 대상 REPRIEVE 임상3상 결과, 피타바스타틴은 위약 대비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을 유의하게 낮췄다.

REPRIEVE는 중간분석에서 피타바스타틴의 의미 있는 효능이 확인돼 조기 종료됐고 지난 4월 탑라인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데이터 및 안전성 모니터링 위원회(DSMB)는 예정된 REPRIEVE 중간분석에서 심혈관질환 1차 예방에 대한 피타바스타틴의 유효성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조기 종료를 권고했다. 연구에서 확인된 이상반응은 일반인에서 보고된 것과 비슷했다. 

이번 전체 결과는 23~26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국제에이즈학회 HIV 과학학술대회(IAS 2023)에서 공개됐고 동시에 NEJM 7월 2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는 에이즈 연구 기관인 미국 ACTG(AIDS Clinical Trials Group)가 진행했다. 연구에는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와 미국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NHLBI)가 우선 지원했고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에이즈 연구실의 추가 자금 지원도 받았다. 

 

HIV 감염자 ASCVD 위험, 일반인보다 2배↑

심근경색, 뇌졸중 등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은 HIV 감염자가 일반인보다 최대 2배 높다고 보고된다.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서는 HIV 감염을 위험인자로 간주한다. 

그러나 HIV 환자 대상 심혈관질환 1차 예방 전략을 평가한 대규모 무작위 연구가 없어 이들의 심혈관 보호를 위한 권고안은 부재하다. 이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거나 다른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없다면 HIV 감염자에게 스타틴 치료를 권하지 않았고, 처방은 의료진 재량에 따라 결정됐다.

REPRIEVE는 피타바스타틴이 경도~중등도 심혈관질환 위험군인 HIV 감염자의 ASCVD를 예방하는지 확인하고자 2015년 시작됐다. 스타틴이 ASCVD 주요 원인인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면서 관련 염증 및 면역경로에 혜택이 있다는 점에서 연구가 이뤄졌다. 

 

MACE 1000인년당 발생률,

피타바스타틴군 4.81명 vs 위약군 7.32명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다국가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REPRIEVE 임상3상에는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12개국에서 40~75세 HIV 감염자 7769명이 모집됐다.

이들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도~중등도 심혈관질환 위험군이었다. 

전체 환자군은 피타바스타틴 1일 4mg 복용군(피타바스타틴군, 3888명)과 위약군(3881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중앙값 나이는 50세, 중앙값 CD4 세포 수는 621cells/㎣였다. HIV RNA 수치에 대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 5997명 중 5250명(87.5%)는 HIV 바이러스 수가 20~400copies/㎜ 한도의 정량검사 하한선 미만이었다.

등록 당시 10년 ASCVD 위험도는 2.1~7%이고 중앙값은 4.5%로 경도 수준이었다. LDL-콜레스테롤 범위는 87~128mg/dL였다.

1차 목표점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불안정 협심정으로 인한 입원, 뇌졸중, 일과성 허혈발작, 말초동맥허혈, 혈관재개통술, 원인 불명에 의한 사망 등을 종합한 MACE 발생으로 정의했다. 

5.1년 추적관찰(중앙값) 결과, MACE 발생률은 1000인년(person-years)당 피타바스타틴군 4.81명, 위약군 7.32명으로 조사됐다. 이를 기반으로 평가한 MACE 위험은 피타바스타틴군이 위약군 대비 35% 유의하게 낮았다(HR 0.65; 95% CI 0.48~0.90).

아울러 등록 당시 LDL-콜레스테롤 수치와 관계없이 MACE 위험이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2차 목표점인 MACE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발생률은 1000인년당 피타바스타틴군 9.18명, 위약군 11.63명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른 2차 목표점 발생 위험은 피타바스타틴군이 위약군보다 21% 의미 있게 낮았다(HR 0.79; 95% CI 0.65~0.96).

안전성 평가에서 비치명적 중증 이상반응은 두 군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다만, 당뇨병 발생률은 피타바스타틴군이 5.3%(206명)로 위약군(4.0%, 155명) 대비 높았다. 당뇨병이 발생해 연구를 중단한 환자는 피타바스타틴군 1명, 위약군 2명이었다. 

근육 관련 증상 발생률은 피타바스타틴군 2.3%(91명), 위약군 1.4%(53명)였다. 구체적으로 3등급 이상 근육통 또는 근병증 발생은 피타바스타틴군에서 빈번했고, 이로 인해 치료를 변경해야 했다. 양 군에서 보고된 근육 관련 증상 대다수는 근육통과 낮은 등급의 근력약화였고, 근병증 발생률은 낮았다.

근육 관련 증상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피타바스타틴군 1.1%(44명), 위약군 0.5%(21명)였다. 근병증, 횡문근융해증, 간기능 장애 등은 두 군이 비슷한 수준으로 드물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경도~중등도 심혈관질환 위험군인 HIV 감염자는 피타바스타틴을 통해 MACE 발생을 유의하게 막을 수 있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Steven Grinspoon 박사는 "REPRIEVE 직전에는 연구 대상이 된 HIV 감염자들이 병원에 방문하면 위험도 평가에 따라 스타틴 치료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됐을 것"이라며 "이번 결과는 부분적으로 LDL-콜레스테롤 감소 뿐만 아니라 다른 요인의 변화에 따라 나타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스타틴이 항염증 및 면역 경로에 영향을 미치면서 MACE 위험 감소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감염자, 염증마커 수치 높지만 관상동맥경화반 유병률 낮아

REPRIEVE 하위분석은 여성에 초점을 맞춰 이뤄졌다. 연구에 포함된 여성은 31.1%다. 하위분석에서는 HIV가 ASCVD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른지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IL-6, C-반응단백, D-다이머(D-dimer) 등 염증마커 수치가 높지만 관상동맥경화반 유병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분석 결과를 발표한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Markella Zanni 박사는 "하위분석 결과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 HIV 감염자에서 높은 수치의 특정 염증마커가 관상동맥경화반과 연관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흥미로운 역설(paradox)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염증이 죽상동맥경화증 위험을 높이는지, 특히 남성 HIV 감염자보다 여성에서 위험을 높이는지 향후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여성 HIV 감염자는 전통적 대사 위험요인을 관리하기 위한 생활습관 교정에 더해 스타틴 복용을 포함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치료 및 예방전략을 의료진과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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