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고혈압학회 '2023년 고혈압 가이드라인' 개정 발표
베타차단제, 특정 적응증 투약→치료 알고리즘 모든 단계 사용 주문
항고혈압제 순응도 고려한 '진성 저항성 고혈압' 용어 정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베타차단제 입지가 강화됐다.

2018년 유럽고혈압학회(ESH)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베타차단제를 특정 적응증에 해당하는 경우 투약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최근 개정판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삭제하고, 베타차단제를 주요 항고혈압제로서 치료 알고리즘 모든 단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전면 배치했다.

ESH는 이 같은 권고안을 담은 '2023년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열린 유럽심장·고혈압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은 발표와 동시에 Journal of Hypertension 6월호에 실렸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유럽신장학회(ERA)와 세계고혈압학회(ISH) 인준을 받았다.

고혈압 '140/90mmHg 이상' 변함없어

고혈압 정의는 진료실 수축기/이완기혈압 140/90mmHg 이상으로 이전과 동일하다. 

학회에 따르면, 강력한 혈압 조절의 혜택이 크다는 연구가 발표돼 고혈압 정의와 치료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문헌 검토 후 중재를 하지 않거나 위해를 가하는 것보다, 중재를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경우를 고혈압으로 정의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에 가이드라인에서는 정확한 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동혈압 측정법을 혈압 측정법의 우선순위에 뒀다.

아울러 장기적인 고혈압 관리 측면에서 진료실 밖 혈압, 특히 가정혈압 측정에 가이드라인이 유용하도록 개정했다. 향후에 원격 제어 및 가상 관리 기술을 활용한 후속 조치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게 학회 설명이다. 

목표혈압 단순화…'140/80mmHg 미만' 권고

항고혈압제 치료는 140/90mmHg 이상이면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심혈관질환 위험과 관계 없이 140~159/90~99mmHg인 고혈압 1단계 환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고혈압으로 인한 장기손상 위험이 없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은 고혈압 환자는 생활습관 교정만 시행할 수 있지만, 수개월 이내에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항고혈압제 치료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80세 이상의 고령 고혈압 환자라면 수축기혈압 160mmHg 이상일 때 항고혈압제 치료를 시작하도록 했으나, 140~160mmHg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노쇠한 고혈압 환자의 항고혈압제 치료 시작 시기는 개별화하도록 했다.

목표혈압은 동반질환에 따라 세분화해 제시했던 기존 권고안을 단순화해, 140/80mmHg 미만으로 주문했다. 증분이익(incremental benefit)이 작을지라도 120~129/70~79mmHg에 도달하도록 관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심혈관 예후의 증분 감소(incremental reduction)를 부분적 또는 완전히 상쇄할 수 있는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내약성이 좋은 경우에만 이를 목표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가이드라인 개발을 이끈 독일 베를린 샤리테대학 Reinhold Kreutz 교수는 "목표혈압은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에서 120mmHg까지 낮추도록 설정해야 한다"며 "특정 목표혈압은 대다수 환자가 130mmHg 근처에 해당되며, 항고혈압제 내약성이 있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다면 목표혈압이 더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목표혈압이 130mmHg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약하고 이를 통한 혜택이 줄어들며, 여러 항고혈압제를 사용하면서 이상반응으로 인해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젊고 건강하다면 혈압을 더 낮게 조절하도록 권장하지만 120mmHg 미만은 권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수축기혈압 120~139mmHg를 대다수 고혈압 환자에게 적합한 목표혈압으로 정리했다. 단, 고령이고 노쇠하다면 목표혈압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다.

2제 병용요법으로 시작…1일 1회 제형 아침 복용 무게

항고혈압제 치료 기본 틀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티아지드/티아지드 유사 이뇨제 등 다섯 가지 계열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들 계열 약물을 권고하면서 항고혈압제 2제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명시했다.

선호하는 2제 병용요법은 ACEI 또는 ARB 등 RAAS 억제제와 칼슘채널차단제 또는 티아지드/티아지드 유사 이뇨제 등을 제시하며, 복합제가 약물 복용 부담을 줄이고 순응도 및 예후를 개선한다고 제시했다.

초기 2제 병용요법으로 권고하는 최대 및 내약 용량을 투약했음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3제 병용요법으로 치료 강도를 높이도록 했다. 2제 병용요법으로 일반 고혈압 환자 60%, 3제 병용요법으로 90%의 혈압을 조절할 수 있으며 네 번째 항고혈압제 투약이 필요한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가이드라인 치료 알고리즘의 큰 변화는 베타차단제 입지다.

▲2018년 유럽고혈압학회 고혈압 가이드라인.
▲2018년 유럽고혈압학회 고혈압 가이드라인.

이전 가이드라인에서 베타차단제는 협심증, 심근경색, 박출률 감소 심부전 또는 부정맥 시 심박수 조절 등 특정 적응증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권장했다.

그러나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베타차단제로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근거 기반 적응증이 있거나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많은 환자가 베타차단제를 복용하고 있다.

이에 베타차단제는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적응증에 해당되거나 치료에 혜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고혈압 치료 알고리즘의 모든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름을 올렸다. 

▲2023년 유럽고혈압학회 고혈압 가이드라인.
▲2023년 유럽고혈압학회 고혈압 가이드라인.

아울러 항고혈압제는 1일 1회 제형으로 처방하고 가급적 아침에 먹도록 권했다. 

지난해 발표된 TIME 대규모 연구에서 항고혈압제를 아침에 복용한 군과 저녁에 투약한 군 간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 차이는 없었다. 그럼에도 아침에 항고혈압제를 복용했을 때 순응도가 더 좋고 저녁에 이뇨제를 먹으면 이뇨작용으로 수면 시 불편할 수 있어 이 같은 권고안을 제시했다.

'진성' 저항성 고혈압 용어 등장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진성 저항성 고혈압(True Resistant Hypertension)'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정의했다.

진성 저항성 고혈압은 △RAAS 억제제(ACEI 또는 ARB), 칼슘차단제, 티아지드/티아지드 유사 이뇨제 등을 포함한 3제 병용요법의 최대 및 내약 용량 복용 △활동 또는 가정혈압 측정으로 확인된 부적절한 혈압 조절 △복약 순응도 문제와 같은 가성 저항성 고혈압의 다양한 원인과 이차성 고혈압 제외 등에 해당하면서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mmHg 이상인 경우로 정의했다

Kreutz 교수는 "저항성 고혈압으로 보일지라도 항고혈압제 치료를 잘 시행하는지 확인해 저항성 고혈압을 신중히 선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대다수 환자가 진성 저항성 고혈압이 아니라고 분류된다. 진성 저항성 고혈압은 전체 환자의 약 5%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진성 저항성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신장질환이 진행되지 않은, 사구체여과율이 40min/mL/1.73㎡ 초과인 환자는 신장신경차단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새롭게 권고했다.

Kreutz 교수는 "신장신경차단술 연구에서 진행성 신질환 환자가 제외돼 이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며 "최근 CLICK 연구에 비춰보면, 이들 환자에게 클로르탈리돈과 고리이뇨제 등 이뇨제 병용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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