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 '만성 관상동맥질환 환자 관리 가이드라인' 개정
SGLT-2I·GLP-1RA, 당뇨병 동반 무관하게 예후 개선 위한 치료제로 권고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만성 관상동맥질환(Chronic Coronary Disease, CCD) 치료에서 베타차단제 입지가 약화됐다.

미국심장학계는 CCD 환자에게 베타차단제 장기치료를 권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2012년과 2014년에 발표된 안정형 허혈성 심질환 환자 관리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 및 통합한 것으로,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를 비롯해 미국임상약학회(ACCP)·미국예방심장병협회(ASPC)·미국국립지질협회(NLA)·심혈관질환예방간호협회(PCNA) 등이 뜻을 모아 개정됐다. 

가이드라인은 Circulation 및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지난달 2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美심장학계가 정의한 CCD란?

가이드라인에서는 CCD 외래 환자를 다섯 가지로 정의했다. 

먼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으로 입원했거나 관상동맥재개통술 진행 또는 모든 급성 심혈관 문제가 안정화된 후 퇴원한 환자가 해당된다. 두 번째로 좌심실 수축 기능장애가 있고 관상동맥질환이 확인됐거나 의심되는 환자 또는 허혈성이 근원으로 간주되는 심근병증 환자 등이 속한다. 

영상검사 양성 여부와 관계없이 의학적으로 관리되는 안정형 협심증 증상이 있는 환자, 협심증 증상이 있고 관상동맥 경련 또는 미세혈관 협심증 근거가 있는 환자 등도 CCD로 정리했다.

선별검사 결과만으로 CCD를 진단받은 환자, 의료진이 관상동맥질환이 있다고 판단한 환자 등도 이에 해당된다.

베타차단제, LVEF 50% 이하 등 해당하지 않으면 치료 비권고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베타차단제의 입지다. 미국 심장학계는 CCD 외래환자에게 더 이상 베타차단제 장기치료를 진행하면 안 된다고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1년 동안 심근경색이 발생했거나 좌심실박출률(LVEF)이 50% 이하 또는 1차 치료로 베타차단제를 투약해야 하는 다른 적응증이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않는 CCD 환자의 예후 개선을 위해 베타차단제 치료를 더 이상 권고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관찰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이들 환자에게 베타차단제가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 감소 혜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칼슘채널차단제 또는 베타차단제는 1차 항협심증 치료(antianginal therapy)로 권고했다.

다만, 현재 LVEF 50% 이하, 협심증, 부정맥,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등 병력 없이 이전 심근경색으로 베타차단제 치료를 시작한 CCD 환자는 MACE 위험 감소를 위해 1년 이상의 베타차단제 장기치료를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베타차단제는 심근경색 병력 여부와 관계 없이 LVEF가 40% 이하인 CCD 환자에게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을 포함한 MACE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약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SGLT-2I, 당뇨병 무관하게 심부전 동반 환자에게 권고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 등장도 주목할 대목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해 CCD 환자 특징에 따라 예후 개선을 목적으로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투약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우선 당뇨병 동반 CCD 환자는 MACE 위험을 낮추기 위해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투약하도록 주문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SGLT-2 억제제를 고려할 수 있는 CCD 환자군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당뇨병 동반 여부와 무관하게 전체 LVEF 범위 심부전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권한 것이 주요 특징이다. 

LVEF가 40% 이하인 심부전 동반 CCD 환자는 당뇨병 동반 여부와 무관하게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 위험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SGLT-2 억제제를 사용하도록 적극 권고했다.

이어 LVEF가 40%를 초과한 심부전 동반 CCD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투약하면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심부전 입원 위험을 줄이고 삶의 질 개선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스타틴, 1차 치료제 자리 유지
오메가-3,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 혜택 없어 비권고

스타틴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도 CCD 환자의 지질 강하를 위한 1차 치료제로 자리를 유지했다.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 인클리시란 또는 벰페도익산 등 보조요법은 일부 CCD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지만, 인클리시란, 벰페도익산 등 신약에 대한 임상 데이터는 아직 활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의 단기치료는 출혈 위험이 높지만 허혈 위험이 높지 않은 CCD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정리했다.

어유,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 등을 포함해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약제 또는 건강보조식품 등은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에 혜택이 없으므로 CCD 환자에게 권고하지 않았다.

혈관재생술은 두 가지 경우 권장했다. 먼저 가이드라인에 따른 약물치료(GDMT)에도 불구하고 생활을 제한하는 협심증이 있고 혈관재생술이 가능한 관상동맥 협착이 있는 CCD 환자의 예후 개선을 목표로 시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생존 개선을 목표로 약물치료만 하는 것보다 관상동맥우회술(CABG)을 병행하는 것이 권장되는 중증 좌주간부 질환 또는 중증 좌심실 기능장애(LVEF 35% 이하) 동반 다혈관질환 환자에게 혈관재생술을 권장했다.

아울러 임상적 또는 기능적 변화가 없는 CCD 환자의 경우, 위험 계층화나 치료 결정을 목적으로 정기적인 해부학적 또는 허혈성 검사를 시행하지 않도록 주문했다. 

건강한 식습관 및 운동을 포함한 비약물적치료는 모든 CCD 환자에게 권고됐다. 가능한 한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고 유산소 및 저항운동을 늘리는 등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시행하도록 제시했다. 

심장재활에 적합한 환자라면 심장재활을 통해 유병률 및 사망률을 줄이면서 상당한 심혈관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마지막으로 전자담배는 금연 성공 가능성을 높이지만,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부족하고 지속 사용 시 위험 등이 있어 금연을 위한 1차 치료로 권고하지 않았다.

가이드라인 개정에 참여한 미국 뉴욕대학 Sunil V. Rao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환자 우선순위와 공평한 치료 중요성을 고려해 CCD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정이 이뤄졌다"며 "치료옵션을 고려할 때 환자 선호도 및 가치를 포함해 함께하는 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을 진행하도록 강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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