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80% 검진·80% 치료·80% 목표치 도달 전략 제시
모델링 연구 결과, 2050년까지 심혈관질환 2억건·사망 1억 3000만건 예방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전 세계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80·80·80'을 목표로 고혈압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고혈압 관리 목표 '80·80·80'은 고혈압 환자의 '80%'가 검진받아 질환을 인지하고 '80%'가 치료받으며 이들 중 '80%'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고혈압을 관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예측한 결과, 2050년까지 최대 2억건의 새로운 심혈관질환 발생과 1억 3000만건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다.

미국 워싱턴대학 David A. Watkins 교수 연구팀은 고혈압 관리 목표 달성으로 얻을 수 있는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예측한 모델링 연구 결과를 Nature Medicine 7월 18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대조 vs 진전·염원 시나리오, 2050년까지 변화 예측

연구에서는 고혈압 관리 전략별 시나리오를 만들어 182개국에 적용했을 때 지금의 현상 유지와 비교해 심혈관질환 발생을 빠르게 줄일 수 있을지 평가했다.

연구팀이 제안한 고혈압 관리 목표 '80·80·80'은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이 HIV/AIDS 유행 종식을 위해 2014년 제시한 '90·90·90' 목표에서 착안했다. UNAIDS는 2020년까지 HIV/AIDS 유행을 종식하고자 HIV 감염인의 90%가 감염을 인지하고 이들의 90%가 치료받으며 이 중 90%에서 바이러스가 억제되는 '90·90·90' 목표를 정한 바 있다.

연구팀은 고혈압이 HIV보다 환자 수가 많고 나트륨 섭취 제한과 행동중재 등으로 관리할 수 있으므로 고혈압 관리 목표는 '90·90·90'보단 '80·80·80'이 더 실용적이라고 판단했다.

모델링 연구는 두 가지 고혈압 관리 중재를 기반으로 △대조(평소와 같음) △진전(Progress) △염원(Aspirational) 등 세 가지 시나리오 상황에서 2050년까지 나타날 수 있는 심혈관질환 발생 또는 사망 변화를 추정했다.

고혈압 관리 중재란, 먼저 현재 가이드라인에 따라 항고혈압제로 목표 수축기혈압 140mmHg 이하 또는 130mmHg 이하에 도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처럼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세 가지 시나리오에서 대조는 그동안 관찰된 고혈압 변화율에 따라 조절률이 증가하고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우로 정했다. 이는 2023~2050년 고혈압 관리를 위한 중재를 늘리는 추가적 노력을 하지 않은 시나리오로, 진전·염원 시나리오의 비교 대상이다.

진전 시나리오는 과거 중등도 수준의 중재로 연간 고혈압 조절이 약 3% 개선되는 등 높은 성과를 달성한 국가에서 확인된 개선 수준에 따라 고혈압 조절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2030년까지 평균 나트륨 섭취를 15% 줄이는 상황을 설정했다. 

염원 시나리오는 과거 중등도 수준의 중재로 연간 고혈압 조절이 약 4% 개선되는 등 높은 고혈압 조절 성과를 보인 국가에서 관찰된 것보다 조절 속도가 빠른 상황으로 정했다. 2023~2027년 평균 나트륨 섭취를 30% 줄이도록 했다. 

고혈압과 연관된 네 가지 심혈관질환은 허혈성 심질환, 허혈성 뇌졸중, 출혈성 뇌졸중, 고혈압성 심질환 등을 확인했다.

심혈관질환 사망 13~22%·신규 발생 7.1~13% 낮출 수 있어

모델링 연구 결과, 2040~2050년 고혈압 관리 목표 '80·80·80'을 달성한 국가는 진전 시나리오 적용 시 2040년까지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해당됐고 2050년에는 모든 국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염원 시나리오의 경우 2040년에 모든 국가가 '80·80·80'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트륨 섭취 감소 정책 시행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됐다. 

반면 대조 시나리오는 2050년에도 '80·80·80'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2070년 이후에 일부 국가만 도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고혈압 관리 목표를 달성했을 때 심혈관질환 발생률 또는 사망률 변화를 예측했다.

대조 시나리오에서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자가 2020년 1700만명에서 2050년 3700만명으로 증가하고, 심혈관질환 발생 환자는 같은 기간 3억 2000만명에서 7억 1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비교해 진행 시나리오 적용 시 2050년까지 연평균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자 7600만명과 새로운 심혈관질환 환자 1억 1000만명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추정됐다. 

또 염원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자 1억 3000만명과 새로운 심혈관질환 환자 2억명 발생을 예방할 것으로 예측됐다.

종합하면, 대조 시나리오와 비교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진전 시나리오에서 13%, 염원 시나리오에서 22% 줄었고, 새로운 심혈관질환 발생은 각 7.1%와 13% 낮출 수 있었다.

아울러 2050년까지 예상되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은 대조 시나리오 대비 진전 및 염원 시나리오에서 약 4~7% 예방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요한 결과는 잠재적 사망률 감소의 83~85%는 진행 및 염원 시나리오에서 고혈압 치료를 확대해 나타났고 15~17%는 나트륨 섭취를 줄여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저소득 및 중하위소득 국가에 질병 발생과 사망을 줄일 수 있는 고혈압 중재를 확대 적용하면 국가 간 심혈관질환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Watkins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결과는 혈압을 낮추고자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서 더 나은 고혈압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전 세계 공중보건을 개선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큰 영향력 있는 조치 중 하나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혈압 관리 목표 '80·80·80'에 도달하는 것이 향후 가장 중요한 세계 공중보건 성과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이를 2040년까지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WHO가 권한 나트륨 섭취 감소 정책을 많은 국가에서 진행해야 한다. 연구에서 제시한 두 가지 고혈압 중재는 국가 보건시스템과 전 세계 공중보건을 위해 시급한 우선순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저·중소득 국가의 경우 만성질환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의료시스템이 충분하게 구축되지 않은 점은 넘어야 할 장벽으로 꼽힌다.

Watkins 교수는 "많은 저·중소득 국가의 보건시스템은 1차 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을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구축되지 않았다"며 "중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낮은 선별검사 시행률과 치료율로 이어지는 만성질환 인지도를 높이면서, 높은 본인부담 비용과 낮은 만성질환 치료제 사용 등 장벽을 해결해야 한다. 또 1차진료에서 만성질환 치료 질 개선을 위한 처방을 준수하고 공급자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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