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분당21세기내과의원 김한수 원장, 연세우리내과의원 윤상현 원장]

▲분당21세내과의원 김한수 원장과 연세우리내과의원 윤상현 원장(오른쪽).
▲분당21세내과의원 김한수 원장과 연세우리내과의원 윤상현 원장(오른쪽).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2000년 한국 의료의 틀을 완전히 뒤바꾼 의약분업 당시 개원한 21년차 시니어 개원의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되는 올해 개원한 주니어 개원의 각자가 느끼는 개원 당시 현실 체감은 어떨까?

“라떼는 말이야~, 그 당시 개원의 생활이 더 힘들었어”, “아닙니다. 모든 의료제도가 의사들을 옥죄고 있는 지금이 더 힘듭니다.” 
꼰대세대와 MZ세대는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경원시하거나, 소통이 되지 않는 상대로만 여기고 있다.

개원 21년차 시니어 개원의와 6개월차 주니어 개원의는 세대 간 어떤 생각 차이를 보일까? 혹은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있을까?

본지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시니어 개원의와 주니어 개원의 간 인식 차이점과 공통점을 대담형식으로 들어봤다. 대담에는 시니어 개원의 대표로 개원 21년차를 맞은 분당21세내과의원 김한수 원장이, 주니어 개원의 대표로 개원 6개월 차에 접어든 연세우리내과의원 윤상현 원장이 참여했다.

김한수 원장은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의대 순환기내과 교수, 경기도 내과의사회 회장을 역임했다. 또, 대한임상순환기학회 회장과 대한노인의학회 부회장, 대한임상초음파학회 부회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윤상현 원장은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대한검진의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했으며, 은평연세병원 진료과장, 정내과 부원장을 지냈다. 

1. 의사의 상징 청진기, 어쩌다 성추행 도구로? 
2. 낭만닥터 김사부와 내과 박원장 중 내 모습은 어디쯤?

의사의 상징 청진기,  어쩌다 성추행 도구로?

 

최근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청진기로 5세 여아를 진료하자 보호자가 의사가 여아를 성추행했다는 민원을 제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환자의 심장과 폐 소리를 듣기 위한 필수 진료도구인 청진기가 이제는 성추행 도구로 전락한 상황에 대해 김한수 원장과 윤상현 원장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청진기는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21세기내과의원 김한수 원장
21세기내과의원 김한수 원장

김한수 원장(이하 김): 과거에는 여아에게 청진기를 사용해도 문제제기를 하는 보호자가 전혀 없었다. 심장내과를 하고 있는 나도 청진기를 많이 사용한다. 대신, 보호자에게 먼저 심장 소리를 듣기 위해 청진기를 사용하겠다고 말한다. 청진기가 성추행 도구로 전락한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환자 진료를 충실하게 하기 위해 청진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다만,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잘 대응해야 할 것 같다.

윤상현 원장(이하 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데 보고, 듣고, 만지며 청진기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의대생 때부터 배웠다. 실제 진료에 청진기는 중요한 수단이다. 여성 환자의 보호자 입장에서 오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의료진과 환자 및 보호자 간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여성 환자를 진료할 때 꼭 간호사를 대동하고 있지만 남성 환자를 진료할 때는 혼자 진료하고 있다. 요즘은 동성애 등 성소수자 진료 시 오해를 살까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 현상으로 보고 의사들이 이에 잘 적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씁쓸한 마음도 있다.

윤상현 원장은 대면진료에서 성추행 오해를 받는 것 보다 비대면 진료로 인한 오진 가능성이 더 위험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 최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됐는데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이 성추행 오해를 감수하면서도 진찰하는 이유는 청진기를 이용한 대면진료가 꼭 필요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진료하는 것은 내과로서는 오진 가능성이 굉장히 많아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의술을 펼치는 의사들에게 환자는 어떤 의미일까? 두 개원의는 환자를 치료의 주체자이자 공감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김: 할아버지는 뇌졸중, 부친은 심근경색을 앓았고, 나도 가족력으로 인해 고지혈증이 있어 8년간 스타틴을 복용하는 환자다. 의사이자 환자로서의 입장을 모두 가지고 있다. 

급성 맹장염이나 골절 등 급성기질환은 의사가 치료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은 환자가 치료의 주체가 돼야 한다. 

환자의 ‘환(患)’은 아프다는 뜻이다. 만성질환을 진료하는 내과 전문의로서 보면 환자의 개념이 달라진다. 일차의료를 담당하면서 느낀 것은 아프지 않은 사람을 더 많이 보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혈당이 높게 나왔지만 증세가 없다면 아프지 않은 것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고혈압은 60~70대 절반 이상이 앓고 있다. 이제부터는 ‘고혈압 환자’라고 부르는 것 보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안경을 낀 사람을 안과질환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환자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만성질환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질환 치료를 위해 환자가 치료 주체가 돼야 한다. 의사는 도움을 주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연세우리내과의원 윤상현 원장
연세우리내과의원 윤상현 원장

윤: 환자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건강검진 결과를 가지고 내원한 환자에게 검진 수치상 이상이 있다고 설명하고 약 복용을 권유하면 충격을 받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 

자신이 환자가 됐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 환자에게는 공감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좀 충격이시죠?’ 그러면서 ‘저도 고지혈증 치료제를 먹고 있다’고 말한다. 의료진도 환자와 치료자 모두의 입장이 있어 단순히 치료 대상자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환자를 이해와 공감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두 개원의는 세대 간 차이가 있지만, 환자를 바라보는 생각은 동일했다. 환자는 단순히 아픈 사람이라는 시선보다 나도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환자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원했을 때 나의 첫 번째 환자

 

초보 개원의와 베테랑 개원의는 개원 당시 1호 환자를 어떻게 기억할까? 개원하면서 처음으로 맞은 환자에 대해 들어봤다.

윤: 개원 6개월 전에도 완벽히 준비하지 못했다. 여러 부분이 부족했다. 개원 후 첫 환자는 감기 증상이 있는 젊은 여성 환자였다. 아마 그 환자는 저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 감기 치료를 위해 처방한 약이 약국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 의원과 다른 약국 등을 왔다갔다하면서 불편함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지금 돌이켜 보면 미안한 생각이 든다. 개원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했지만 부족했던 부분도 많고, 참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개원 첫 날 하루 종일 환자 2명을 진료했다.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환자 한 명 당 30분 정도 진료한 것 같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환자들의 속마음도 들어볼 수 있었다.

특히 한 여성 환자는 한이 많은지 무척 많은 말을 했다. 진료비를 계산하는데 간호사에게 왜 5000원 밖에 나오지 않았는지 의아해 하면서 오히려 고맙게 여겼다. 현재도 개원 6개월 정도 됐지만 환자가 많지 않다. 

김: 21년 전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첫 환자는 고혈압 환자였던 것 같다. 개원 당시 윤 원장처럼 환자가 거의 없었다. 환자가 없다 보니 환자와 많은 대화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나에게 환자란 의미는?

 

김한수 원장과 윤상현 원장은 개원 이후 진료하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고 있을까?

윤: 개원 이전 봉직의로서 활동할 당시에는 병원에 고용된 직장인으로서 환자를 본 것 같다. 하지만 개원하면서 내 환자라는 생각에 책임감이 더 커지고, 환자를 대하는 마음과 생각이 많이 변화했다. 더 꼼꼼히, 열심히 환자를 진료하는 것 같다.

김: 이제는 처음 진료했던 환자들과 함께 늙어가고 있다. 벌써 개원 21년차가 되면서 진료했던 환자 중 많은 분이 돌아가셨다. 이런 소식을 가족들에게 들을 때면 마음이 좋지 않다. 개원의로 활동하다 보니 환자 가족들과 집안 사정도 알게된다. 건강부터 가정사 상담까지 환자의 삶 전반에 대해 알게 되면서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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