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 2023] 릴리 올포글리프론, 경구용 비펩타이드 GLP-1 수용체 작용제
비만 또는 당뇨병 환자 대상 임상2상, 체중·당화혈색소 감소 효과 입증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유일한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인 노보노디스크의 리벨서스(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위협할 대항마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일라이릴리가 비만 그리고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올포글리프론이다. 23~26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23)에서는 비만 또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올포글리프론의 두 가지 임상2상 결과가 베일을 벗었다.

결과를 종합하면 올포글리프론은 비만 그리고 당뇨병 치료제로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고, 릴리의 또 다른 GLP-1 제제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와 비교해 더 큰 혈당 강하 효과가 나타났다.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23)가 23~26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렸다. ADA 페이스북 영상 캡처.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23)가 23~26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렸다. ADA 페이스북 영상 캡처.

올포글리프론, 위장관에서 분해되지 않는 비펩타이드 GLP-1 제제

현재 비만 및 당뇨병 치료 적응증을 받은 GLP-1 제제는 펩타이드 기반 약물로, 대다수 피하주사한다. 유일한 경구용 GLP-1 제제인 리벨서스는 당뇨병 적응증만 획득했으며 비만 치료제로는 허가받지 않았다.

리벨서스는 효소 작용에 의한 분해로부터 약물을 보호하고 위흡수를 향상시키는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리벨서스의 흡수 및 효능을 최대화하기 위해 환자는 공복상태에서 약물을 복용하고 이후 최소 30분 동안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벨서스 생체 이용률은 단 1% 이하다. 

경구용 비펩타이드 GLP-1 제제인 올포글리프론은 펩타이드가 아닌 소분자로 구성돼 위장관에서 효소에 분해되지 않는다. 또 이전 연구에서 올포글리프론은 음식을 먹는지와 관계 없이 약동학적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올포글리프론이 피하주사 또는 경구용 GLP-1 제제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올포글리프론 복용 비만 환자, 26주째 체중 8.6~12.6% 감소

이에 따라 진행된 임상2상에서 올포글리프론은 리벨서스가 아직 적응증을 받지 못한 비만 치료 가능성을 입증했다.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 대상 임상2상 결과는 이번 학술대회 발표와 동시에 NEJM 6월 2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에는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비만하거나 최소 한 가지 이상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성인 환자 272명이 모집됐다. 이들은 올포글리프론 네 가지 용량(12, 24, 36, 45mg) 중 한 가지 복용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돼 36주 동안 치료받았다. 등록 당시 평균 체중은 108.7kg,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37.9kg/㎡였다.

효능 평가 결과, 1차 목표점인 등록 당시 대비 치료 26주째 체중 감소율은 올포글리프론군이 8.6~12.6%였고 위약군은 2.0%에 그쳤다. 2차 목표점인 36주째 체중 감소율은 올포글리프론군 9.4~14.7%, 위약군 2.3%로 조사됐다. 

36주째 최소 10% 이상 체중 감소 도달률은 위약군이 9%에 불과했지만  올포글리프론군은 46~75%로 위약군 대비 높은 도달률을 보였다. 아울러 올포글리프론군에서 사전에 정의한 모든 체중 관련 목표점 및 심장대사 평가요인이 개선됐다.

▲캐나다 워튼메디칼클리닉 Sean Wharton 교수. ADA 제공.
▲캐나다 워튼메디칼클리닉 Sean Wharton 교수. ADA 제공.

다른 GLP-1 제제와 마찬가지로 올포글리프론군에서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위장관계 사건으로, 대부분 경도~중등도 수준이었다. 또 대다수 사례가 용량 증량 단계에서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10~17%였다. 

연구를 진행한 캐나다 워튼메디칼클리닉 Sean Wharton 교수는 "펩타이드보다 비펩타이드 화학약물을 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 따라 올포글리프론이 치료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형편이 좋지 않은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약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는 비만 환자들이 이 약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릴리는 지난 5월부터 올포글리프론의 비만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ATTAIN 임상3상에 착수했다. 결과는 2025년 공개될 예정이다.

올포글리프론 복용 당뇨병 환자, 당화혈색소 최대 2.1%↓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올포글리프론은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 강하 효과뿐 아니라 또 다른 GLP-1 제제인 트루리시티 대비 우월성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는 당뇨병 환자 대상 임상2상에서 규명됐고, 결과는 학술대회 공개와 동시에 The Lancet 6월 2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임상2상에는 2021년 9월 15일~2022년 9월 30일 미국,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국가의 45개 의료기관에서 메트포르민 치료 여부와 관계 없이 식이 및 운동을 하며 치료 중인 18세 이상 당뇨병 환자가 등록됐다. 

선별된 569명 중 383명이 무작위 배정됐고 352명이 연구를 완료했으며 303명(79%)이 26주 치료를 마쳤다. 등록 당시 평균 나이는 58.9세였고 평균 당화혈색소는 8.1%, 평균 BMI는 35.2kg/㎡였다. 

전체 환자군은 위약군, 트루리시티 1.5mg 주 1회 피하주사군 또는 올포글리프론 3, 12, 24, 36mg 복용군,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됐다. 

연구 결과, 26주째 평균 당화혈색소는 올포글리프론군이 최대 2.1%, 위약군이 0.43%, 트루리시티군이 1.10% 감소했다. 모든 올포글리프론 용량에서 당화혈색소 강하 효과가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좋았고, 12mg 이상 용량에서 트루리시티보다 우월했다. 

이와 함께 등록 당시 대비 26주째 평균 체중은 위약군이 2.2kg, 트루리시티군이 3.9kg 줄었으나 올포글리프론군은 최대 10.1kg 감소했다.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앞선 비만 환자 대상 임상2상과 유사하게 위장관계 사건이 흔하게 발생했으며, 발생률은 올포글리프론군에서 61.8~88.9%, 위약군 61.8%, 트루리시티군 56%였다. 대다수가 경도~중등도로, 발생률은 올포글리플로군 44.1~70.4%, 위약군 18.2%, 트루리시티군 34.0%였다.

임상적으로 유의한 저혈당(54mg/dL 미만)은 올포글리플로군 3명과 트루리시티군 1명에게서 나타났지만 중증 사례는 없었다. 위약군 1명이 사망했지만 치료와 연관되지 않았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벨로시티 클리니컬 리서치 Juan Frias 교수는 "임상2상 결과, 올포글리프론 12mg 이상 용량에서 위약 또는 트루리시티 대비 유의한 당화혈색소 및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이상반응 프로파일은 기존 GLP-1 제제와 유사했다"며 "올포글리프론은 GLP-1 제제 주사제 및 리벨서스 대안이 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의 치료 목표 도달을 위한 투여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릴리는 올포글리프론 ACHIEVE 임상3상 프로그램을 통해 당뇨병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으로, ACHIEVE-4 임상3상이 지난 4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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