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훈부 데이터베이스 후향적 연구, 5년 누적 전신 이상반응 발생률 조사
항VEGF 치료제 투여군, 비투여군보다 전신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 높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당뇨망막병증 대표 치료인 항VEGF 치료제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미국에서 진행된 후향적 연구 결과, 당뇨망막병증 치료를 위해 유리체강내 항VEGF 치료제를 주사한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는 투여하지 않은 이들과 비교해 전신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 이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항VEGF 치료제 투여에 따른 전신 이상반응 위험 증가 문제가 감지되지 않은 만큼, 향후 이번 결과가 나타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는 JAMA Ophthalmology 6월 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항VEGF 치료제 투여군, 전신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 1.8배↑

연구는 유리체강내 항VEGF 치료제 투여가 당뇨병 환자의 전신 이상반응 발생과 연관됐는지 평가해 안전성을 확인하고자 후향적 종단적 인구 기반 분석으로 진행됐다.

2011~2012년 미국 보훈부 내 대규모 데이터베이스인 데이터웨어하우스(CDW)에서 확인된 18세 이상 당뇨병 환자 173만 1782명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63.8세였고 남성이 95.7%를 차지했다. 

당뇨망막병증은 27.5%(47만 6013명)에게서 나타났고 항VEGF 치료제를 투여한 환자는 0.8%(1만 4022명)였다. 사용한 항VEGF 치료제는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 48%), 아바스틴(베바시주맙, 35.7%), 루센티스(라니비주맙, 8.7%) 등이었다. 

전체 코호트에서 2013~2017년 발생한 전신 이상반응 데이터를 확인했다. 항VEGF 치료제 투여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당뇨병 환자가 분석 대상이었지만, 이전에 전신 이상반응을 경험했거나 2011~2012년 유리체강내 주사를 투여한 환자는 제외했다.

주요 목표점은 1, 3, 5년 추적관찰 동안 발생한 모든 전신 이상반응, 급성 심근경색,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등 비율로 정의했다.

2013~2017년 전체 당뇨병 환자의 전신 이상반응 발생률은 18.6%(32만 1940명)였다. 전신 이상반응이 발생한 환자는 발생하지 않은 이들보다 고령이었고(66.6세 vs 63.2세) 남성이 더 많았으며(97.2% vs 95.3%), 흡연자(24.7% vs 17.0%) 및 당뇨망망벽증(38.8% vs 24.9%) 비율이 더 높았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5년 누적 전신 이상반응 발생률은 항VEGF 치료제 투여군 37.0%(1만 4022명 중 5187명), 비투여군 18.4%(171만 7760명 중 31만 6753명)로, 두 군간 차이는 유의미했다(P<0.001).

항VEGF 치료제는 전신 이상반응 발생과 독립적 연관성이 나타났다. 나이, 인종, 성별, 흡연력, 당뇨망막병증 중증도, 동반질환지수, 당화혈색소, 총 주사 횟수, 스타틴 복용 등을 보정해 연관성을 확인한 결과, 항VEGF 치료제 투여군은 비투여군보다 모든 전신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이 1.8배 의미 있게 높았다(OR 1.8; 95% CI 1.7~1.9).

구체적으로 항VEGF 치료제 투여군의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은 비투여군 대비 △급성 심근경색 1.6배(OR 1.6; 95% CI 1.5~1.7) △심혈관질환 1.4배(OR 1.4; 95% CI 1.3~1.5) △신장질환 1.8배(OR 1.8; 95% CI 1.7~1.9) 등 유의하게 컸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위스콘신대학 Roomasa Channa 교수는 "항VEGF 치료제가 당뇨망막병증 환자의 전신 이상반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연구에서 항VEGF 치료제 투여는 당뇨병 환자의 전신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 증가와 독립적 연관성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에서 치료 3년차에 관상동맥질환, 신장질환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면서 "이는 항VEGF 치료제를 지속적 그리고 장기적으로 투여하면 이상반응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항VEGF 치료제-이상반응 연관성, 해결되지 않은 문제"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2012년 발표된 환자 대조군 연구에서는 항VEGF 치료제와 전신 이상반응 위험 간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진행된 이 연구에는 2006년 4월~2011년 3월 망막질환을 진단받은 노인 환자 9만 1378명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결과에 따르면, 항VEGF 치료제인 아바스틴과 루센티스를 투여한 환자군은 허혈성 뇌졸중, 급성 심근경색, 울혈성 심부전, 정맥혈전색전증 등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BMJ 2012;345:e4203). 

이번 미국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Brian L. VanderBeek 교수는 논평을 통해 "항VEGF 치료제 투여와 이상반응이 연관됐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며 "항VEGF 치료제와 비교할 수 있는 적절한 활성 대조군을 찾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이번 연구에는 적응증 편향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활성 대조군이 없다는 점이 한계다. 또 당뇨병 환자만 분석하고 당뇨병 합병증으로 잘 알려진 이상반응에 초점을 둔 것도 제한점"이라고 지적했다. 

페노피브레이트, 당뇨망막병증 예방약으로 쓰임새 넓힐까?

한편 학계에서는 항VEGF 치료제를 사용하기에 앞서 당뇨망막병증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옵션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 치료제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페노피브레이트다. 페노피브레이트는 FIELD 및 ACCORD 임상연구에서 당뇨망막병증 진행 위험을 낮춘다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

국내에서도 페노피브레이트가 당뇨망막병증 진행 위험을 낮춘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고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내분비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이 연구 결과는 Diabetes & Metabolism 5월호에 실렸다(Diabetes Metab 2023;49(3):101428).

연구에서는 2002~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토대로 30세 이상 대사증후군 동반 당뇨병 환자를 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병용군(2만 2395명)과 스타틴 단독군(4만 3191명)으로 1:2 성향매칭해 당뇨망막병증 진행 위험을 분석했다. 1차 목표점으로 유리체 출혈, 유리체절제술, 레이저 광응고술, 유리체내 주사요법, 망막박리 등을 종합해 평가했다.

44개월(중앙값)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1000인년(person-years)당 1차 목표점 발생률은 스타틴 단독군 9.66명, 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병용군 8.68명으로, 그 위험은 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병용군이 12% 유의하게 낮았다(HR 0.88; P=0.005). 당뇨망막병증이 있는 환자군은 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병용으로 1차 목표점 예방 효과를 17% 더 얻을 수 있었다(HR 0.83; P=0.006). 

아울러 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병용군은 스타틴 단독군 대비 유리체 출혈 14%, 레이저 과응고술 14%, 유리체내 주사요법 27% 등 위험이 낮았다.

이는 스타틴을 복용 중인 대사증후군 동반 당뇨병 환자는 페노피브레이트를 복용하면 당뇨망막병증 진행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신곤 교수는 "국내 건보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페노피브레이트가 당뇨망막병증 예방 및 치료에 효과적이었다"며 "호주에서는 페노피브레이트가 당뇨망막병증 예방 적응증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페노피브레이트 적응증이 당뇨망막병증 예방까지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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