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노년내과)
"진단 이후 치료까지 생각한 진료지침…진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노년내과).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노년내과).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근감소증 초기 정의는 근육량 감소에 국한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근력과 신체기능까지 고려해야 하는 질환으로 논의되고 있다. 

1980년대 미국 어윈 로젠버그 교수가 근감소증을 근육량 저하로 처음 정의했고, 2010년 유럽노인근감소증진단그룹(EWGSOP)은 근육량과 근력이 함께 감소한 경우를 근감소증이라 판단했다. 이후 여러 연구가 진행되면서 신체기능도 근감소증 진단에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근감소증 정의 및 진단기준은 세계적으로 통일되지 않았다. EWGSOP와 아시아 근감소증 평가위원회(AWGS)가 진료지침에서 제시하는 근감소증 정의 및 진단기준에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대한근감소증학회·골대사학회·노인병학회가 국내 실정에 맞는 근감소증 진료지침인 '근감소증 선별·진단에 대한 전문가 합의문'을 발표했다. 본지는 진료지침 개발을 이끈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노년내과)를 만나 진료지침 개발 배경과 의미를 물었다.

<1>한국형 근감소증 진료지침 개발…'기능적 근감소증' 새 정의 제시

<2>"국내 근감소증 진단 진료지침, 유럽·아시아보다 선진적"

 - 국내 근감소증 진단 진료지침을 만들게 된 배경은?

시대가 변화하면서 달라진 근감소증 정의 및 진단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자 국내 진료지침 개발에 착수했다. 근감소증이 '달'이라면 진료지침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손가락으로 달을 지시하며 근감소증이 무엇인지 알려주고자 했다. 의료진과 연구자가 동일한 임상적·생물학적 개념(construct)의 근감소증 용어를 사용할 때 진료지침 개발 의미가 있다. 

- 근감소증을 명확하게 정의한다면?

사람이 노화하면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난다. 뇌의 문제라면 치매, 소변의 문제라면 뇨실금이 발생한다. 노화에 따라 이동성 문제가 드러난 것이 근감소증이다. 즉, 노화로 인해 전신적·기능적 변화로 발생하는 이동성 감퇴를 근감소증이라 할 수 있다. 

근감소증은 노인의학적으로 나쁜 예후가 발생하기 이전에 나타나는 만성질환이다. 노화로 인한 나쁜 예후가 생겼다면 노쇠(frailty)라고 봐야 한다. 

근감소증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근감소성 비만 또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NAFLD) 등을 근감소증으로 보는 국내 연구자들이 많아서다. 근감소성 비만, NAFLD 등은 중년기 가속노화 지표이자 대사지표로 향후 근감소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 자체를 노화 표현형으로 보기 어렵다. 이에 국내 진료지침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근육량, 근력, 신체기능 등 이동성 관련 매개변수(parameters)가 나빠지는 것을 근감소증이라고 판단했다.

- 기능적 근감소증을 새롭게 정의했다. 그 이유는?

근감소증이 2021년 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안에 질병코드로 등재되면서 질환으로 분류됐다. 근육량, 근력, 신체기능 등 세 가지로 근감소증을 진단할 경우 신의료기술 인증에 따라 진단법들이 인정비급여를 받을 수 있어 수가 청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근감소증을 진단하면 중재, 즉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때 기능적 근감소증을 놓치면 안 되므로 진료지침에서 새롭게 정의했다. 

기능적 근감소증은 임상노쇠척도(CFS) 4점에 해당한다. CFS 5점부터 보호자 없이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데, 4점인 성인을 방치하면 1~2년 이내로 CFS가 더 악화되고 장기요양인정등급으로 진입해 돌봄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능적 근감소증은 중재하면 건강이 좋아질 수 있다.

이에 국내 진료지침에서 기능적 근감소증을 분류했고, 실제 임상에서 진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진단 이후 치료까지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좋은 진료지침이라 할 수 있다.  

- 근감소증 진단 이후 노인포괄평가를 왜 해야 하나?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노년내과). ⓒ메디칼업저버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노년내과). ⓒ메디칼업저버

근감소증 원인을 밝혀 중재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예로 우울증이 있어 신체활동과 식욕이 떨어진 환자에게 단백질을 먹고 운동하도록 권할지라도 환자는 하지 않는다.

환자가 단백질과 운동이 좋다는 것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궁극적으로 이들에게 필요한 건 우울증 치료다.

마찬가지로 장기요양인정등급에 해당하는 성인은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떨어지기에, 이들에게 운동과 영양중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노인포괄평가는 근감소증 원인을 밝혀 관련 중재를 시행할 수 있으므로 중요하다.

물론 3분 진료를 해야 하는 국내 임상 상황에서 노인포괄평가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근감소증 환자에게 운동과 영양중재를 해야 한다고만 말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 근감소증 환자의 숨겨진 의학적·기능적 문제를 평가하고 상담해야 예후가 좋아진다. 

노인포괄평가는 근감소증 중재의 최적표준(gold standard)이다. 노인포괄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언급한건 본 진료지침이 처음이다.

- 이번 진료지침이 갖는 의미는?

근감소증이 질병코드로 등재되고 진단법이 인정비급여 항목으로 지정됐지만 이를 국내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국내 진료지침은 없었다. 이를 임상에서 제대로 활용하려면 국내 실정에 맞는 진료지침이 필요했다. 

이번 진료지침은 최근 발표된 연구를 종합하면서 국내 연구를 최대한 반영해 놓치는 근감소증 환자가 없도록 했다. 또 실제 진료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진단법이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울러 65세 미만에서도 근감소증이 의심되는 임상적 상황을 제시해 근감소증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진료지침은 EWGSOP, ASWG 등이 놓치고 있는 점들은 정리한 선진적 진료지침이라고 본다. 실제 국내 진료지침의 타당성(validity)을 분석한 결과, 유럽 및 아시아보다 성능이 좋았다. 향후 국내 진료지침에 기반해 근감소증 예후 예측력을 평가한 연구가 발표되고, 다른 국가 진료지침에서도 우리나라 개념을 차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 향후 진료지침 개발 계획은?

올해 근감소증 중재 및 연구 설계 진료지침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단, 근거중심의학(EBM)에 따라 아주 높은 수준의 근거를 모으면 결국 남는 근감소증 중재는 운동과 영양중재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교육자료만 제공한다면 근감소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비극적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앞으로 개발할 진료지침은 근거 중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근거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는 진료지침을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아울러 5년마다 업데이트되는 AWGS 진료지침의 진단기준이 바뀐다면 국내 진료지침도 개정할 예정이다. 만약 보행속도 측정법이나 생체전기저항측정법(BIA)으로 보정하는 근육량 지표 등에 대한 근거가 더 나온다면 2~3년 주기로 일부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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