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필수의료 의대생 실습지원 프로그램 운영
프로그램 참여 의료진 초기 평가는 긍정적 ... 진료과 계속 추가 효과는 끌쎄
아주대병원 정경원 교수 "방학 때보다 학기 중 운영이 더 효율적일 수 있어"

필수의료 의대생 실습 모습(자료 :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의대생 실습 모습(자료 : 보건복지부)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정부가 외상이나 소아심장 등 필수의료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필수의료 의대생 실습 지원' 사업의 초기 평가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초기 평가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 사업은 정부가 초기 인력 양성이 어려운 특수 분야에 의대생들이 실습을 경험하고 이것이 실제 진료과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런데 초기 외상과 소아심장에서 감염을 추가했고 내년에는 공공의료와 일차의료까지 확대하면서 정부가 초기 목적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의대생 실습 프로그램, 지금까지는 칭찬 일색

보건복지부는 2021년 외상, 소아심장 분야에 관심 있는 의대생을 대상으로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반응이 좋자 지난해 감염 분야를 추가했다. 예산도 7억 400만원에서 2배 정도 증가한 14억.8000만원을 편성했다. 

2022년 실습 프로그램에는 외상 분야에서 서울아산병원, 단국대병원, 아주대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등 7개, 소아심장 분야는 삼성서울병원, 부천세종병원, 서울대병원 등 5개, 감염 분야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충남대병원 2개 등 총 14개 병원이 참여했다.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한 현장 의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 의정부성모병원 조항주 교수(외상외과)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 의정부성모병원 조항주 교수(외상외과)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의정부성모병원 조항주 교수(외상외과)는 의대생 실습 프로그램이 필수의료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 교수는 "대부분 의대생은 학교 다닐 때 외과나 심장외과를 경험하지 못한다. 밖에서 '힘들다'거나 '어렵다'라는 얘기만 듣고 아예 그 진료과를 지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외과 실습을 하면서 관심을 두는 학생이 있을 수 있고, 외부 평가와 달리 흥미를 갖게 돼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엄청난 성과를 기대할 수 없어도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아주대병원 정경원 교수(외상외과)도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프로그램을 기획한 정부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평가했다. 

아주대병원은 학생들이 실습 이후 외상에 대한 기본 처치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특히 외상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2시간 정도 강의하고, 실습한 학생들은 2주 후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통해 제대로 배웠는지 평가받는다. 

정 교수는 "실습에 참여하는 학생 중 정말 외상에 관심 있어 참여하는 학생도 있고, 특별한 실습과정이라 참여하는 학생도 있다. 이런 경험을 제공한 것은 좋은 기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심장 이상윤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심장 이상윤 교수

소아심장 분야에서 실습 프로그램을 이끈 서울대병원 이상윤 교수(심장이식)도 같은 의견이었다.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없지만, 도움은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 교수는 "정부가 진행하는 의대생 실습 프로그램 운영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며 "설혹 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이 외가나 심장외과 등 필수 진료과를 선택하지 않아도 실습을 통해 달라진 필수의료에 대한 인식이 생기는 것 자체로 도움이 되는 일이다. 또 마취통증의학과 등 필수의료를 지원하는 진료과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감염 분야 교육에 참여한 충남대병원 정형석 교수(감염내과)도 의대생 실습 프로그램에 후한 평가를 내렸다. 

정 교수는 "우리 병원은 감염 분야에서 4명의 학생을 교육시켰다. 학생들은 관심 분야를 공부도 하고, 지원금도 받아 좋아했다"며 "지방에 있는 의대는 소아심장 수술이나 외상 등을 교육시킬 기회가 거의 없어 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준다는 점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에게 프로그램 홍보와 차별화 필요"

실습 프로그렘에 참여했던 의료진은 의대생 실습 프로그램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에는 의견이 같았다. 하지만 분야별로 개선해야 할 점은 조금씩 달랐다. 

서울대병원에서 소아심장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 교수는 정부의 홍보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전국의 의대생들이 이 프로그램 존재를 잘 알지 못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대병원에서 감염 분야를 진행한 정 교수는 프로그램 차별화를 고민했다. 

정 교수는 "이번에 실습을 진행해 보니 충남의대 커리큘럼과 실습 프로그램이 대동소이했다. 따라서 매년 반복적으로 진행되면 실습 효과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감염 분야는 더 새로운 아이템을 찾거나, 새로운 커리큘럼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아주대병원 정경원 교수(외상외과)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아주대병원 정경원 교수(외상외과)

실습 프로그램의 효과를 더 높이려면 예과가 아닌 본과 1~2학년 때 실습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주대병원 정 교수의 말이다. 

정 교수는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 보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예과가 아닌 본과 학생들이 실습해야 학생들이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방학 때 실습하는 것과 학기 중에 정규과정에서 실습하는 것은 다르다. 따라서 이 커리큐럼을 정규과정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정부성모병원 조 교수와 정 교수는 실습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어느 정도 필수의료를 선택하는지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조 교수는 "실습 이후 필수의료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 의견을 청취하고, 케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학생들이 몇 명이나 필수의료 진료과를 선택했는지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실습 진료과 계속 추가 ... 초기 목적 희석 우려

의대생 실습 프로그램은 외상에서 시작해 소아심장, 올해 감염이 추가됐다. 그런데 내년에 공공의료와 일차의료 실습을 또 추가했다.

공공의료는 공공의료와 공공보건 분야로 나눠 각각 1주씩 2주 동안 국가중앙병원을 비롯해 권역책임의료기관, 지역책임의료기관, 복지부, 질병관리청, 지역보건의료기관 등에서 진행된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대상인 일차의료 영역은 일차의료를 비롯해 재택의료, 일차의료 기본통계, 일차의료 시범사업, 국내외 일차의료 정책 등에 대한 이론 강의가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의료진은 "의대생 실습 프로그램을 추진한 원래 목표가 필수의료 인력 보강이었는데, 이렇게 계속 추가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모르겠다"며 "다른 사업들처럼 또 흐지부지되다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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