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C 2023] 기존 임상연구서 뇌졸중 초기 관리 혜택 입증 실패
RESCUE-BT2, 대·중혈관 폐색 환자 제외…티로피반 vs 아스피린 비교
티로피반군, 아스피린군보다 90일째 mRS 점수 비율 유의하게 높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급성 허혈성 뇌졸중 치료 관련 임상연구에서 실패를 맛봤던 항혈소판제 티로피반(제품명 아그라스타트)이 일부 환자에게 치료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기사회생했다.

티로피반은 이전에 진행된 뇌졸중 초기 관리 약제로서 가능성을 평가한 임상연구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 포함됐던 대혈관 또는 중혈관 폐색 환자를 제외하고 24시간 이내 혈전용해술 또는 혈전제거술이 적절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티로피반의 유효성을 평가한 결과, 티로피반을 투약한 환자군의 예후가 아스피린을 복용한 이들보다 유의하게 개선됐다.

RESCUE-BT2로 명명된 이번 연구 결과는 8~10일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미국뇌졸중협회 국제뇌졸중컨퍼런스(ISC 2023)에서 공개됐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대·중혈관 폐색 없는 뇌졸중 환자 위한 확립된 치료 없어

급성 허혈성 뇌졸중 치료로서 정맥내 혈전용해술 혜택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그러나 4.5시간 이내 치료를 해야 하고 일부 환자는 치료 이후 신경학적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혈전제거술도 대혈관 또는 중혈관 폐색 급성 허혈성 뇌졸중 치료에 유용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대혈관 또는 중혈관 폐색이 아닌 약 20~40% 뇌졸중 환자는 혈전제거술 시행이 어렵다.

문제는 대혈관 또는 중혈관 폐색이 없는 뇌졸중 환자도 장애를 겪을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다.

대혈관 또는 중혈관 폐색이 없는 뇌졸중 환자는 △증상 발생 24시간 이내에 내원했지만 정맥내 혈전용해술과 혈전제거술이 부적합 △증상 발생 24~96시간 이내 증상이 진행돼 재관류치료 미시행 △정맥내 혈전용해술을 받았지만 치료 후 첫 24시간 이내 신경학적 악화 발생 △정맥내 혈전용해술을 받았지만 치료 후 첫 24시간 이내 미개선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예방 목적의 초기 항혈전요법을 제외하고 대혈관 또는 중혈관 폐색이 없는 뇌졸중 환자를 위한 확립된 치료전략은 없다. 

티로피반, SEPTIS·SaTIS 연구 실패…이유는?

티로피반은 당단백질 IIb/IIIa 수용체 길항제로 혈소판 작용을 억제해 혈전 형성을 막는 항혈소판제다. 약물 작용 발현 시간이 빠르고 반감기가 짧다. 유효성과 안전성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서 입증됐다.

이후 뇌졸중 초기 관리 약제로 티로피반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무작위 연구가 진행됐으나 결과적으로 쓴맛을 봤다. 

2010년 발표된 이중맹검 무작위 SEPTIS 연구는 티로피반과 아스피린의 효과를 비교하고자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 30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중간분석에서 두 약제 간 유효성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조기 종료됐다(Cerebrovasc Dis 2010;29:275~281).

티로피반의 안전성을 평가한 SaTIS 연구에서는 티로피반이 안전해도 치료 1주 그리고 5개월 이후 신경학적/기능적 예후 개선 혜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Stroke 2011;42:2388~2392).

하지만 이들 연구는 대혈관 또는 중혈관 폐색 뇌졸중과 심인성 뇌졸중 환자를 포함했고 정맥내 혈전용해술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를 제외했다는 제한점이 있다.

mRS 0~1점 비율, 티로피반군 29.1% vs 아스피린군 22.2%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RESCUE-BT2 연구는 뇌졸중 발생 또는 증상 진행 24시간 이내이며 대혈관 또는 중혈관 폐색이 없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티로피반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저용량 경구용 아스피린과 비교하고자 시행됐다.

2020년 10월 20일~2022년 6월 30일 중국 117곳 의료기관에서 뇌졸중 발생 또는 증상 진행 24시간 이내이며 대혈관 또는 중혈관 폐색이 없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성인 환자 1177명이 모집됐다. 중앙값 나이는 68세였고 3명 중 2명이 남성이었다. 미국국립보건원 뇌졸중 척도(NIHSS) 점수(중앙값)는 9점이었고, 뇌졸중 발생 또는 진행까지 시간(중앙값)은 11시간이었다.

전체 환자군은 정맥내 티로피반 주입+위약 복용군(티로피반군, 606명)과 정맥내 위약 주입+아스피린 복용군(아스피린군, 571명)에 무작위 배정돼 최대 48시간 치료받았다. 초기 30분 동안 주입 용량은 0.4㎍/kg/분이었고, 이후 최대 48시간까지 지속적으로 0.1㎍/kg/분을 투약했다.

1차 목표점은 90일째 평가한 뇌졸중 장애 평가 척도인 수정 랭킨척도(mRS) 점수가 0~1점인 비율로 정의했다. 안전성 목표점으로 90일째 사망률과 48시간 이내 증상성 두개내출혈 발생률을 평가했다. 

그 결과, mRS 점수가 0~1점으로 좋은 기능적 예후를 보인 비율은 티로피반군 29.1%로 아스피린군 22.2%와 비교해 1.26배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adjusted RR 1.26; 95% 1.04~1.53; P=0.02).

증상성 두개내출혈은 6명에게서 발생했는데 모두 티로피반군이었다. 하지만 증상성 두개내출혈 발생률은 1% 미만으로 낮았다. 

이번 연구는 대혈관 또는 중혈관 폐색이 없는 뇌졸중 환자 치료에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단, 두개내 동맥협착증 발생률이 높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른 인종에 결과를 일반화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를 진행한 중국 제3군 의과대학 Wenjie Zi 교수는 "뇌졸중 발생 또는 진행 24시간 이내에 눈으로 볼 수 있는 대혈관 또는 중혈관 폐색이 없는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티로피반군은 아스피린군과 비교해 90일째 mRS 0~1점 비율이 유의하게 높았다"며 "두개내출혈 발생률은 전반적으로 낮았지만 티로피반군에서 조금 더 높았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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