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C 2024] TREND, 혈전용해술·제거술 받지 않은 환자서 티로피반 vs 아스피린
NIHSS 점수 4점 이상 증가 위험, 티로피반군이 아스피린군보다 68%↓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정맥주사하는 항혈소판제 티로피반(제품명 아그라스타트)이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조기 신경학적 악화를 막는 데 아스피린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혈전용해술 또는 혈관내 혈전제거술을 받지 않은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TREND 무작위 연구에서 확인됐다.

결과에 따르면, 증상 발생 이후 24시간 이내에 티로피반을 72시간 동안 정맥주사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군은 경구용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을 투약한 군보다 뇌졸중 중증도를 평가하는 미국국립보건원 뇌졸중 척도(NIHSS) 점수가 조기 악화될 위험이 낮았다.

▲중국 베이징 수도의대 선무병원 Zhao Wenbo 교수는 TREND 연구 결과를 7~9일 미국 아리조나에서 열린 미국뇌졸중협회 국제뇌졸중컨퍼런스(ISC 2024)에서 발표했다. ISC 학술대회 영상 캡처.
▲중국 베이징 수도의대 선무병원 Zhao Wenbo 교수는 TREND 연구 결과를 7~9일 미국 아리조나에서 열린 미국뇌졸중협회 국제뇌졸중컨퍼런스(ISC 2024)에서 발표했다. ISC 학술대회 영상 캡처.

이번 연구는 소규모 환자군을 모집해 단기간 혜택을 확인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후 대규모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7~9일 미국 아리조나에서 열린 미국뇌졸중협회 국제뇌졸중컨퍼런스(ISC 2024)에서 공개됐다.

티로피반, RESCUE-BT2 연구로 기사회생 

신경학적 악화는 신경학적 결손이 갑자기 발생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예후 악화와 밀접하게 연관됐다.

강력한 항혈소판제는 조기 신경학적 악화를 예방하고 예후를 개선한다고 보고된다. 그러나 뇌졸중의 흔한 합병증인 연하곤란이 있다면 경구용 항혈소판제 투약이 어려울 수 있다.

티로피반은 당단백질 IIb/IIIa 수용체 길항제로 혈소판 작용을 억제해 혈전 형성을 막는 항혈소판제다. 정맥주사하며 약물 작용 발현 시간이 빠르고 반감기가 짧다.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티로피반은 뇌졸중 초기 관리 약제로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시행된 무작위 연구에서 쓴맛을 본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ISC에서 발표된 RESCUE-BT2 연구에서 일부 뇌졸중 환자에겐 아스피린보다 티로피반의 예후 개선 혜택이 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돼 기사회생했다.

RESCUE-BT2 연구는 기존 연구에 포함됐던 대혈관 또는 중혈관 폐색 환자를 제외하고 24시간 이내 혈전용해술 또는 혈관내 혈전제거술이 적절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티로피반의 유효성을 평가했다.

결과에 따르면, 티로피반을 투약한 환자군의 예후가 아스피린을 복용한 이들보다 유의하게 좋아졌다.

TREND 연구는 RESCUE-BT2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티로피반이 혈전용해술 또는 혈관내 혈전제거술을 받지 않은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뇌내출혈 위험을 높이지 않으면서 조기 신경학적 악화를 막을 수 있는지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조기 신경학적 악화 발생률,

티로피반군 4.2% vs 아스피린군 13.2%

TREND 연구는 다기관 전향적 무작위 오픈라벨로 시행됐다. 증상 발생 24시간 이내이고 국소 대뇌허혈로 인한 신경학적 결손이 있으며 NIHSS 점수가 4~20점이면서 혈전용해제 또는 혈관내 혈전제거술을 받지 않은 18~80세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 426명이 모집됐다. 심인성 뇌졸중 환자는 제외됐다.

전체 환자군은 티로피반 정맥주사군(티로피반군, 214명)과 아스피린 1일 150~300mg 복용군(아스피린군, 212명)에 1:1 무작위 배정돼 72시간 동안 치료받았다. 이후 모든 환자군은 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 등 경구용 항혈소판제로 치료를 지속했다. 

1차 유효성 목표점은 무작위 배정 이후 72시간 이내 NIHSS 점수가 4점 이상 증가한 신경학적 악화로 정의했다. 1차 안전성 목표점은 증상성 뇌내출혈로 설정했다.

그 결과, 1차 유효성 목표점 발생률은 티로피반군 4.2%(9명), 아스피린군 13.2%(28명)로 티로피반군의 신경학적 악화 위험이 68% 유의하게 낮았다(RR 0.32; 95% CI 0.15~0.66; P=0.002). 이 같은 결과는 모든 하위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TREND 연구 결과, 1차 유효성 목표점인 무작위 배정 이후 72시간 이내 신경학적 악화 발생률은 티로피반군 4.2%, 아스피린군 13.2%로 조사됐다. ISC 학술대회 영상 캡처.
▲TREND 연구 결과, 1차 유효성 목표점인 무작위 배정 이후 72시간 이내 신경학적 악화 발생률은 티로피반군 4.2%, 아스피린군 13.2%로 조사됐다. ISC 학술대회 영상 캡처.

2차 유효성 목표점인 무작위 배정 이후 72시간 이내 NIHSS 점수가 2점 이상 증가한 비율은 티로피반군 11.7%, 아스피린군 23.6%로, 앞선 결과와 마찬가지로 티로피반군 위험이 51% 의미 있게 낮았다(RR 0.49; 95% CI 0.32~0.75; P=0.001).

단, 90일째 평가한 장애예후 평가지표인 mRS 점수에서 가장 좋은 예후를 의미하는 0~1점 비율은 티로피반군 75%, 대조군 68%로 두 군 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좋은 예후를 의미하는 mRS 점수 0~2점 비율 역시 티로피반군 89%, 대조군 86%로 비슷했다. 

무작위 배정 이후 72시간 이내 증상성 뇌내출혈은 두 군 모두 발생하지 않았다. 전신 출혈 발생률은 치료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사망률도 비슷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중국 베이징 수도의대 선무병원 Zhao Wenbo 교수는 "증상 발생 24시간 이내인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 72시간 동안 티로피반을 정맥주사하면 경구용 항혈소판제를 투약했을 때보다 조기 신경학적 악화 위험이 낮았다. 이와 함께 티로피반 투약은 뇌내출혈 또는 전신출혈 위험 증가와 연관되지 않았다"며 "향후 기능적 예후 측면에서 티로피반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무작위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TREND 연구는 혈전용해제 또는 혈관내 혈전제거술을 받은 환자와 심인성 뇌졸중 환자를 제외해, 실제 투약 가능한 치료옵션이 많지 않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학술대회 의장을 맡은 미국 Cooper Neurological Institute의 Tudor Jovin 박사는 "TREND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은 경도 또는 중등도 뇌졸중이면서 혈전용해제를 투약하기엔 병원에 늦게 도착할 수 있는 환자"라며 "이번 연구는 이들에게 아스피린보다 효과적인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뇌졸중 발생 이후 초기 몇 시간 그리고 며칠 동안 신경기능이 악화되지 않는다면 장기간 예후는 더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같은 혜택이 나타나는지는 대규모 연구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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