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C 2023] 신경보호 신약 '압톨' APRIL 임상1b/2a상 결과 발표
표준치료+압톨 고용량 투약군, 위약군 대비 90일째 사망·장애 위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급성 뇌졸중 환자의 뇌를 보호할 수 있는 첫 신경보호 약물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위한 신경보호 약물 후보물질 '압톨(ApTOLL)'이 초기 임상에서 호성적을 거둔 덕분이다. 

압톨의 APRIL 임상1b/2a상 결과, 혈류를 회복시키는 표준치료와 함께 압톨 고용량을 투약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90일째 사망 및 장애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신경보호 약물이 뇌조직 손상 용적을 줄이는 생물학적 혜택에 더해 장기간 예후도 개선한다는 것을 처음 입증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8~10일 미국 댈러스에서 열리는 미국뇌졸중협회 국제뇌졸중컨퍼런스(ISC 2023)에서 공개됐다.

신경보호 약물 후보물질, 계속된 임상연구 실패

수십 년 동안 신경보호 약물 후보물질들은 임상연구에서 유효성 확인에 실패했다. 

대표적으로 2020년 발표된 ESCAPE-NA1 임상3상에서 신경보호 약물 후보물질 NA1(nerinetide)은 혈전제거술을 받은 뇌졸중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지 못했다. 

신경보호 약물로서 처음으로 긍정적 결과를 얻은 압톨은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톨 유사 수용체 4(TOLL-like receptor 4, TLR4) 길항제로 조직 손상에도 반응한다. TLR4에 대한 항체처럼 작용하는 단일나선 DNA의 짧은 분절로 구성됐다. TLR4는 선천면역반응과 허혈성 뇌졸중 이후 염증반응 진행 일부에 관여한다.

동물모델을 이용한 전임상연구에서 압톨은 염증을 줄이고 손상으로부터 뇌조직을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처음으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1상에서 압톨의 안전성 문제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압톨 고용량군, 위약군 대비 90일째 사망률 4배↓

APRIL 임상1b/2a상은 압톨을 표준치료와 함께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 투약하면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자 진행됐다.

2021년 7월~2022년 4월 프랑스 및 스페인 15곳 병원에서 치료받은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 약 140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평균 나이는 70세였다. 임상1b상에서 압톨 0.025mg/kg부터 0.2mg/kg까지 용량증량단계를 거쳤고, 이 중 0.05mg/kg과 0.2mg/kg이 임상2a상 투여 용량으로 정해졌다.

전체 환자군은 압톨 0.05mg/kg(저용량군, 42명) 또는 0.2mg/kg 투여군(고용량군, 42명), 위약군(55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이들은 증상 발생 6시간 이내에 뇌혈류 회복을 위해 기계적 혈전제거술 등 혈관내치료를 포함한 표준치료를 받았고, 혈전용해가 필요하다면 tPA를 투약했다.

분석 결과, 압톨 고용량군의 예후가 개선된 반면 저용량군은 위약군과 비교해 혜택도 나타나지 않았다.

1차 목표점인 90일째 사망률은 압톨 고용량군 4.76%, 위약군 18.18%로 압톨 고용량군의 사망률이 4배가량 낮았다. 압톨 저용량군의 90일째 사망률은 26.19%로 위약군보다 높았다. 

90일째 증상성 뇌출혈 발생률은 압톨 고용량군 4.76%로 가장 낮았고 압톨 저용량군과 위약군은 각 7.14%와 7.27%로 비슷했다.

뇌부종 발생률은 압톨 고용량군 2.4%, 저용량군 4.8%, 위약군 7.3%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재발성 일과성허혈발작 발생률은 각 7.1%, 4.8%, 3.7%로 압톨 치료 시 수치상 높았지만 의미 있지 않았다. 

이어 2차 목표점인 영상검사로 확인한 뇌경색용적은 등록 당시 각 군이 비슷했으나, 72시간째 고용량군에서 위약군보다 4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회복도를 예측할 수 있는 NIHSS는 등록 당시 세 군이 유사했으나 72시간째 압톨 저용량군에서 가장 낮았다.

아울러 뇌졸중 환자의 장애 정도를 평가하는 수정 랭킨척도(mRS) 분석 결과, 90일째 장애가 없는 비율은 압톨 고용량군 64%, 위약군 47%로 조사됐다. 압톨 고용량군에서 장애가 없을 가능성이 2.61배 유의하게 높았다(OR 2.61; 90% CI 1.27~5.35).

연구를 진행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발데브론 대학병원 Marc Ribo 교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뇌졸중 환자의 신경보호 분야에서 많은 실패를 겪었다"며 "이번 연구는 급성 뇌졸중 환자 대상의 신경보호 연구가 처음으로 1차 목표점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압톨 개발사인 스페인 제약회사 AptaTargets의 Macarena Hernandez 최고과학책임자는 "대규모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다면, 혈류 회복을 위한 표준치료에 더해 신경보호 약제를 투약함으로써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경보호 약물은 혈류 회복까지 시간을 벌고 뇌 손상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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