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C 2022] RESCUE BT, 90일째 mRS 점수 중앙값 위약과 동일
티로피반 투여 시 모든 두개내출혈 발생률 더 높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혈소판제 티로피반(제품명 아그라스타트)이 대혈관폐색 뇌졸중 환자에 대한 혈관내치료 파트너로 불합격점을 받았다.

증상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혈전제거술 등 혈관내치료를 받은 대혈관폐색 뇌졸중 환자는 티로피반을 정맥주사해도 위약과 비교해 기능 회복을 측정하는 수정랭킨척도(mRS) 점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티로피반 투여 시 모든 두개내출혈 발생률이 더 높아 안전성 측면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다만 뇌졸중 병인에 따라 대동맥 죽상경화증(large-artery atherosclerosis, LAA) 환자는 티로피반으로 예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신차오병원 Weidong Luo 박사·미국 피츠버그대학병원 Raul Nogueira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RESCUE BT 임상3상 결과는 9~11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뇌졸중협회 국제뇌졸중컨퍼런스(ISC 2022)에서 공개됐다.

혈관내치료 시 합병증·재폐색 나타날 수 있어

▲미국뇌졸중협회(ASA) 사진 제공.

혈관내치료는 대혈관폐색 뇌졸중 환자의 재관류율을 높이고 기능적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내피세포 탈리(endothelial denudation)를 일으키거나 혈관벽을 손상시켜 혈전성 합병증 및 혈관 재폐색을 유발할 수 있다. 항혈소판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 예후를 개선할 수도 있다고 평가된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한 티로피반은 당단백질 IIb/IIIa 수용체 길항제로 혈소판 작용을 억제해 혈전 형성을 막는다. 약물 작용 발현 시간이 빠르고 반감기가 짧다.

티로피반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서 입증됐다. 그러나 대혈관폐색 뇌졸중 환자 예후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

티로피반, 대혈관폐색 뇌졸중 예후 개선하지 않아…LAA는 예외?

▲티로피반(제품명 아그라스타트).
▲티로피반(제품명 아그라스타트).

RESCUE BT는 대혈관폐색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혈관내치료 전 티로피반 투여 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자 진행된 다기관 무작위 위약 대조 이중맹검 임상3상이다.

중국에서 혈관내 치료가 가능한 55개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건강한 것으로 확인된 후 24시간 이내에 내원한 18세 이상의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 950명을 모집했다. 중앙값 나이는 67세였고 58.8%가 남성이었다. 

전체 환자군의 등록 당시 미국국립보건원 뇌졸중척도(NIHSS) 점수는 30점 이하였고 혈관내치료가 예정돼 있었다.

뇌졸중 진단 시 환자의 뇌 자기공명영상 사진을 이용해 병변 크기를 판단하는 ASPECTS 점수는 6점 이상이었다. ASPECTS 점수는 뇌경색에 따른 뇌 손상 정도를 0~10점으로 분류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뇌경색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환자군은 티로피반군(463명)과 위약군(485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티로피반군에게는 티로피반 10㎍/kg 정맥내 일시주사 후 24시간 동안 0.15㎍/kg/min을 연속주입했다. 치료 시작 20시간 후 전체 환자군은 경구용 항혈소판제를 복용했으며, 정맥주사는 24시간째 중단했다.

1차 목표점으로 90일째 mRS 점수 분포를 평가한 결과, 중앙값 점수는 티로피반군과 위약군 모두 3점으로 두 군간 신체기능장애 정도는 의미 있게 다르지 않았다(OR 1.09; P=0.46). 

2차 목표점인 △90일째 mRS 점수 0~1점 또는 질병 진행 전 수준으로 회복 △90일째 mRS 점수 0~2점 △최종 혈관조영술에서 상당한 재관류 △48시간 이내 컴퓨터단층촬영혈관조영(CTA) 또는 자기공명혈관조영(MRA)에서 재개통 등 비율도 치료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안전성 평가에서는 티로피반의 위험이 드러났다. 

증상이 있는 두개내출혈 발생률은 티로피반군 9.7%, 위약군 6.4%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모든 두개내출혈 발생률은 각 34.9%와 28.0%로 티로피반 투여 시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P=0.02). 90일째 사망률은 티로피반군 18.1%, 위약군 16.9%로 비슷했다(P=0.62).

다만 사전에 정의한 하위분석에서는 다른 하위군과 달리 LAA 환자는 티로피반 투여 시 위약 대비 기능적 예후가 1.43배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Nogueira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티로피반은 모든 대혈관폐색 뇌졸중 환자의 임상적 예후를 개선하지 못했다. 게다가 티로피반 투여 시 모든 두개내출혈 및 증상이 있는 두개내출혈 발생 빈도가 증가했다"며 "단 LAA 환자는 혈관내치료와 함께 티로피반 투여로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연구팀은 대혈관폐색이 없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 대상으로 티로피반의 유효성·안전성을 평가하는 RESCUE BT2를 진행 중이다. 다기관 이중맹검 무작위 연구로, 지난달 20일 기준 781명 환자가 무작위 배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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