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외과학회 오정탁 회장(세브란스어린이병원장)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지원하는 전공의가 줄면서 외과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부족한 것은 물론 모 대학병원은 외과 전체 전공의가 1명이거나, 나이 지긋한 교수가 당직을 서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이런 현실은 외과에서 끝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을 진료하는 소아 외과, 소아청소년 신경외과, 소아 비뇨의학과 등에도 영향을 주면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본지는 대한소아외과학회 오정탁 회장(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대한소아청소년신경외과학회, 대한소아비뇨의학회 회장 등을 만나 현안을 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대한소아외과학회 - 오정탁 회장(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장)
- 대한소아청소년신경외과학회 - 양국희 회장(일산병원 신경외과 교수) 
- 대한소아비뇨의학회 - 박관진 회장(서울대 어린이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대한소아외과학회 오정탁 회장(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
대한소아외과학회 오정탁 회장(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

"힘들고, 어려운 수술을 한 후 환아가 호전됐을 때 느끼는 매력이 있다. 수술이 힘들다는 것과, 이를 해냈다는 것 자체가 희열일 수 있다" 

대한소아외과학회 오정탁 회장(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의 말이다. 오 회장은 써전만이 알고 있는 그 '무엇'을 얘기하는 듯했다. 

그는 "외과는 해병대라 생각한다"고 했다. 전쟁할 때는 보급부대도 있고, 정훈장교 등도 있지만 결국 승부를 결정하는 건 해병대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군인이라는 것이다. 외과의사가 그런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외과에 대한 자부심, 긍지 등으로 뭉쳐 있는 듯한 오 회장도 외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줄어들면서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당장 수술할 수 있는 소아외과 의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외과가 이대로 하락세를 보이다간 결국 소아외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소아외과학회 수장을 맡고 있는 그를 만나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과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봤다. 

-대한소아외과학회에 소속된 회원 수는 몇 명인가?

학회에 소속된 정회원 수는 74명, 준회원 수는 85명, 소아외과 분과전문의 수는 59명이다. 

중요한 것은 정회원 74명 중 65세 이상이 31명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 정회원의 약 과반수와 준회원 중 분과전문의를 취득하고 아직 정회원이 되지 못한 일부 소아외과 의사 약 50명이 진료를 보고 있다. 

현재 소아외과 의사들은 낮에는 진료와 수술 등을 하고, 밤에도 응급실 콜을 받아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전공의들이 외과를 꺼려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의사들조차 소아외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종종 의사들도 "소아 수술이라 시간도 적게 걸리고, 그래서 수가도 절반만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얘기를 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1500g 미만 소아를 수술할 때도 있다. 이때는 어른보다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이런 상황을 의사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정부도 소아외과의 특징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수가도 매우 낮은 상황이다. 

-성인과 달린 소아외과 수술이 더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위암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라면 매번 위암 환자를 수술한다. 물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위암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수술을 많이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안정적으로 수술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소아외과는 희귀질환이 많다. 그래서 소아외과 의사는 5000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는 질병을 수술한다. 거의 매번 다른 수술을 하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어렵다.

10년 이상 수술을 한 나는 이제 조금 나아졌지만, 처음 진료를 할 때 "오늘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질병이 있는 환아가 오면 어쩌나"하고 걱정했을 때가 있었다. 

소아외과의 또 다른 어려움은 사례(case)가 많지 않아 진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진단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도구 자체도 많지 않아 의사의 진찰과 X-ray 소견 등이 고작일 때가 많다.

씁쓸한 얘기지만 검사를 적게 할 수밖에 없어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는 소아외과가 그닥 달갑지 않은 진료과이기도 하다. 

대한소아외과학회 오정탁 회장 
대한소아외과학회 오정탁 회장 

- 소아외과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은?  

소아외과 수가를 올려주는 것이다. 물론 2020년 고도 소아 수술 분야에서 수가가 조금 개선됐다. 당시 1세 미만 체중 1500g 이상인 신생아를 수술할 경우 수술·마취 가산을 기존 100%에서 200%로 올려준 바 있다.  

문제는 정부가 소아 관련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수가를 조금 올리고, 이슈가 사그라지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소아과를 지원한 전공의들이 거의 없자, 소아가산진료비 등을 들고 나왔다. 

- 최근 정부가 내년부터 어린이병원 사후보상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장으로서 이번 대책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정부가 말하는 사후보상이란 약 80~90% 보상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어린이병원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어린이병원이 발전하려면 투자를 하고 흑자가 나고 이를 다시 투자하는 등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결국 적자를 기록한다면 의미가 없다.

이런 점에서 국립대 어린이병원과 사립대병원이 약간 입장차가 있어 보인다. 

또 어린이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들도 적자인 상태다. 어린이병원만 있는 곳을 지원하겠다는 건 이들 병원은 적자를 봐도, 또 폐쇄해도 된다는 얘기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외국은 소아외과 되려는 의사들 경쟁이 치열하건만..."

- 미국과 일본 등 외국의 소아외과 의사의 근무 환경은 어떤가? 

미국은 소아외과가 되려는 의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많이 채용하지 않지만, 연봉 수준이 높고, 생활이 안정적이라 인기가 높다. 이런 이유로 병원에서 뛰어난 소아외과 의사를 채용할 수 있다. 

일본은 5세 이하 어린이의 치료 비용은 정부가 모두 책임진다. 또 대부분 국립대병원이라 우리나라처럼 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진료에만 신경쓰면 된다. 

진료과가 발전하려면 좋은 의사가 그 과에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전공의들이 외과를 외면하면, 소아외과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소아외과 회장으로서 임기 동안 꼭 해결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현재 소아외과 의사 혼자 외래 진료도 하고, 응급실 콜도 받는 등 혼자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소아외과는 미숙아와 저체중아 등도 많고 응급 상황도 많이 발생하는 진료과다. 

소아외과 의사 혼자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평가 기준을 소아외과 2명이 근무하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평가 시 소아외과 의사가 필수적으로 배치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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