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 지역 수가 신설 및 응급 고난도 수가 인상 요구
한양대병원 최동호 교수 "수술하는 의사에게 직접 수가 지급 필요"
서울대병원 이남준 교수 "확실한 리워드와 자기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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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전공의들이 안 그래도 외과를 지원하지 않는데, 기사에서 외과가 힘들고 어렵다는 얘기가 나가면 앞으로 더 외과를 지원하지 않으면 어쩝니까. 그러니 제발 열악한 외과의 현실만 기사로 쓰지 말고, 외과에 희망이 있다는 얘기를 전달해주세요"

2023년 신년 기획으로 외과 특히 소아외과, 이식외과, 간담췌외과 등을 취재하려고 했을 때 외과 의사들이 입을 모아 보인 반응이었다. 

그렇다. 현재 외과는 전공의 지원율도 저조하고, 일부 대학에서는 전공의가 1명뿐이라 교수가 3일에 한 번 당직을 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서울과 수도권이 상황이 이럴진대 지방 병원의 얘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실제 어느 지역에서는 레지던트가 전체 통틀어 1명인 곳도 있다. 

외과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래서 탄탄대로였던 기존의 길을 지우고, 처음부터 길을 내기 위한 선배 외과 의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선배들이 길을 열어볼게!

학회 이사장으로서, 대학병원 교수로서, 병원에서 일하는 외과 의사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답을 찾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었다.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부천 순천향대학병원장, 대장항문외과)은 외과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수가 인상을 위한 노력은 물론 지불제도 변화 등 비교적 큰 문제를 건드리면서 정부와 토론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신 이사장은 "전체 전공의 중 약 5%는 꾸준히 외과를 지원하고 있다. 수련 과정도 힘들고 어렵고, 수련을 끝내도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물론 개원할 수 있는 것도 보장할 수 없다. 그런데도 매년 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있다"며 "이들이 있어 외과 의사로서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이식외과 이남준 교수
서울대병원 이식외과 이남준 교수

서울대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하는 이남준 교수(간담췌외과).

이 교수는 외과학회나 학회나 정부가 젊은 친구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면 지금의 상황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웃었다. 

이 교수는 "드라마에서처럼 극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몸에 그리고 손에 피가 튀면서 환자의 심장을 뛰게 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외과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과 의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외과 의사로서 과학도 하고, 벤처사업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학회나 정부가 이런 분위기를 잘 감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병원 최동호 교수(간담췌외과)는 비록 지금은 힘들고 어려워도 선배들이 환경을 개선하면서, 전공의들이 미래를 예상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외과는 또 최고의 진료과로 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인과 해결책은 알고 있지만...

외과가 겪는 어려움은 원인과 해결책이 거의 맞닿아 있다.  

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부족하다는 것이 출발점이다. 병원에 전공의가 부족해 모든 일이 전공의 몇 명에게 몰리고, 이로 인해 전공의는 병원을 떠나게 된다. 

이후 업무는 다른 전공의에게 몰리거나 팰로우, 더 나아가 교수에게까지 업무가 전가된다. 교수가 됐음에도 전공의보다 더 바쁘고, 삶의 질은 떨어지고, 책임은 모두 져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면서 현재의 외과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박상재 이사장(국립암센터 간담췌외과)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삼성서울 등 빅5 병원 상황은 조금 낫지만, 규모가 작은 병원이나 지방 병원은 더 열악하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빅5 병원을 제외한 수도권의 몇몇 대학병원도 레지던트가 없어 교수가 일주일에 몇 번 당직을 서는 일은 허다하다"며 "지방의 상황은 더 열악한데, 외과 전공의가 없어 교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환자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도 많다"고 우려했다.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최동호 교수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최동호 교수

문재인 정부의 MRI 급여화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최 교수는 문정부가 MRI 급여화 등에 투자하지 말고, 응급수술이나 고난도 수술 등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곳에 투자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MRI 등을 급여화하면서 검사량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병원은 수익이 증가했고, 이를 통해 장비를 또 구입하는 행동을 했다"며 "MRI 급여를 할 것이 아니라 응급수술이나 야간 수술, 야간분만 등 정말 필요한 곳의 수가를 올렸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외과 의사를 옥죄는 의료 분쟁...해결책은?

외과의 특성상 수술이 많고, 이에 따라 사망 사고 등이 많은 것도 전공의들이 외과를 꺼리는 주요 이유다. 특히 환자가 사망하는 등의 문제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는 의사도 많다. 외과학회에서도 이 문제를 정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의사에게 과실이 있는 걸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는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이사장은 "매우 예민한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필수의료 관련 논의 때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답을 얻지는 못했다"며 "모든 사항에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서조차 의사에게 과도한 형사책임을 지우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어쩔 수 없이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가 과실을 입증해야 하므로 일상적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등 지원 시스템이 갖춰진 곳에서도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대처가 어려운데, 개원가는 더욱 힘들 것이란 얘기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의사가 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도 환자가 또 다른 것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외과 의사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괴로운 일이 너무 많다"며 "환자와 의사가 라포가 잘 형성되고, 이성적으로 대화가 되려면 진료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그런데 한 시간에 30명씩 진료하면서 이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확실한 리워드와 캐릭터 진화 

학회 이사장, 대학병원 교수 등 각자 위치에서 제시하는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된 맥락이 있었다. 정부가 외과의사가 일한 만큼 보상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신 이사장은 '지역 수가'와 지불 체계 변화를 주장했다. 지방에 근무하는 외과 의사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방 근무, 야간 수술, 응급 수술 등에 대해 수가를 책정해야 지방 병원들이 외과 의사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 이사장은 "현재 행위별 수가제로는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필수진료과의 생존이 불안하다. 따라서 소아청소년과와 외과 등 필수진료과는 새로운 지불방식을 도입해 진료과 자체가 소멸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박상재 이사장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박상재 이사장

박 이사장도 수가 인상을 우선으로 꼽았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수술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악순환의 원천이라는 것. 

최 교수도 수가 인상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말했다. 

응급수술이나 야간수술, 고난도 수술 등은 정부가 제대로 된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수술한 의사가 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외국에서 간암 수술을 하면 수술 비용은 의사에게 지불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모든 비용을 병원에 준다"며 "지금과 같이 외과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려면 수술 비용을 직접 의사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연구비 등을 지방에 배정하듯 전공의 TO도 지방에 정해놓는 것도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이 교수는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주목한 것은 게임의 원칙이었다. 이 교수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게임에 친숙하다. 게임은 '리워드'가 확실하고, 캐릭터가 진화한다"며 "이런 친구들에게 의사로서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은 답을 찾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 외과 의사가 부족하지 않은 이유는 수입이 좋고, 힘든 것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제대로 보상해주고, 개원해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외과학회는 지역 수가 책정, 외과 수가 인상 등 외과를 살리기 위한 정부와의 치열한 논쟁에 들어간다. 그 결과에 따라 후배 외과 의사들이 자갈밭을 걸을지, 꽃길을 걸을지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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