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여파가 지속된 2022년 임인년의 해가 저물고 있는 가운데, 올 한 해는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공공필수의료 강화 정책 추진과 10.29 참사(이태원 참사)로 인한 응급의료 필요성이 부각된 해로 기록됐다.
메디칼업저버는 다사다난했던 2022년 임인년 주요 보건의료 이슈를 정리해 봤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 넘어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의료계는 반대

복지부는 내년 초까지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의료계의 반대 입장 고수로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4월 제74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원격의료에 대해 기존 반대 입장에서 벗어나 의료계 주도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의결했다.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이었던 의료계의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정부로서는 반가운 상황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 가능성을 높게 관측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의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행위들이 드러나면서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우려했던 사항들이 현실화 됐다.
특히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등 비대면 진료를 많이 시행하고 있는 4개 진료과의사회가 공동으로 비대면 진료 관련 회원 설문조사를 한 결과, 비대면 진료 도입 반대 의견이 70%를 넘기면서 의료계의 분위기는 전면 반대입장으로 회귀했다.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 결과,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는 잠정 중단됐다.
2020년 1월부터 3년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점차 안정국면에 들어서면서 일상회복으로 전환되고 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됐으며, 내년 이후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상회복 분위기에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이태원동 일대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핼러윈을 즐기려는 다수 인파가 몰리면서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발생한 것.

코로나19 일상회복 시작과 10.29 참사 발생 
응급의료 중요성 부각

이번 10.29 참사로 인해 재발 방지를 위한 재난응급의료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29 참사는 응급대처가 늦었다는 비판과 함께 환자 이송 과정에서의 원활한 소통 부재, 응급현장 지휘계통 혼란 등 총체적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재난의료의료팀(DMAT)에 대한 권한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10·29참사 직후 서울·경기지역 총 15개 DMAT가 현장에 출동해 환자를 이송했다. DMAT는 적절한 시간에 출동했으며, 응급의료체계 가동 역시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재난 상황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DMAT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부분은 곱씹어봐야 한다.
의료적 판단이 중요한 재난상황에서 DMAT 출동부터 현장 의료 대응까지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전문의료진이 했다면 더 체계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이유다.

대한응급의학회 송경준 수련이사(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DMAT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현장진료소를 어디에 설치할지와 어떤 업무를 해야 할지 정리되지 않았다”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소방당국이 의료 관련 모든 일을 결정해 지시할 수 없다. 규정상 보건소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 외에 DMAT 출동부터 현장 의료 대응까지 총괄할 수 있는 의료진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별 최상위 의료기관의 응급의료 담당자 등이 재난 상황 시 의료 관련 컨트롤타워를 할 수 있도록 역할을 위임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보건소장이 전체적으로 현장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현장 의료 대응은 응급의료 담당자에게 권한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백경란 질병청장, 취임 7개월 만에 사퇴

윤석열 정부의 과학방역 책임을 지고 취임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임기 7개월 만에 사퇴했다.
후임 신임 청장은 지영미 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이 취임했다. 백경란 전 청장은 청장 내정 당시부터 본인 및 배우자의 제약·바이오 관련 주식 보유로 인해 논란이 일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백 청장의 주식보유를 문제 삼으며, 보유 주식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백 청장은 이미 보유한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고 답변하면서 보유 주식들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결국, 국회 복지위는 지난 11월 7일 제400회 정기회 9차 전체회의를 열고, 2022년 국정감사 증인 고발의 건을 상정해 심의했다. 
당시 정춘숙 위원장은 “지난 2022년도 국정감사에서 백경란 청장이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및 제14조를 위반해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안건을 상정한다”고 설명했다.

복지위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10월 28일까지 백 청장의 개인 보유 주식 자료 및 거래 내역 등 11가지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백 청장은 4가지 자료만 제출하면서 복지위가 고발하게 됐다.
백 청장은 지난 8월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로 SK바이오사이언스 30주, SK바이오팜 25주, 신테카바이오 3332주 등 바이오주식 다수를 보유하고 있어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돼 왔다. 백 청장은 직무와 관련된 제약·바이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6월 말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팔았고, 나머지도 지난 8월 31일 처분했다.

인사혁신처는 백 청장의 배우자가 소유했던 주식 2개 종목이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인사혁신처 주시 백신신탁 심사위원회는 백 청장 배우자가 보유한 100여개 종목 주시 가운데 엑세스바이오와 SK에 대해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지난 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백 청장이 주식관련 부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백 청장은 나름대로 자료를 제출하고, 각 의원실에 설명했다는 입장”이라고 백 청장을 두둔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우리도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K-방역 중심에 질병청이 있다”며 “질병청 직원들이 정정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일말의 의혹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회 복지위가 백경란 청장을 검찰에 고발한 내용으로, 서류 제출 요구 거절을 이유로 국회 복지위 위원들로부터 주식 거래 내역 및 주식 보유 현황 등에 관한 서류 제출을 요구받았지만 해당 서류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백경란 청장 남동생의 누나 찬스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남동생이 바이오기업 사외이사에 지원하면서 누나찬스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청장 공직을 친동생이 바이오기업에 지원하는데 사적으로 유용한 이해충돌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본인의 주식보유 논란 및 남동생 누나 찬스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백 청장은 12월 초 자진 사퇴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청와대는 백 청장의 사퇴의사를 수용했다. 12월 19일 신임 청장에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이 취임하면서, 백경란 청장은 취임 7개월만에 자리를 떠나게 됐다.

신임 지영미 청장은 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 면역병리센터장, 범부처감염병연구포럼 추진단장, 대한감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본부 예방접종프로그램 지역조정관을 거쳐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 위원으로 현재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