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CLS베링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 '헴제닉스' 승인
1회 투여로 예방요법 대비 연간 출혈율 54% 감소...94% 환자 예방요법 중단
환자 이점은 분명...'전 세계 최고가 치료제'는 걸림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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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혈우병 분야에서도 이른바 '원샷' 치료제가 자리잡을 전망이다. 

특히 사업성으로 인해 치료제 개발이 더뎠던 B형 혈우병에서 원샷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점에 업계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에 이름을 올리면서 환자 접근성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FDA, 헴제닉스 승인...1회 투여로 9인자 생성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성분명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르보벡)를 승인했다.

헴제닉스는 B형 혈우병 환자에게 1회 투여하는 유전자 치료제다.

혈류에 직접 투여해 5형 아데노바이러스벡터(AAV5)를 통해 변이된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 복제품인 FIX-Padua를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5~8배 활성을 높인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를 생성해 B형 혈우병 환자의 비정상 출혈 위험을 감소시키는 기전이다.

FDA는 현재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 결핍 치료를 위한 예방요법을 사용하고 있거나, 현재 또는 과거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을 경험했거나, 반복적이고 심각한 자연 출혈이 있는 B형 혈우병 성인 환자 치료제로 승인했다.

FDA 승인 기반은 중등도~중증 B형 혈우병 남성 환자 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HOPE-B 연구다. 연구에는 B형 혈우병 환자 가운데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 대체요법이 필요한 환자가 포함됐다.

1차 목표점은 헴제닉스 투여 6개월 후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 생성 비율, 투여 7~18개월째 연간 출혈율(ABR)로 정했다.

연구 결과, 헴제닉스 투여 6개월째 39% 환자에서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가 생성됐다. 투여 24개월째에는 36.7% 환자에서 생성됐다.

특히 헴제닉스 투여 7~18개월 사이 연간 출혈율은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가 포함된 혈장 제제를 투여받은 환자군에 비해 54% 감소했다.

이와 함께 헴제넥스 투여군 94%는 예방요법을 중단한 채로 상태를 유지했다. 흔한 이상반응은 간 효소 상승, 두통, 특정 혈액 효소 수치 상승, 독감과 유사한 증상 등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헴제닉스는 B형 혈우병 환자의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의 활성과 함께 지혈을 높이는 접근법과 관련한 독창적 방식으로 치료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개발 더딘 B형 혈우병 시장, 기대감↑

B형 혈우병은 단일 유전자 결손으로 발생하는 선천성 출혈성 질환이다. 간에서 주로 생성되는 혈액응고를 돕는 단백질인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 결핍으로 발생한다.

중등도~중증 B형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를 예방적으로 주입해 결핍된 혈액응고인자를 일시적으로 대체하거나 보충하는 방식의 치료가 이뤄진다.

이 같은 치료법은 분명한 효과를 갖지만, 환자들은 평생 주입 일정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혈우병은 A, B, C형 등 아형이 존재하는데, 이 중 A형 혈우병이 전체 혈우병 환자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A형 혈우병 치료제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돼왔다. 로슈 헴리브라(에미시주맙)이 대표적이다.

이는 B형 혈우병 치료제 개발을 더디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A형 혈우병에 비해 환자 수가 현저히 적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수익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츈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혈우병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6년 158억 303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A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 점유율이 85%에 달하며, B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은 10% 남짓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B형 혈우병을 원샷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가 시장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FDA는 "혈우병 치료 발전에도 불구하고 B형 혈우병 환자를 위한 치료제 개발은 지난 20여년 동안 답보상태였다"며 "헴제닉스는 B형 혈우병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B형 혈우병 환자들이 출혈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기적으로 혈액응고인자를 예방적으로 투여해야 했다. 다양한 치료옵션이 생기는 등 치료적 발전이 있었지만 미충족 수요는 여전했다"며 "헴제닉스와 같은 유전자 치료법은 혈우병 환자의 정기적, 지속적 약제 주입 부담을 벗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초고가'는 걸림돌

이런 가운데 헴제닉스의 가격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1회 치료에 약 47억원에 달하는 금액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물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CAR-T 세포치료제를 비롯한 유전자 치료제는 이른바 '원샷', 1회 투여로 치료가 끝나는 만큼 천문학적 가격이 붙는다.

미국 블루버드바이오의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성 빈혈 치료를 위한 유전자요법인 진테글로는 미국에서 280만달러(약 37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블루버드바이오가 출시한 부신백질이여양증(CALD) 치료제 스카이소나(엘리발도진 오토템셀)은 300만달러로 한화로 약 40억원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은 노바티스 척수성 근위축증(SMA)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도 미국에서 처음 출시할 당시 210만달러(약 28억원)로 책정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 패러다임은 원샷 치료제로 전환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초고가 약물의 이름을 바꿨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1회 치료로 완치되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에 절감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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