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연구 결과, FXa 억제제 복용 시 프라닥사·와파린보다 간질성 폐질환 위험↑
연구팀 "FXa 억제제 복용 환자, 폐 관련 이상반응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인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 릭시아나(에독사반), 엘리퀴스(아픽사반) 등 혈액응고인자 Xa 억제제(이하 FXa 억제제)가 폐 손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만 건강보험연구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FXa 억제제를 복용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는 다른 경구용 항응고제를 투약한 이들보다 간질성 폐질환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이는 임상에서 FXa 억제제를 투약하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폐 관련 이상반응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JAMA Network Open 11월 2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日 사례보고, 엘리퀴스 복용 환자 '0.45%' 간질성 폐질환 확인

DOAC은 비타민 K 길항제인 와파린보다 출혈 위험이 낮고 안전하다고 보고되지만, 사례보고 및 약물감시분석에서 간질성 폐질환 위험 문제가 보고된다.

2016년 일본 연구팀이 발표한 사례보고에 따르면, 엘리퀴스를 복용한 비판막성 심방세동 고령 환자 870명 중 4명(0.45%)에게서 간질성 폐질환이 확인됐다.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수치로, 엘리퀴스를 복용한다면 호흡기 증상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J Stroke Cerebrovasc Dis 2016;25(7):1767~1769).

또 2004~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이상사례보고시스템(FAERS) 자료 조사 결과, 간질성 폐질환 총 2만 4720건 중 962건은 DOAC을 복용한 환자군에서 보고됐다. 60%는 아시아에서 확인됐고 34%는 여성이었으며 87%는 65세 이상의 고령이었다(Drug Saf 2020;43(11):1191~1194).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이번 대만 연구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 항응고제 관련 간질성 폐질환 발생 위험을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간질성 폐질환 위험, FXa 억제제군 1.54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2012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간질성 폐질환 병력이 없고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10만 6044명의 데이터가 이번 분석에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73.4세였고 56.6%가 남성이었다. 추적관찰은 간질성 폐질환 발생, 사망 또는 연구 종료 시점인 2019년 12월 31일까지 이뤄졌다.

전체 환자 중 등록 당시 FXa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FXa 억제제군)는 60.9%(6만 4555명)로, 약제에 따라 엘리퀴스 24%(1만 5386명), 릭시아나 19%(1만 2413명), 자렐토 57%(3만 6756명)를 차지했다. 그 외 DOAC인 직접 트롬빈 억제제 프라닥사는 21.2%(2만 2501명, 프라닥사군), 와파린은 17.9%(1만 8988명, 와파린군)가 투약하고 있었다.

성향점수 가중법을 활용해 와파린군 대비 간질성 폐질환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 FXa 억제제군의 간질성 폐질환 발생 위험 증가가 감지됐다.

100인년당 간질성 폐질환 발생률은 FXa 억제제군 0.29건, 와파린군 0.17건으로, 위험은 FXa 억제제군이 1.54배 유의하게 높았다(HR 1.54; P<0.001). 그러나 프라닥사군은 와파린군과 비교해 간질성 폐질환 발생 위험의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또 추적관찰 동안 간질성 폐질환을 진단받은 환자 중 FXa 억제제군은 와파린군보다 항섬유화가 필요한 간질성 폐질환 발생 위험이 3.01배 의미 있게 높았다(OR 3.01; P=0.03). 

아울러 아미오다론을 복용하는 FXa 억제제군, 프라닥사군, 와파린군에서 간질성 폐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고, 아미오다론을 복용하지 않는 와파린군에서 그 위험이 가장 낮았다. 

단, 이번 결과는 FXa 억제제를 복용하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가 와파린으로 약제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FXa 억제제군과 와파린군 간 간질성 폐질환 발생률 차이는 작았고, 혈전색전증 및 주요 출혈 사건 절대 발생률은 FXa 억제제군이 낮다는 이유다.

연구를 진행한 대만 창궁메모리얼병원 Yi-Hsin Chan 박사는 논문을 통해 "경구용 항응고제를 투약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FXa 억제제 복용은 폐 손상과 연관됐다"며 "의료진은 FXa 억제제 투약 시 잠재적으로 폐 관련 이상반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결과에 따라 임상에서 DOAC을 복용하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폐 기능을 모니터링하도록 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Like Piccini 교수는 논평을 통해 "간질성 폐질환 발생률의 절대적 차이는 혈전색전증과 주요 출혈의 절대 감소보다 작아 DOAC의 전체 위험-혜택 프로파일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DOAC을 복용한 환자의 폐 기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도록 권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제품 특성을 업데이트하는 것 외에 다른 규제 조치를 고려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단, FXa 억제제와 아미오다론을 함께 복용하고 있으며 폐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환자는 의료진에게 초기 호흡 징후 및 증상을 시기적절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만 연구팀은 비아시아인 대상 연구를 포함해 다른 대규모 연구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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