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과학회 '대국민 귀 건강 포럼' 6일 개최
안면마비 발생 시 귀 관련 질병 감별진단 중요…원인 확인 후 치료해야
안면마비에 '한방치료' 효율성 판단 근거 부족…과학적 평가 이뤄져야

▲대한이과학회는 제56회 귀의 날을 맞아 6일 한국프렌스센터에서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을 개최했다. 학회는 '안면마비: 왜 귀 전문의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가?'를 주제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좌부터)삼성서울병원 조양선 교수, 경희대병원 여승근 교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종대 교수,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김진 교수,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전범조 교수.
▲대한이과학회는 제56회 귀의 날을 맞아 6일 한국프렌스센터에서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을 개최했다. 학회는 '안면마비: 왜 귀 전문의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가?'를 주제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좌부터)삼성서울병원 조양선 교수, 경희대병원 여승근 교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종대 교수,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김진 교수,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전범조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안면마비 증상이 생기면 이비인후과에 처음 내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면마비가 처음 발생하면 귀와 관련된 질병에 대한 감별진단이 중요하므로 이비인후과에서 원인을 확인해 적절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잠재적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는 국민 대다수는 근거 기반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한이과학회는 제56회 귀의 날(매년 9월 9일)을 맞아 6일 한국프렌스센터에서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을 열고 '안면마비: 왜 귀 전문의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가?'를 주제로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안면마비 90% 귀와 연관…스테로이드 치료 시작 중요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종대 교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종대 교수.

안면마비의 가장 많은 원인은 구안와사라고 불리는 벨마비다.

그러나 모든 안면마비가 벨마비가 아니며, 90% 전후로 귀 안이나 주변 질환과 연관된 것으로 조사된다.

삼성서울병원 조양선 교수(이비인후과)는 "안면마비는 귀와 관련된 질환으로 귀 주위를 치료하면 안면마비를 치료할 수 있다"며 "안면마비 발생 이후 급성기, 만성기에 걸쳐 시기별 적절한 치료법이 명확하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안면마비에서 중요한 것은 처음 발생 시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다. 벨마비는 처음 발병 시 정상 회복을 위해 2~3일 안에 고농도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벨마비는 귀 안에 위치한 안면신경의 부종과 염증이 생겨 나타나는데 고농도 스테로이드는 빠른 시간 내 효과적으로 부종과 염증을 줄여 안면신경 기능회복에 도움을 준다. 

벨마비에서 치료에 따른 완전 회복률을 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2002년 발표된 자연 회복률 연구에서는 71%, 2000년 논문에서 확인된 초기 스테로이드 사용에 따른 회복률은 88%였다.

그러나 대한이과학회에서 1995년에 보고한 완전 회복률은 68%로, 2002년 보고된 자연 회복률 결과와 차이가 없었다. 즉 우리나라 벨마비 환자는 초기 스테로이드 치료로 90% 가깝게 증상이 좋아질 수 있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자연 회복률과 유사한 결과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2010~2015년 벨마비 치료법을 조사한 코크란 리뷰 결과 따르면, 침 치료, 스테로이드, 항바이러스제, 수술적 치료, 물리치료, 고농도 산소요법 등 6가지 치료법 중 일주일 이내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하는 것만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그 외 치료는 효과가 없거나 있더라도 검증이 미흡했다. 

이에 2013년 미국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협회(AAO)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는 16세 이상의 벨마비 환자에게 증상 발생 72시간 이내에 경구용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종대 교수(이비인후과)는 "우리나라 벨마비 환자 43%는 초기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 권고안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 이유 중 하나가 환자가 증상 발생 초기에 의사에게 진료받지 않고 침 치료나 마사지를 받는 등 잘못된 치료를 받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스테로이드는 과학적으로 안면마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근거 수준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면마비는 바이러스감염, 중이염, 종양 등 귀와 관련된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므로 빨리 감별해야 한다"면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과학적 치료로 조기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이과학회는 제56회 귀의 날을 맞아 6일 한국프렌스센터에서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을 개최했다.
▲대한이과학회는 제56회 귀의 날을 맞아 6일 한국프렌스센터에서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을 개최했다.

이비인후과, 안면마비 관련 진료과 '교통정리' 하는 역할

대한이과학회가 안면마비 진료를 위해 이비인후과에 처음 내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환자가 진료받아야 할 진료과를 정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김진 교수(이비인후과)는 "안면마비 환자가 성형외과, 안과, 재활의학과 등 어떤 과에서 진료받아야 할지 교통정리를 해주는 곳이 이비인후과"라며 "이에 대부분 OECD 국가에서 안면마비 클리닉은 이비인후과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여승근 교수(이비인후과)는 "이비인후과에서 안면마비 환자가 진료받은 이후 눈을 감지 못하는 후유증이 생기면 안과, 수술이 필요하면 성형외과, 치료되지 않으면 재활의학과 등과 함께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에 대한 체계화가 이뤄지지 않는 게 한계"라고 밝혔다. 

한방에서 안면마비 치료?…'근거 부족'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전범조 교수.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전범조 교수.

그러나 국내 치료 현황을 보면 급성 안면 신경마비 환자는 한방치료를 의존하는 현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이과학회가 2002~2020년 '급성 안면 신경마비 월별 연도별 진료현황'을 공동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의과 방문 추세가 늘고 한의 방문 추세가 줄었다.

그럼에도 2004~2015년 의과에서 스테로이드를 처방받기보단 한의에서 한방치료를 받는 환자가 2배가량 많았다. 

성별에 따라 남성이 의과, 여성이 한의에서 주로 치료받았다. 특히 10만 명당 연령별 발생률이 높았던 50대에서 의과보단 한의 이용률이 높았다.

하지만 대한이과학회가 2010년 발표한 '급성 안면 신경마비 진료지침'에서는 벨마비 약물치료로 스테로이드를 모든 환자에게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반면 한방치료는 근거 중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므로 효율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제시한다.

이와 함께 2019년 발표된 '안면신경마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특발성 안면신경마비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양약 단독치료를 진행하는 것에 비해 침과 양약 병행치료를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즉, 스테로이드 치료를 안면마비 환자에게 권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특발성 안면신경마비 환자에게 침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양약치료를 진행하는 것보다 안면 증상 개선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권고안은 도출하지 못했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전범조 교수(이비인후과)는 "최근 한의에서도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빠른 기능 개선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다 근거 중심의 과학적 평가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이과학회는 많은 안면마비 환자가 스테로이드가 아닌 한방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대국민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조 교수는 "급성기 이후 안면마비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해줄 수 있는 치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침을 맞는다"면서 "안면마비의 과학적 치료에 대한 홍보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학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 교수는 "안면마비 진료·치료에 대해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가운데 많은 국민이 오랫동안 한방치료를 받았다"며 "한의에서도 치료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방치료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뤄졌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이과학회 박시내 공보이사(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국민 1%만 적극적으로 안면마비를 치료받는다면 5000명이 회복될 수 있다"며 "아직 우리나라 안면마비 치료율이 세계 평균보다 낮은 것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올바른 귀 건강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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