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르페니돈∙닌테다닙, 질환 지연 효과…근본적 치료는 어려워
대웅∙종근당∙한미, 해당 분야에 신약개발 도전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특발성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의 높은 치료 장벽이 조금 더 허물어질 수 있을까

‘특발성’이라는 이름이 붙는 것 처럼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예후가 나빠 조기 치료가 이뤄져야 하지만 조기 진단율은 낮고, 현재 나와있는 치료제들로는 국한적인 치료 효과로 인해 질병의 지연만이 가능해 미충족 수요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웅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등이 해당 시장에 자체 개발 신약후보물질들로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상황. 질병의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지 그 가능성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피르페니돈∙닌테다닙, 폐 기능 손실 및 관련 증상 억제

IPF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는 ‘항섬유화제’인 일동제약의 피레스파(성분명 피르페니돈)다. 피레스파는 지난 2012년 국내에 승인받은 제품으로,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해 223억원 매출을 올린 대형 품목이다.

피르페니돈은 폐조직 섬유화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 등의 증식인자 생성을 조절하고 섬유아세포의 증식, 콜라겐 생성 등을 억제해 폐의 섬유화를 막는 작용을 한다.

특히 피레스파는 IPF의 중등도와 관계없이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폐기능 검사 상 노력성 폐활량(FVC)과 일산화탄소 확산능력(DLco)을 기준으로 중증 환자군과 경증 내지 중등도 환자군으로 구분 된 시판 후 조사(PMS)에서 두 환자군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FVC와 DLco의 감소를 완화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피르페니돈 성분은 지난 6월 유럽에서 실시한 PMS 결과에 스티븐스존슨증후군(SJS)과 독성표피괴사용해(TEN)가 보고 된 상황이다. 이에 유럽집행위원회(EC)에서 허가사항 개정 조치를 나선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검토 중에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외 허가 현황 검토 및 업체 의견조회 등의 절차를 거쳐, 해당 성분 9개 품목에 대하여 SJS와 TEN을 ‘사용상 주의사항’에 추가하도록 허가사항 변경(안) 사전예고 등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며 “특별한 추가 사항이 없는 경우 허가사항이 변경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SJS는 염증성 피부질환 다형홍반의 일종으로, 피부의 탈락을 유발하는 피부 점막 전신 질환이다. TEN은 광범위한 홍반과 늘어진 물집이 생긴 후 피부가 벗겨져 화상을 입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되는 피부 질환이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의학적으로 표피 박탈 부위가 10% 이하일 때 SJS, 표피 박탈 부위 30% 이상일 때 TEN으로 간주한다.

두 질환 모두 약물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피르페니돈 사용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치료제로 고려되고 있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닌테다닙)도 피레스파와 유사한 적응증을 가진 약물이다. 

오페브는 IPF의 질병 진행 지연 효과를 입증한 표적치료제로, 폐기능 감소를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오페브는 피레스파와 동일한 적응증을 가졌다는 이유로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차수에 상관없이 약을 사용했을 때 환자가 한 달에 약 300만원 정도 사비용을 들여 치료받고 있는 상황이다. 300만원은 비급여 항암제 한 싸이클 치료와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다. 

또 피부질환, 설사, 간질환 등을 유발하며, 피르페니돈과 유사한 효과와 또 다른 부작용 등을 갖고있어 이를 대체하기 보다는 비슷한 효과를 가진 약물을 스위칭한다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2개 치료제가 유일한 IPF 치료제라고 볼 수 있지만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 불가, 이상반응(AE)가 발생함에 따라 해당 질환의 미충족 수요는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 IPF 환자 단체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급여가 되는 피르페니돈을 사용한 이후 부작용 혹은 내성이 발생했을 때 오페브로 스위칭을 하는데 비용, 효과, 부작용적 측면에서 비용대비효과(return on investment, ROI)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IPF 환자 보호자는 “피레스파로 인한 광반응으로 피부 염증, 간질환, 식욕 부진 등으로 오페브로 약을 바꿨지만 결국 비슷한 부작용이 생겼고 음식물은 섭취 후 설사로 다 내보냈다. 결국 그약이 그약”이라며 “특발성폐섬유증에 신약이 나와 환자에게 또 다른 옵션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웅∙종근당∙한미 IPF 신약 개발 나란히 도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은 매년 7%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 2030년 61억 달러(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 돼 그 수요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만 되면 히트를 칠 수 있는 시장의 선두주자는 종근당이다. 종근당은 자가면역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CKD-506’이 IPF에도 효과가 보인다는 걸 발견해 내 해당 물질로 유럽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에 있다.

CKD-506은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히스톤디아세틸라제6(HDAC6)를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켜, 면역 억제 T세포의 기능을 강화하는 신약후보물질이다. 

종근당은 HDAC6 억제제의 효능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IPF뿐만 아니라 샤르코마리투스(CMT), 신경, 암, 면역 등의 질환 치료를 목표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도 유력한 개발 후보자 중 하나다.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2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DWN12088을 통해 IPF 신약 개발에 나섰다.

DWN12088은 자체 개발 중인 PRS 저해 항섬유화제 신약이다.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의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해당 신약후보물질은 호주에서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진행 된 임상1상을 통해 안전성과 함께 체내 흡수, 분포, 대사 등 약동학적 특성을 파악했다. 

대웅제약은 오는 9월부터 임상2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임상은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다국가 임상 방식으로 진행되며,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게 된다. 

총 102명의 특발성 폐섬유증(IPF) 환자에게 24주간 시험약 또는 위약을 경구 투약 후 FVC 수치 악화가 얼마나 개선되는지 평가한다. 

DWN12088은 작년 5월 미국흉부학회 연례학술대회(ATS 2021)에서 동물모델에서 항섬유화 효과 및 폐기능개선 효과를 발표했으며, 2019년에는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한미약품은 삼중작용 바이오신약 LAPS Triple Agonist를 통해 IPF 신약 개발에 나선다는 전망이다. LAPS TRIPLE Agonist는 지난 6월 IPF 치료 목적을 위해 유럽식품의약국(EM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바 있다.

해당 신약후보 물질은 비알콜성지방간(NASH) 치료제로 개발 중에 있었으나, 간 섬유화, 담즙 정체성 담관염 등을 유도한 다양한 동물 모델에서 지방간과 간염증, 특히 간 섬유화(fibrosis)에 대한 효능을 확인해, 본격 IPF 치료 연구에도 돌입했다. 

한편 LAPS Triple Agonist는 FDA와 EMA로부터 각각 원발 담즙성 담관염, 원발 경화성 담관염, 특발성 폐 섬유증 적응증으로 총 6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다양한 적응증으로의 개발 가능성에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이에 상용화만 된다면, 다양한 희귀 및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신약이 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