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소판-혈전연구회, 백신·성별·인종에 따른 혈전증 위험에 대한 논의 진행
질병청·건보공단 데이터 조사 결과, 백신 접종 시 심근경색·뇌졸중 위험↓
코로나19 남성 환자, 여성보다 중환자실 입원·사망 위험 높아
'코로나19-혈전증'에 적용되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이 3년 차를 맞은 가운데 학계에서는 코로나19 관련 혈전증 위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학계의 화두에 오른 이슈는 백신 접종, 성별, 인종에 따라 코로나19 관련 혈전증 위험이 다른지다. 

이에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산하 혈소판-혈전연구회는 지난 6~7일 JW 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한국에서 코로나19와 혈전증'을 주제로 혈전증 아카데미를 개최, 주요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산하 혈소판-혈전연구회 정영훈 회장(중앙대광명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산하 혈소판-혈전연구회 정영훈 회장(중앙대광명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본지는 연구회 정영훈 회장(중앙대광명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을 만나 코로나19와 혈전증을 둘러싼 세 가지 이슈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 완치 이후에도 심혈관에 장기간 영향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에 따라 감염 이후 완치됐음에도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롱코비드(Long COVID) 환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시 체내 여러 장기에서 과잉 면역반응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오랫동안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치명적 후유증으로 꼽히는 것이 심근경색, 뇌졸중, 혈전증 등 심혈관계 합병증이다. 

코로나19 감염이 완치 이후에도 심혈관에 장기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미국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보훈처 데이터베이스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 코로나19에 감염된 15만 3760명과 감염되지 않은 560만명, 그리고 대유행 전 데이터를 수집한 590만명에 대한 코호트를 바탕으로 감염 후 첫 30일부터 1년 동안의 새로운 심혈관계 사건 발생을 비교했다(Nat Med 2022;28(3):583~590).

조사에서는 △뇌혈관질환 △부정맥 △염증성 심질환 △허혈성 심질환 △혈전성 장애 △그 외 심질환 등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급성 코로나19 감염자의 1년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감염되지 않은 이들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이 같은 위험은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증 감염자에게서도 나타났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심혈관계 사건 위험이 달라질까? 이에 대한 힌트는 국내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방접종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후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을 분석한 연구가 그것이다(JAMA 7월 22일자 온라인판).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코로나19 감염자 23만여명을 백신 미접종군(6만 2727명)과 2차접종군(16만 8310명)으로 분류해 급성 심근경색 또는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1차 목표점은 코로나19 진단 이후 31일부터 120일까지 발생한 급성 심근경색 또는 허혈성 뇌졸중에 대한 입원을 종합해 평가했다. 

그 결과, 1차 목표점은 미접종군 31명, 2차접종군 74명에게서 발생했고 그 위험은 2차접종군이 58% 유의하게 낮았다. 이와 함께 미접종군 대비 2차접종군의 급성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52%, 허혈성 뇌졸중은 60% 의미 있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를 보면 미접종군과 2차접종군에서 급성 심근경색 또는 허혈성 뇌졸중 발생 환자 수는 적었지만, 백신 접종 시 그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줄었다. 즉 코로나19가 심혈관에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이며, 백신 접종이 감염 이후 급성 심근경색 또는 허혈성 뇌졸중 위험 감소와 연관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백신 자체가 급성 심근경색 또는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기보단, 백신 접종으로 우리 몸이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넘어가는 상황이 됐다고 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에 따라 체내 염증 또는 혈액응고 시스템 활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게 되는 것이다. 심혈관계 사건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성별 간 예후 다른 이유 '성염색체'에 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감염자의 임상 예후가 성별에 따라 다른지도 이슈 중 하나다.

2020년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 비율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었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중환자실 입원 가능성이 약 3배, 사망 가능성이 약 1.4배 높았다(Nat Commun 2020;11(1):6317).

이는 국내 코로나19 입원 환자에게서도 유사하게 관찰된다. 2020년 1월 20일부터 4월 30일까지 질병청 데이터세트에 등록된 코로나19 감염자를 조사한 결과, 여성의 입원 위험이 남성 대비 49% 의미 있게 낮았다(PLoS One 2022;17(1):e0262861).

정 회장은 "혈전 성향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고 보고되지만, 실제 심혈관계 사건은 여성이 적게 발생한다"며 "최근 X-염색체(X-chromosome), 즉 성염색체로 인해 성별 간 차이가 나타난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남성은 성염색체로 X와 Y 염색체를, 여성은 X 염색체를 2개 갖고 있다. 이 중 여성의 X 염색체에는 선천성 및 적응성 면역반응과 연관된 다양한 유전자가 존재하는데, 남성은 이를 하나만 갖고 있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다는 추정이다. 

심혈관계 동반질환과 연관된 염증 및 면역 상태 차이에 더해 성별 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염증반응 차이로 남성 코로나19 감염자의 예후가 좋지 않은 이유를 잠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이를 뒷받침하듯 실제 코로나19뿐 아니라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 감염에 따른 사망 위험도 남성이 여성보다 높다고 보고된다.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면역글로불린 G(IgG) 항체 수치는 여성의 경우 증상 발생 4주차에 급격하게 증가해 최고치에 도달했지만, 남성은 점진적으로 증가해 증상 발생 7주차에 최고치를 달성한 것으로 조사된다(BMC Infect Dis 2021;21(1):647).

이에 따라 성별에 따른 코로나19 임상 예후 차이를 이해한다면 최적 코로나19 치료전략 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치료전략은 아직 명확하게 정리하기 어렵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남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객관적인 접근방식으로 치료하면 되지만, 여성은 남성과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성별과 관계없이 똑같이 치료하는 것은 문제"라며 "여성은 강하게 치료하면 혜택보다 위험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를 용량 변경으로 해결할지 다른 약제를 사용해야 할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에 따라 동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혈전 성향이 낮아 임상사건이 적게 발생하므로 강한 항혈전제 치료를 진행하지 않으면 된다"면서 "하지만 젠더 패러독스(gender paradox)는 여성의 혈전 성향이 남성보다 높음에도 임상사건이 적게 생기기 때문에 치료가 더 어렵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성별에 따른 치료전략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망률, 흑인>동아시아인…'혈전 성향' 차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동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혈전 성향이 낮고 출혈 위험이 높으며 항혈전제에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는 코로나19에도 적용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종 간 사망률 차이를 보면, 2019년과 2020년 10만 명당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흑인, 아메리칸 인디언/알래스카 원주민, 라틴 아메리카인이 백인과 아시아인보다 2배 이상 높았다(Ann  Intern  Med 2021;174:1693~1699).

정 회장은 "코로나19 감염 시 정맥혈전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이전에 발표된 데이터에서 정맥혈전증은 주로 흑인에게서 보고됐다"며 "흑인의 혈전 유발 특성은 백인보다 나쁘다.

특히 염증 및 혈액응고 시스템이 좋지 않으며, 이러한 특징이 인종 간 사망률 차이와 연관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인 패러독스에 따른 인종 간 혈전 성향 차이는 동아시아인과 백인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임상 예후를 비교한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COMPARE-RACE 연구에서는 동아시아인과 백인의 혈전 성향을 혈전탄성묘사도(TEG)로 평가했고, 3년째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을 추적관찰했다(J Thromb Thrombolysis 2021;51:454~465). 

분석 자료로 동아시아인에서는 경상대병원에서 진행하는 G-NUH 등록사업, 백인에서는 미국 시더스 사이나이병원에서 시행하는 MAGAMA 등록사업 데이터를 활용했다. 

그 결과, TEG의 최대진폭(maximum amplitude, MA)은 백인보다 동아시아인이 유의하게 낮았다. MA는 응고 견고함을 반영하는 지표로 혈소판 수와 기능, 섬유소와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는 혈소판 기능 표식자로 사용된다. 즉, 동아시아인의 MA가 백인보다 낮다는 것은 혈소판-섬유소 응고 강도(platelet-fibrin clot strength, PFCS)가 낮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MA가 68mm 이상으로 PFCS가 높다면 MACE 발생 위험이 6.27배 의미 있게 높았는데, 동아시아인의 PFCS가 높을 가능성은 백인보다 50% 유의하게 낮았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시 정맥·동맥혈전증(VTE·ATE) 발생률은 동아시아인이 다른 인종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연구팀이 진행한 102개 연구 메타분석 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연관 정맥혈전증 발생률은 14.7%이고 폐색전증은 7.8%, 하지 심부정맥혈전증은 11.2%였다. 동맥혈전증 발생률은 6.4%였고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은 3.9%, 뇌졸중은 1.6%로 조사됐다(Thorax 2021;76(10):970~979). 한국인에 대한 결과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인종 간 혈전 성향 차이를 고려하면 앞선 결과보다 발생률이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정 회장 설명이다. 

이에 혈전 성향에 따라 약물치료가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혈전 성향을 판단하는 지표에는 MA에 무게가 실린다. 

코로나19 감염자와 비감염자의 혈액 검사를 비교한 결과, MA가 68mm를 초과한 높은 PFCS가 혈전탄성도 지표 중 하나로 꼽혔다(Blood Coagul Fibrinolysis 2022;32:544~549). 

이와 함께 미국 베일러 성 누가 메디컬센터 중환자실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중 혈전사건이 2건 이상 발생한 이들의 MA는 0~1건 발생한 환자보다 높았다. 아울러 30분 후 실제 침윤된 응고 비율을 의미하는 LY30(MA 30분 후 용해율)은 혈전사건 발생 예측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JAMA Network Open 2020;3:e2011192).

정 회장은 "TEG6S를 이용해 중증도가 비슷한 미국 흑인 코로나19 환자와 국내 환자의 혈전 성향을 비교한 결과, MA는 한국인이 더 낮았고 LY30은 비슷했다"며 "분석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MA가 혈전 성향을 평가하는 데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중증도와 함께 나이, X-레이 결과, 기저질환 등을 통해 치료를 결정한다"면서 "이때 MA와 LY30에 따라 점수를 책정하고 혈전 성향을 파악해 치료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혈전사건을 조기에 찾아 치료한다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