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오도연 교수

서울대병원 오도연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임핀지는 담도암 치료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오도연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임핀지는 담도암 치료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담도암은 췌장암과 비슷한 수준으로 드물지만 사람들이 더 생소하게 느끼는 암이다.

환자의 절반 정도는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진단되며, 이들의 기대여명은 대략 3개월 전후다. 항암치료를 하면 기대여명은 연장되지만 치료옵션은 제한적이고, 환자의 5년 생존율도 5~15%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2022)에서 서울대병원 오도연 교수(종양내과)가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의 TOPAZ-1 연구를 발표하면서 수술 불가능한 진행성 담도암 표준치료법이 10년 만에 변화를 맞게 됐다.

본지와 만난 오 교수는 담도암 대상 임핀지의 TOPAZ-1 연구 성공은 치료 패러다임을 발전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 연구자 주도 임상으로 TOPAZ-1 연구를 진행한 계기가 있었나. 그리고 왜 임핀지였는지도 궁금하다.  

담도암 분야에서는 표준치료가 정립된지 10년이 넘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신약개발 기회가 다른 암에 비해 많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임핀지가 다른 암종에서 효과가 좋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서 담도암에서 연구자 주도 임상을 해보겠다고 아스트라제네카에 제안했다.

담도암에서는 간 독성 등의 문제 없이 항암제를 투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임핀지는 다른 암종에서 항암치료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했을 때 부작용이 많지 않았다. 연구자 주도 임상2상을 진행한 결과, 효과도 굉장히 좋았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임핀지의 담도암 적응증 허가를 신청한 데이터는 내가 진행한 연구자 주도 임상2상 결과였다. 진행 중인 연구였음에도 서로 믿고 FDA에 허가를 신청한 것이다.

- 임상2상에서 강조하고 싶은 데이터가 있다면.

핵심은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GemCis)에 임핀지를 더한 3제 요법이 안전하고 관리가 잘 된다는 것, 그리고 효과가 좋다는 점이다.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차로 GemCis 치료로 첫 사이클을 마치고 항암치료 이전과 비교해 면역이 항진되고 면역환경에 변화가 오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두 번째 사이클부터는 면역항암제를 추가해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 글로벌 임상3상에서는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나.

우선 안전성이다. 어떤 의사가 사용해도 독성 부작용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GemCis에 임핀지가 추가됐음에도 독성 부작용 측면에서 동일 수준의 결과를 확인했다. 심지어 어떤 측면에서는 임핀지 추가군이 더 우수하기도 했다.

두번째는 생존기간 개선이다. TOPAZ-1 연구는 GemCis 요법과 비교해 임핀지를 추가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생존기간을 향상시켰다. 이는 표준요법을 바꿀 수 있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마지막으로 담도암에서도 면역항암제가 잘 작용한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TOPAZ-1 연구가 담도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개선할 수 있는 촉매가 되길 바란다.

- 임피지 추가군은 GemCis 요법 대비 전체생존기간(OS)을 1.3개월 연장하는 수준이었다. 이 수치가 갖는 의미는?

OS의 위험비(Hazard Ratio)는 0.8로 사망 위험을 20%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비는 연구 참여자 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참여자 수가 적을 경우 통계적 유의성 입증에 실패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를 볼 때 6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TOPAZ-1 연구의 위험비 수치는 의미가 있다.

사실 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면 생존기간 1개월 연장을 위해 막대한 비용의 치료가 의미가 있는지 묻는다. 이런 질문에 항상 단계를 밟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답한다. 1~2개월의 개선을 기반으로 단계적으로 향상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0년 GemCis 데이터가 담도암 치료의 출발을 알렸다면, TOPAZ-1 연구는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FDA가 올해 3분기 안으로 임핀지의 담도암 1차 허가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 한국에서도 건보 적용이 가능하리라 보나. 

10년 동안 치료적 발전이 없었던 담도암 분야에서 성공한 첫 글로벌 임상3상 연구라는 점을 감안할 때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문제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TOPAZ-1 연구 참여자 절반은 아시아인이고, 한국 환자도 많이 등록돼 있다.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비교해보면 아시아인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건강보험급여 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 향후 담도암 분야 치료전략 변화를 전망한다면.

이제 우리는 담도암 치료에서 작용기전이 다른 약물은 어떤 것을 추가할지, 임핀지 효과가 큰 환자군의 특성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

또 담도암은 그동안 표적치료제가 사용되지 않았는데 최근 FGFR2 변이와 IDH1 변이 표적치료제가 2차 치료제로 등장했다. 이를 면역항암제와 함께 사용하는 방법도 풀어야 할 숙제다.

담도암은 2차 치료까지는 옵션이 있지만, 3차 치료부터는 항암제가 없는 실정이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려면 치료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표적치료제는 한국에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 규제 당국의 검토와 승인이 빨라져야 하는 이유다.
  
결국 연구자가 열심히 해야 해결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약물을 전략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제약사와 협력하는 것도, 환자가 오래동안 편하게 살 수 있도록 건강과 행복에 공헌하는 것도 실제 진료를 보는 의사가 해야 할 역할이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환자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의사 뿐이라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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