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약초·건강보조식품으로 인한 간손상 지침서' 발표
약인성 간손상 특징·진단·관리 등에 대한 총 64개 지침 제시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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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간학회(AASLD)가 다루기 힘들면서 급성 간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약인성 간손상(drug induced liver injury, DILI)을 관리하기 위한 지침서를 처음 개발했다.

이번 지침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1000가지 이상의 처방약과 소매점 및 온라인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10만 가지 이상의 약초 및 건강보조식품 중 다수가 DILI와 연관돼, 관련 지침이 필요하다는 미국 소화기 및 간 전문가들의 판단하에 마련됐다.

특히 DILI를 확실하게 진단하는 것은 간손상과 연관된 개별 약제의 임상징후, 진단 바이오마커 부족 등과 같은 경쟁적 요인을 배제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으므로 이 같은 지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소화기 및 간 전문가들의 합의에 따라 지침서에는 DILI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임상특징과 검사실 및 조직학적 특징에 대한 정보를 포함해 총 64개 지침이 담겼다.

AASLD은 DILI 관련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이드라인보단 지침을 제공하는 것에 무게를 실었다.

지침서 개발을 이끈 미국 미시간대학 Robert Fontana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처방약, 약초, 건강보조식품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간손상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며 "DILI 진단은 검증된 객관적인 진단 검사가 없어 여전히 어렵다. DILI의 병인, 자연사, 예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금이 DILI에 대한 AASLD 첫 지침서를 만드는 최적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침서는 Hepatology 7월 2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직접적·특이적·간접적 DILI 특징은?

AASLD는 의료진이 DILI가 의심되는 환자를 평가할 때 직접적, 특이적, 간접적 등 세 가지 간독성 유형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구체적 특징을 제시했다. 

먼저 직접적 간독성은 용량 의존적이고 내인성이며 예측 가능하다. 예로,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가진 직접적 간독성은 역치용량 또는 투약기간을 초과하면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간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달리 특이적 간독성은 일반적으로 용량과 관계없고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약물 투여 중 또는 이후 다양한 시기에 간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승인된 대부분 약물에서 특이적 DILI는 1000~100만명 중 1명에게서 발생할 정도로 드물게 확인된다. 대부분 환자가 발진, 호산구 증가증, 과민반응 등이 나타나지 않지만 주로 특이적 DILI는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에서 비롯된다.

간접적 간독성은 약물의 생물학적 작용이 간 또는 면역계에 영향을 미쳐 2차 간손상이 유발되는 것이다. 특이적 DILI와 마찬가지로 약물 투여용량과 무관하며 다양한 기간에 임상징후가 나타난다. 면역관문억제제와 연관된 면역 관련 간염과 리툭시맙 투여 후 B형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등이 대표적이다. 

DILI 연관 약물, 지리적 차이 존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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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DILI와 가장 연관된 약물은 항생제와 중추신경계 약물, 항염증제 등이 있다. 이와 함께 AASLD는 DILI와 연관된 특정 약물은 지리적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예로, 약초 및 건강보조식품은 중국, 한국, 싱가포르 등에서 주로 사용되며 이로 인한 DILI 사례는 27~62%를 차지한다. 반면 약초 및 건강보조식품은 미국, 스페인 등 국가에서 적게 판매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양에서도 약초 및 건강보조식품 보급이 점차 늘어 이와 관련된 DILI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또 아목시실린/클라블라네이트 등 항생제는 서양에서 주로 DILI와 연관된 약제이지만 아시아에서는 항결핵제가 더 관련됐다. 

환자의 DILI 위험은 약물 투약용량, 약물의 친유성, 간대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단, 나이, 성별, 인종 등이 DILI 취약성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위험요인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아목시실린/클라블라네이트과 이소니아지드 등은 고령에서, 발프로산과 미노사이클린은 소아에서 DILI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 

비만, 당뇨병 등 동반질환도 DILI 발생 및 중증도 위험 증가와 연관된 요인이다. 또 기존에 간질환이 있던 환자는 간손상 위험이 높으며, 특히 메토트렉세이트와 항결핵제를 복용할 때 위험하다고 평가된다. 

DILI 진단 시 바이러스 간염·대사성 간질환 배제해야

AASLD는 임상적으로 유의한 DILI를 △두 가지 개별 상황에서 혈청 아스파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AST) 또는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5×정상 상한(ULN)이거나 알칼리성 포스파타제(ALP)>2×ULN(또는 베이스라인이 비정상이면 치료 전 베이스라인 기준) △증가한 AST, ALT, ALP와 함께 총 혈청 빌리루빈>2.5mg/dL △증가한 AST, ALT, ALP와 함께 국제표준화비율(INR)>1.5 등 세 가지 중 하나로 정의했다. 

이어 DILI 진단 시 여러 요인을 배제하도록 권했다. 지난 180일 동안 약물 노출에 대한 의학적 병력, 약물 중단 전·후의 간 생화학적 검사 패턴 및 경과 등과 함께 바이러스 감염, 대사성 간질환, 자가면역 간염, 췌장 및 담도질환 등이 배제해야 할 요인이다. 

간생검은 DILI 진단에 필요하지 않지만, 중증이거나 장기간 지속된다면 유용할 수 있고 특정 조직학적 패턴을 기반으로 간독성 약물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80%'는 약물 중단 6개월 이내 장기간 합병증 없이 회복

AASLD는 약물 중단에 따라 DILI 환자 약 80%는 장기간 합병증 없이 6개월 이내에 완전히 회복된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특이적 DILI 환자의 약 10%는 증상 발생 6개월 이내에 간부전과 간이식, 사망 등 위험을 안고 있으며, 급성 간부전 환자는 자연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25% 수준으로 낮다. 이 때문에 이들 환자는 간이식센터에 조기 의뢰하도록 권했다.

DILI 관리전략으로는 의심되는 약물을 중단하면서 구토방지제와 항소양제, 수분 공급 등을 시행하는 지지요법을 병행하도록 제안했다. 

급성 간손상으로 입원한 성인 환자에게는 아세틸시스테인(NAC)을 3일 동안 투여하는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으나 소아 환자에게는 권고하지 않았다. 

1~3개월 동안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치료는 중증 과민증과 자가면역 특징이 있는 환자를 포함해 일부 특이적 DILI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최적 투약용량과 치료기간은 무작위 임상연구가 부족하므로 명확하지 않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우르소데옥시콜린산(UDCA)을 DILI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거는 명확하지 않지만 안전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DILI 관련 의심 약물의 재투여는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이 예상되는 혜택보다 높지 않다면 시행하지 않도록 권했다. 

아세트아미노펜·MTX·스타틴 관련 간손상 모니터링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지침서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이소니아지드, 메토트렉세이트, 스타틴, 면역관문억제제 등 특정 약제 모니터링에 대한 지침도 담겼다.

우선 아세트아미노펜 4g을 초과하는 용량을 24시간 이내에 복용하거나 수일 동안 과도한 용량을 투약하는 등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은 미국 내 급성 간부전의 주요 원인이라고 정리했다.

아세트아미노펜 간독성을 진단할 경우 과도한 아세트아미노펜 복용력 및 단일 시점에 복용한 이후 증가한 혈청 아세트아미노펜 수치를 확인하면서 급성 간세포성 간손상 관련 경쟁 원인을 배제하도록 했다. 

위세척과 활성탄 투여는 단일 시점 아세트아미노펜 과량 복용 이후 4시간 이내에 증상이 발생한 모든 환자에게 진행하도록 제시했다. 정맥주사 또는 경구용 아세틸시스테인은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이후 12시간 이내에 투약하면 간손상을 거의 예방할 수 있다고 정리하면서 이후 내원 환자에게도 이를 사용하도록 했다.

이소니아지드의 경우 잠복결핵에 대한 치료전략으로서 6~9개월 이소니아지드 단독요법에서 다른 약제와 함께 3~4개월 이소니아지드를 투약하도록 변경, 간독성 위험이 낮은 치료를 시행하도록 권했다. 이와 함께 환자에게 간염이 의심되는 새로운 증상을 보고하도록 교육하는 등 이소니아지드 간독성 모니터링을 진행하도록 주문했다.

장기간 메토트렉세이트 치료는 간지방증 및 섬유화 발생과 연관됐을 수 있다. 이에 검사실 모니터링은 베이스라인과 함께 3~6개월 간격으로 시행하도록 권고하면서, 간생검은 일시적인 탄성도검사가 비정상적이거나 간검사 결과에서 지속적 상승이 나타난 환자에게 진행하도록 했다.

스타틴 치료를 시작하는 모든 환자에게는 새로운 또는 설명할 수 없는 간염 증상이 없다면 간 기능에 대한 생화학적 검사를 권하지 않았다.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는 간 대사에 따라 스타틴 투약을 피해야 하지만, 전체 위험과 혜택을 비교한 이후 개별적으로 저용량 투약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면역관문억제제 투약이 진행성 고형암 환자에게서 늘어나고 면역 매개 간염이 1~15%에게서 발생한다고 보고됨에 따라 이에 대한 지침도 마련했다. 

먼저 면역 매개 간염과 면역 관련 이상반응은 베이스라인 임상 평가와 각 치료 주기 전 검사실 검사를 통해 모니터링하도록 권했다. 

1등급 간손상(ALT>1~3×ULN 또는 총 빌리루빈>1~1.5×ULN)이라면 검사실 모니터링을 더 진행하도록 주문했다. 2등급 간손상(ALT 3~5×ULN 또는 총 빌리루빈 1.5~3×ULN)이라면 면역관문억제제를 중단하고 경구용 프레드니손 0.5~1.0mg/kg/1일 투약을 고려하도록 제안했다.

3등급 이상 간독성(ALT 5~20×ULN 또는 총 빌리루빈 3~10×ULN 또는 증상성 간기능장애)이라면 면역관문억제제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1일 1~1.5mg/kg의 스테로이드를 정맥주사하도록 하면서, 황달이 있다면 입원을 고려하도록 했다. 스테로이드 불응성 환자에게는 미코페놀레이트 모테필 또는 아자티오프린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면역억제제를 중단한 이후에도 반동간염(rebound hepatitis) 위험이 있으므로 2~4주 간격으로 간검사를 통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도록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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