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최대 복용량 4000mg 넘기지 말아야... 간질환 보유자, 알코올 섭취자 의료진 상담 필수

 

해열소염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제제가 지난달 3월 중순 유럽에서 부작용 우려로 퇴출된 이후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퇴출된 약물은 일반약으로 판매되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중에서도 체내에 장기간 동안 작용하는 서방형 제제다. 유럽 연합은 일반인들이 정확한 용법용량을 준수하지 않으면 간독성 위험이 증가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퇴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지난 14일자로 식약처 안전성서한이 발표됐으며 현재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심의(3일)가 진행 중이다.

사실 아세트아미노펜의 간독성(손상) 부작용 이슈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1960년대초 비임상 연구에서 아세트아미노펜과 간 손상간의 연관성이 확인된 이후 유발 기전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80~90년대는 초과용량을 복용할 경우 급성 간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임상증례가 쏟아져 나왔다. 따라서 아세트아미노펜 유발 간손상 이슈는 일반화 된지 오래다.

2000년대로 넘어온 지금은 아세트아미노펜 유발 간독성 뿐만 아니라 급성신손상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고, 최근에는 이러한 환자를 위한 치료 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아직도 약물유발 간독성 문제는 주요한 학계 이슈이다.

어째든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현재 판매되는 거의 모든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제품에는 간독성 위험성을 우려하는 주의사항이 포함돼 있다.

학계 보고에 따르면, 간독성 유발은 복용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매우 높으며 수치로는 대략 2~8배 수준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간저널은 주요 코호트를 기반으로 한 약물유발 간독성에 대한 자료를 발표했다(World J Hepatol. Apr 8, 2017; 9(10): 491-502). 이 저널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10만 명당 19.1건이었고, 프랑스는 10만 명당 13.9건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에서는 100명당 34.2명으로, 이중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이 100만명당 16.6명 발생했다. 영국에서는 2004년 10만명당 2.4명이며, 미국은 100만 명당 1.61건으로 조사됐다. 논문 저자는 대부분 2000년 초반에 이뤄진 데이터로서 최근과 다르며 지금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급성 간부전 연구 그룹(Acute Liver Failure Study Group)이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아세트 아미노펜은 급성간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45.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보고는 다른 나라 논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많은 양의 아세트아미노펜 제제가 체내에 축적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또한 간독성을 부추길 수 있는 알코올 섭취와 다른 항바이러스제, 결핵제제, 항생제 등 약물간의 상호 연관성까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의대 김용철 교수(마취통증의학과)는 "아세트아미노펜은 간독성을 유발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고 강조하면서 "단 1일 허용량 4000mg을 초과 복용했을 때는 문제가 초래될 수 있고, 또한 평소 3잔 이상의 술을 정기적으로 매일 마시는 환자가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면 간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일 최대 복용량 4000mg 넘기지 말아야

다만 용법용량을 잘 지키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일반적인 성인은 1일 최대 복용 용량인 4,000mg을 준수해야 한다. 속방정은 4~6시간 간격으로 하루 8정 이하로 복용하고, 서방정의 경우 8시간 간격으로 하루 6정 이하로 복용해야 한다.

4개월 이상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는 몸무게에 따른 용량(10~15 mg/kg)으로 최단 기간 동안 최소 유효 용량으로 4~6시간 간격으로 복용하고, 1일 5회(75 mg/kg)를 초과해 복용하면 안 되며 또한 만성 간질환이 있는 환자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복용하기 전에 의료진과 상담을 해야한다.

용법용량만 잘 지키면 임산부도 투여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안전성에 따라 약물을 5가지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아세트아미노펜에 'B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B등급'은 '사람에게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는, 혹은 동물 태아에 대한 독성은 있었으나 임부를 대상으로 한 조절된 임상시험에서는 태아에 대한 위험성이 나타나지 않은 약제'에 부여된다.

호주 식약청(TGA) 또한 약물의 태아에 대한 유해성에 정도에 따라 약물을 7개 등급으로 분류, 아세트아미노펜을 임신부가 가장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A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A등급은 '많은 임신 여성과 가임기 여성이 복약해 온 약물이면서, 태아에 대한 기형 유발이나 직접적 혹인 간접적 유해 작용의 빈도 증가가 관찰되지 않은 약제들'에 부여된다.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는 일반약 뿐만 아니라 전문약으로도 판매된다. 울트라셋과 같은 비마약성 진통제가 대표적이다. 전문약으로 처방받았을 경우 장기간 복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기존 복용 유무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이 포함된 전문약을 처방 받은 환자들은 가급적 복합 진통제를 피하고, 진통제를 구매하거나 다른 일반약을 구매해야 할 때 복약 상담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약국에서 자신이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을 복용하고 있음을 알리고 적절한 약을 추천 받는 것이 권장된다"고 강조했다.

유럽발 여파 중앙약심이 최종 결정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식약처 산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에 대한 국내 판매 결정 유무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의학계는 공식적인 입장은 없지만 용법과 용량을 준수하여 복용하면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2012년 일반약 슈퍼판매 허용 당시 불가방침을 주장했던 약업계는 이번 논란으로 다시금 약국 내 판매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

시민단체는 뚜렷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안전성 평가를 우선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한 소식통은 "서방형 제제만 해당되는 문제라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는 각계 입장을 충분히 수렵하고 있다. 빠른 시일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다"고 말했다.

제조사들은 용법용량 등 주의사항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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