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버저 신형주 기자] 전 세계 산업군에서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 활동이 병원계에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병원계 내부에서는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몇몇 선도 병원들이 ESG 경영 활동을 위한 다양한 추진과제들을 설정, 실천하고 있지만 전체 병원계로 ESG 경영 문화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수익을 창출하는 병원을 넘어, 존경받는 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ESG 경영 활동이 꼽히는 상황에서 선도 병원들의 추진 사례를 통해 병원계 ESG 경영 문화 확산 방안을 짚어봤다. 

지역사회와 함께 친환경 실천과 경영 투명성 확보해야⓵
ESG 경영 확산위해 제도적 뒷받침과 인센티브 필요 ⓶

 ESG는 환경 · 사회 · 지배구조를 뜻하며, 기업 또는 기업에 대한 투자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영향을 측정하는 비재무적 요소다.

기업들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투명한 경영 활동을 하는 것을 ESG 경영이라고 부른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대기업을 비롯한 전 산업군에서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 및 가치로 자리 잡았다.

유럽연합은 ESG 관련 여러 법안을 도입하고 있으며, 기업의 생산 · 공급망 전체에서 환경과 인권 보호 상황에 대한 조사를 의무화하는 제도도 포함시키고 있다.
기업의 ESG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2030년까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며, 미국과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속속 ESG 경영 활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병원계 역시 ESG 경영을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병원계 관계자들은 ESG 경영은 이미 병원계가 실천하고 있는 경영활동을 조금 더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의료폐기물 줄이기 및 식당 잔반 줄이기, 개인 컵 사용과 장례식장 일회용품 감축, 태양광 발전 등을 시행하고 있다.

병원 내 페이퍼 위주의 회의에서 종이가 없는 페이퍼리스 회의로 전환하고 있으며, 환자에게 발급하는 진료비 상세내역서 양식도 개선해 용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 기여 및 환자 만족도 제고 등 사회활동 기여 측면에서는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봉사 등을 실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원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비대면 진료와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 및 상생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투명 경영을 위한 지배구조는 의료법인의 경우 외부감사를 통한 병원 경영 윤리를 실천하고 있다. 임직원 참여를 확대한 투명한 의사결정과 공정한 인사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정보공개 확대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병원계의 경영활동은 분절적이며, 이벤트성 경향이 있어 지속적인 경영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의료계는 생명 수호와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당위적 목표를 갖고 있다. 국민과 환자들은 병원계와 의료계를 단순한 진료와 치료를 넘어 존경받아야 하는 윤리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병원계의 ESG 경영은 일상적인 병원경영 활동에서 창출된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병원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친환경 활동을 펼치면서, 투명한 의사결정과 명확한 정보공개 활동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병원계가 추진하는 ESG 경영 활동은?

현재 ESG 경영 활동을 추진하는 병원은 서울대 치과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의료원, 세종병원그룹, 에스포항병원 등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5월 지역사회 및 의료계 상생과 공동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ESG위원회를 발족했다. 아산병원은 ESG위원회를 통해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 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생명존중 정신과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아산재단 설립 이념을 실천하면서, ESG 경영을 활성화해 진료, 교육, 연구, 상생의 4차 병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ESG위원회를 발족한 강북삼성병원은 ESG 경영 10대 실천과제를 설정하고, 전 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20개 세부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10대 실천과제는 △탄소중립 실현 △재생에너지 100% △의료폐기물 감축 △일회용품 최소화 △동물실험 관리강화 △사회공헌활동 강화 △협력업체 상생
△환자 대응 혁신 △근로환경 혁신 △ESG 추진체계 정비 등이다.

강북삼성병원은 시대의 트렌드와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병원이 되고, 사회에 공헌해 사랑받는 병원이 되겠다는 방향을 갖고 ESG 경영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10월 사회공헌사업본부를 출범하며 사회적 가치실현과 일반 기업과 다른 의료기관만의 차별화된 ESG 경영 수행 전략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ESG 경영 수준을 진단하고, 개선을 통한 의료기관의 지속가능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ESG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을 계획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5월 병원 내 이해관계자 그룹 구성과 자문단 및 전문가 그룹 구성을 시작으로 자료분석, 지표 개발 및 작성, 중간 결과 도출 및 최종결과 분석을 통해 2023년 2월 최종 발간될 예정이다.

의료원은 경영보고서 발간과 함께 부룬디 최정숙여고 졸업생 한국어 어학연수 지원 사업과 우크라이나 난민 의료지원 봉사단 파견 등을 통해 사회 가치 실현 ESG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은 각각 특화된 ESG 경영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안암병원은 ESG 경영 중 ‘S(Social)’에 초점을 맞춰 장기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 인식개선 프로젝트인 ‘어울림 아카데미’를 진행 중이다.
안암병원 ESG 경영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김양현 교수(가정의학과)는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은 병원마다 특화된 ESG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안암병원은 소셜에 방점을 찍고, 장애인 인식 개선 프로젝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과 상호 인식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어울림 아카데미를 개설해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암병원에는 37명의 장애인이 병원 내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기부를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병원 내 ESG 경영 활동이 거창해 보이지만, 예전부터 병원 내부에서 해오던 환경활동과 봉사활동을 ESG에 맞춰 재정비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안암병원은 환경적 측면에서 안암역에서 병원까지 개설된 에스컬레이터를 태양광 발전으로 운행하고 있다.

안산병원은 1인 1쓰레기봉지 운동을 통해 임직원 대상 병원 주변을 산책하면서 쓰레기를 줍고, 쓰레기 봉지를 병원에 제출하면 무료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김 교수는 안암병원의 거버넌스가 교수와 전공의 간 수평적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료과 내 내규를 만들 때 교수들과 스텝들만의 의견 수렴이 아닌 모든 과정을 공개해 전공의들과 함께 의견을 나눠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ESG 활동은 몇몇의 활동과 경영진의 의지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병원 내 모든 임직원의 인식이 개선되고, 조직문화가 변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직원들의 피로감이 심해져 이직이나 퇴사자가 늘고 있다”며 “결국 직원들이 행복하고 건강해야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 직원 행복에 대한 고려가 반영되는 것 자체가 ESG 경영”이라고 역설했다.

지난해 8월 ESG 경영위원회를 출범한 세종병원그룹(인천세종병원, 부천세종병원)은 환경 친화 경영과 의료나눔 활동, 투명한 책임경영을 목표로 ESG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진식 이사장은 ESG를 후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의료계 및 병원계의 ESG 활동은 타 산업군과 다른 특별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체 산업군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가장 많은 폐기물을 생산하는 산업분야가 의료산업분야라고 진단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생명을 살리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다른 가치로 전환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자동차는 폐기물이 많이 나오고, 환경오염이 심하다면 걸어다니는 것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생명을 살리는 가능성을 1% 줄이는 대신 에너지를 50% 절감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고 화두를 던졌다.
생명과 직결된 의료산업 분야에서 ESG는 특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생각이다. 심장전문병원인 세종병원의 경우 많은 치료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이 치료재료들은 재사용할 수 있지만 혈액에 노출된 것은 재사용하지 않는다.

완벽한 재처리 기술이 없을 뿐더러 새 치료 재료를 구입하는 비용보다 재처리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환자들 역시 재처리된 치료재료를 본인에게 사용한다면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박 이사장은 “의료분야에서 ESG는 쉽지 않다”면서도 “후대를 생각하면 ESG 경영은 가야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의료계의 ESG는 별도의 경영 활동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병원 경영의 한 요소로 자연스럽게 포함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기부금들을 어떤 방식으로 환원할지 병원 경영진과 함께 현장 직원들이 공개 토론하고 의견을 취합한다”며 “병원 내 모든 임직원들이 사회환원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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