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정윤식 기자
취재부 정윤식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바람이 최근 강하게 불고 있다.

제약 업체들은 기존에 해왔던 친환경 요소와 사회공헌 활동 등을 한층 강화한 후에 ESG 경영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ESG 경영 강화', 'ESG 경영 도입', 'ESG 본격 실시' 등등등. 

ESG 정착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일까?

ESG는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산업 성패를 가르는 키워드로 부상했지만, 비재무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그동안 제약업계가 등한시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ESG 경영의 개념이 눈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수적인 제약 업계의 분위기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업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즉,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도출되지는 않지만 이제는 ESG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돼 버린 것이다.

실제로 많은 수의 제약·바이오사들이 ESG 전담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빠르게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E, S, G 중 'G(Governance)'로 불리는 지배구조 개선이다. 

'E(Environment)'와 'S(Social)'는 업체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신경을 쓰던 부분이라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G는 다르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의미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제약업계 구조상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 결과 지배구조 영역에서 최고등급을 받은 제약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결국, 대다수 국내 제약사의 특징 중 하나인 창업주 중심의 2·3세 경영 체계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이뤄내지 못하게 했고 그대로 지배구조의 투명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극히 일부 제약사를 제외하고는 규모와 상관없이 업계 전반에 굳어졌고, 바이오사보다는 제약사에 치중된 특징을 보인다.

물론 창업주의 정신을 가장 잘 이어받을 수 있는 2세와 3세가 경영 일선에 뛰어드는 게 나쁜 일도 아니고 불법적인 일도 아니다.

그러나 급격히 변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자유로운 경영 문화를 확립할 때 남들과는 차별화된 더 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게 아니라면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를 하등 이유가 없다.

K-제약과 K-바이오라는 이름 아래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일만 남은 국내 제약업계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E와 G는 충분하다 못해 익숙한 요소라면, G를 높이기 위한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게 ESG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다.

당장 지배구조 개선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현재 시스템 안에서 좀 더 투명한 책임 경영을 부여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제약사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객관적인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오늘도 ESG 경영에 뛰어들었다는 제약사의 보도자료는 쏟아지고 있지만, G를 뺀 무늬만 ESG를 외치고 있는 게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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