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경험 4개 약물 후보군 주목...新 적응증 찾기 '재도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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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수많은 후보물질 속에서 최종 적응증을 갖고 시장에 신약으로 데뷔하기까지는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처럼 쉽지 않다. 

세계제약협회연맹(IFPMA)에 따르면 신약 후보물질 5000~1만개 중 전임상에 진입한 물질은 250여 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최종적으로 적응증을 획득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약물은 1개가 고작이다. 

이 같은 후보물질 고갈과 개발 비용 증가는 연구개발(R&D)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글로벌 제약업계가 이미 오래 전부터 ‘신약 재창출’에 주목한 이유다. 

신약 재창출은 이미 적응증을 획득해 시판됐거나, 임상연구에서 효능 부족 등을 이유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약물을 재평가해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 신약으로 개발하는 방법이다. 

이는 기존 신약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신약을 출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지난해 임상연구에서 실패한 약물들 중 새로운 적응증을 탐색하거나 같은 적응증에 재도전하는, ‘신약 재창출 가능성’을 보인 약물들을 조명했다.

① ‘한번 좌절은 실패가 아니다’ 새로운 도전 시작한 약물들
② 신약 재창출 가능성 보인 후보는 누구?

빈트라푸스프알파

빈트라푸스프알파는 종양 미세환경 내 면역억제경로 TGF-β와 PD-L1을 동시 차단하도록 설계된 이중기능성 융합 단백질로, MSD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잠재적 경쟁자로 여겨졌던 파이프라인이다.

그러나 지난해 1월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실패를 시작으로 담도암 2차 라인과 1차 라인에서의 효능을 알아본 임상에서도 실패했다.

지난해 1월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는 PD-L1 발현율이 높은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빈트라푸스프알파를 평가한 임상3상 INTR@PID Lung 037 연구의 중단을 권고했다.

IDMC는 이 연구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을 비롯한 공동 1차 목표점이 충족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머크는 IDMC의 권고에 따라 임상연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비소세포폐암 연구를 중단한 3개월 뒤 또 다시 실패를 맛봤다. 같은 해 3월 머크는 1차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실패했거나 내약성이 없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 159명을 대상으로 2차 치료제로 빈트라푸스프알파를 평가한 임상2상 INTR@PID BTC 047 연구의 탑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탑라인 결과, 빈트라푸스프알파 투여군의 객관적반응률(ORR)은 10.1%(95% CI 5.9~15.8%)로 관찰됐다. 

단일 약제로 임상적 활성은 있었지만, 담도암 2차 치료제로 허가 신청이 가능한 사전지정 기준은 넘지 못했다.

GSK와 머크는 담도암 1차 치료제로 빈트라푸스프알파와 화학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투여를 평가하는 임상2/3상은 지속할 계획이다.

머크는 “이번 데이터는 종양미세환경에서 TGF-β와 PD-L1을 억제하는 방식을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2차 치료제와 다른 가설을 평가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임상2상 모집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갈라파고스 GLPG3970

길리어드와 갈라파고스가 집중 개발한 파이프라인 염 유도성 키나아제2/3(SIK2/3) 억제제 GLP3970은 지난해 류마티스관절염과 궤양성대장염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를 보였다.

지난해 7월 양사는 GLPG3970을 평가한 3건의 임상연구 탑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중등도~중증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1b상과 중등도~중증 활동성 궤양성대장염 및 류마티스관절염에 대한 임상2a상 2건 등 총 3건이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는 6주 동안 GLPG3970 또는 위약을 1일 1회 경구 복용했다. 

연구 결과, GLPG3970은 3건의 임상연구에서 전반적으로 안전하고 내약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또는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이상반응은 경증에서 중등도 수준이었다. 

우선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1b상 CALOSOMA 연구에서는 치료 6주차 GLPG3970 투여군 13명 중 4명이 건선중증도지수(PASI)가 50% 이상 개선됐다. 또 의사와 환자의 평가를 포함한 다른 평가변수에서도 임상적 효과가 관찰됐다.

궤양성대장염을 대상으로 한 임상2a상 SEA TURTLE 연구에서도 치료 6주차에 내시경, 조직학 등 객관적 지표에서 긍정적 신호가 관찰됐다. 

그러나 메이요클리닉점수 변화에서는 위약 대비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아울러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LADYBUG 연구에서도 DAS28 반응 변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요 목표점에서 위약과 차이를 나타내지 못했다. 이에 양사는 전신홍반루푸스, 원발성 쇼그랜증후군 적응증 획득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리겔리주맙

지난해 12월 노바티스는 IgE 항체 리겔리주맙이 만성특발성두드러기(CSU) 환자에서 표준치료제 졸레어(오말리주맙) 대비 우월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노바티스는 제넨텍과 IgE를 타깃하는 항체 졸레어를 공동개발했다. 

졸레어의 약물특허는 2017년, 물질특허는 2018년 만료되면서 노바티스는 알러지성 질환에 대한 새로운 IgE 타깃 약물인 리겔리주맙을 개발해 왔다. 

리겔리주맙은 IgE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CSU 관련 2개의 임상3상은 2000명의 H1 항히스타민제 불응 12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 졸레어 대비 리겔리주맙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다.

앞서 진행한 임상2b상에서는 리겔리주맙 투여군은 졸레어 투여군에 비해 피부발진 개선 효과를 보인 환자 비율이 더 높은 결과를 확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노바티스는 리겔리주맙이 졸레어보다 효과가 개선된 새로운 알러지성 질환 IgE 항체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노바티스에 따르면 임상3상 결과, 졸레어 투여군에 비해 리겔리주맙은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노바티스는 탑라인의 구체적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노바티스는 “CSU에 대해 리겔리주맙이 표준치료제보다 우월한 효능을 보이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노바티스는 미충족의료 수요가 있는 만성유도성두드러기(CIndU)와 음식 알러지에 리겔리주맙의 효능을 평가할 계획이다.

토미너센

로슈는 헌팅턴병 치료제 후보물질 토미너센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재도전한다. 토미너센은 헌팅턴 단백질 변이종을 포함해 모든 유형의 헌팅턴 단백질 생산을 감소시키도록 설계된 안티센스 약물이다. 

변이 유형 단백질이 드물게 유전적, 진행성 상태의 헌팅턴병을 드라이브하는 HTT(Huntingtin protein) 생산을 줄이는 기전이다. 

작년 3월 로슈는 효능 부족을 이유로 임상3상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IDMC는 임상3상 GENERATION HD1 연구 중간분석에서 이익/위험 평가 결과,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해 환자 투약 중단을 권고했고, 로슈는 이는 받아들였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토미너센은 후기 헌팅턴병 환자 7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3상에서 2개월마다 토미너센을 투약한 환자군은 위약군보다 경과가 좋지 않았고, 4개월마다 치료받은 환자들은 위약과 유사한 수준의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로슈는 이후 후향적 분석을 진행한 결과, 질병 부담이 적은 젊은 성인 환자에게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다시 임상연구를 진행해 볼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 

이에 로슈는 임상2상을 다시 설계하고 새로 연구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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